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적대시 정책의 의미 정확히 해야“ - 스콧 스나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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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양성원 yangs@rfa.org

북한이 핵관련 ‘2.13 합의’에 따라 핵시설 폐쇄에 이어 2단계인 핵불능화 단계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해,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협상 전술의 하나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대북적대시 정책의 개념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남한의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북한 측이 6자회담 2.13 합의의 핵불능화 조치를 이행하기 위한 요구로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 포기를 거론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박의춘 외무상이 자신을 만나 미국이 ‘대북적대시 정책’을 철회해야 핵시설 폐쇄에 이은 핵 불능화 단계의 진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박 외무상은 2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에서 따로 송민순 장관을 만나 그 같은 발언을 했습니다.

앞서 미국 국무부의 톰 케이시 부대변인은 2일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거론하는 대북적대시 정책의 핵심인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요구에 대해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습니다.

이같은 박 외무상의 발언과 관련해 미국 아시아 재단의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일단 특별한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 철회’라는 말은 북한이 그간 기회 있을 때마다 했던 말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말하는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의 의미를 일단 북미 두 나라가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Scott Snyder)대북적대시 정책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가 문제입니다. 그 정의의 폭에 따라 북미 사이 다뤄야 하는 논의 내용은 상당히 많아질 수 있습니다.

북한은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되는 것과 미국의 대적성국 교역법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을 가장 먼저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이러한 미국의 대북제재 상황도 미국의 적대시 정책의 산물이라고 말해 왔고 또 한미 합동군사 훈련 등을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일단 박의춘 외무상의 이번 발언은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등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를 유도하기 위한 미국에 대한 압박의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습니다.

(Scott Snyder) 북한은 대북제재 해제와 관련한 미국의 정치적 의지를 유도하길 원하고 있습니다. 이번 박 외무상의 발언도 그런 배경이 있다고 봅니다. 미국이 북한을 다루는데 있어 보다 유연하고 관대해지길 원한다는 것입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북한 측은 공개적인 석상에서 일단 광범위하고 경직된 요구를 먼저 내놓고 협상장에서는 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면서 실제 북미간 협상에서의 북한 측 입장은 북한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또 북한이 말하는 핵 불능화 단계의 진전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2.13합의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등과 관련한 논의를 시작한다고 나와 있지 북한이 핵 불능화 단계 등 일정한 조치를 시작하기 전에 그같은 조치를 완료해야 한다는 조항은 없다는 것이 스나이더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그는 북한과 미국은 앞으로 서로 어떤 조치를 어떤 순서로 취할지 정하는 것이 협상의 관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남한 동국대학교의 이철기 교수도 박의춘 북한 외무상의 이번 발언은 북한 측이 6자회담 진전과정에 시간을 끌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철기) 북한으로서도 가능한한 2.13합의를 조기에 이행해서 북한 핵문제를 빨리 마무리짓고자 하는 조기 승부수를 두고 있다고 본다. 북한으로서는 미국이 2.13합의에 따른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미국이 약속들을 이행해 준다면 북한도 조기에 핵 불능화 단계를 이행할 수 있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