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태국에서 베트남으로 외교거점 변화 시도

방콕-이동준 seoul@rfa.org

북한의 동남아시아 외교활동이 활기를 찾고 있습니다. 북한과 베트남 정치지도자들의 상호방문과 투자협정 같은 소식들이 연일 언론에 보도 되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 대해서 방콕의 이동준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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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의 거리 - AFP PHOTO/HOANG DINH NAM

북한과 베트남이 오랫동안 소원했던 날들을 뒤로하고 양자관계를 급속도로 진전시키고 있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태국을 교두보 삼아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근근이 유지해 왔지만, 1983년 단교했던 버마와 지난 6월 재수교 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베트남과의 관계개선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북한은 특히 베트남과는 형식적인 정치적인 교류 뿐 아니라 경제적 측면을 중심으로 교류의 폭을 넓힐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방콕에 있는 한 외교소식통은 버마와의 재수교는 외교와 군사적인 면으로 볼 수 있으나, 베트남과의 우방관계 복원노력은 경제면에 더 집중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그동안 북한과 태국 양국 간에 얽혀있는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입니다.

20여년전 북한은 버마로부터 단교를 당 한 뒤 태국과 대표부급 외교관계를 유지했던 것을 대사관급으로 격상을 시켰고, 그 이후부터 태국을 동남아시아 지역에서의 북한 외교를 위한 교두보로 활용해 왔습니다.

그러나 태국과 풀어야 할 다양한 현안들이 발생함과 동시에 태국이 대북한 강경정책을 취하게 되자, 북한은 이웃 국가인 버마와 재수교를 시작으로 베트남과도 경제적인 교류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냐는 설명입니다. 방콕 출라롱콘 대학교 아시아문제연구소에서 베트남을 연구하고 있는 쏨씨 교수의 말입니다.

쏨씨: The North Korean government is currently pursuing efforts to establish political ties with the Burmese government, not only that the government is also in efforts to establish economic ties with the Socialist republic of Vietnam.

북한이 태국과 풀어야 할 현안으로는 북한의 지불 능력을 고려할 때 2천8백만 달러 상당의 외상 미곡대금 처럼 단시일 내에 풀리지 않을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뿐만 아니라 북한이 태국의 다국적기업인 록스리 퍼시픽에 보안문제 등을 이유로 나진.선봉지역에서의 이동통신 사용을 허가하지 않는다든지,

지난 9월엔 태국정부가 북한인권국제회의를 개최 하도록 인가를 해 세계언론들이 북한의 인권유린과 탈북자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하게 했으며 북한에 의해 납치 된 것으로 추정되는 아누차 판초이 태국여성문제 등을 놓고도 상당 기간 동안 태국과 북한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관계가 순탄치 못한 태국에 쌀을 빌려달라고 하기 보다는 동남아의 또다른 쌀 수출 국가인 베트남과 경제적 교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했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원래 버마와 관계개선을 시작으로 동남아에서 다양한 외교전략을 구상하려 했으나, 예상치 못한 반 버마군사정부 시위사태 때문에 그 교두보 역할을 베트남에서 찾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지난 수십년간 태국과 우방으로 지내던 북한이 버마와 베트남 등과 외교관계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 태국정부는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산적한 현안을 풀지 않고 다른 나라와 외교관계를 복원하는 북한의 외교 전략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출라롱콘 대학교 쏨씨 교수의 말입니다.

쏨씨: It can be seen as the North Korean government avoiding approaching and unraveling the current challenges it has with the Thai government but rather neglecting it and establishing new ties in efforts to override ties that are difficult.

북한의 베트남과의 교류확대는 어떤 의미에서 한국과 베트남이 이미 쌓아놓은 우방관계를 북한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으며 또한 태국과의 미곡대금 미지급에 관한 현안 등을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데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이 곳 태국 외교가의 전망이기도 합니다.

한편 태국의 외교 소식통들은 북한의 이 같은 외교적 노력이 지난 수십년동안 북한 외무성을 장악했던 백남순 외무상의 사망 이후에 시작된 새로운 동남아 외교노선 구축 전략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