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국제금융체제 편입에 적극적인 의욕을 보이고 있는 북한이 ‘베트남을 공부중’이라고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베트남이 공산당 일당독재를 유지하면서도 경제발전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19, 20일 이틀간 뉴욕서 열린 북미금융실무회의에서 북측 대표단은 무엇보다 국제금융체제 편입에 따른 여러 방안에 큰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측 대표단은 지난 주말 비공개 자리에서 미국측이 “사회주의를 하다 시장경제로 돌아서 성공한 경제를 따라 배워야 한다“고 조언하자, ‘다른 나라의 경제를 공부중’이라며 구체적으로 베트남을 거론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북측의 이같은 언급은 시기적으로 북한과 베트남이 밀월 관계를 구축하는 시점에서 나온 것이라 관심을 끕니다. 지난달 중순 농 득 마인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북한을 방문한 직후 북한의 김영일 총리 일행은 베트남을 찾아 외자 유치와 경제 개방의 현장을 직접 둘러보기도 했습니다. 북한이 베트남의 성공사례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반증으로도 보입니다.
실제로 베트남은 지난 86년 도이모이, 즉 개혁, 개방을 통해 매년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뤘습니다. 올해도 9%내외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특히 한때 적국인 미국과도 국교를 정상화함으로써 경제성장을 위해 필수적 요소로 꼽히는 대외 관계의 기틀을 다졌습니다. 그러면서도 베트남은 여전히 공산당 독재체제를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베트남을 본받으려 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습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놀란드 박사입니다.
Noland: 사실 북한입장에서 보면 자기들이 원하는 걸 베트남이 이룩해냈다. 경제개방을 하면서도 내부적으론 정치통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베트남은 동시에 미국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베트남 사례는 북한 지도부에 아주 흥미로운 교훈을 주고 있다.
미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을 지낸 미첼 리스 박스 (현 윌리엄&매리 법대 부학장)도 비슷한 견해입니다.
Mitchel Reiss: 북한은 경제번영을 이룩하면서도 동시에 내부 통제를 유지하고 싶어한다. 권위주의적인 나라치고 이 둘을 이룩하기란 무척 어렵지만 중국이나 베트남은 이 일을 해냈다. 김정일 입장에선 베트남 사례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
미첼 박사는 그러나 북한이 베트남처럼 일단 본격적인 개방에 들어서 북한주민들이 경제적으로 풍요해지고, 외부세계를 알게 되면 당과 정부의 통제는 결국 느슨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따라서 경제개방 후에도 북한 당국이 주민통제에 대한 자신감을 갖지 못한다고 판단할 경우 베트남을 무조건 따라가긴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