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탈북민 가정 청소년 흡연율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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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탈북민 가정에서 자라는 청소년의 흡연율이 비교적 높다는 연구결과가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습니다. 과거 한국처럼 흡연이 자연스러운 북한 문화나 사회적응 과정에서의 스트레스 등 다양한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는데요. 자세한 내용 심재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최근 게재된 논문 ‘한국 청소년의 부모 출생국과 흡연 위험도의 연관성(Association between parents’ country of birth and smoking risks in South Korean adolescents)’은 청소년 19만4천여 명을 조사해 흡연과 다문화 가정의 연관성을 찾아냈습니다.

북한이나 개발도상국에서 온 부모와 사는 십대들은 한국에서 태어난 부모와 사는 십대들에 비해 비교적 흡연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버지가 북한에서 온 경우, 남성 청소년의 흡연율은 2.55배, 여성 청소년 흡연율은 5.75배로 조사됐습니다.

어머니가 북한에서 온 경우, 남성 청소년 흡연율은 2.52배, 여성 청소년은 3.02배로 나타났습니다.

북한 뿐만 아니라 베트남(윁남)이나 필리핀, 몽골, 태국, 캄보디아(캄보쟈), 우즈베키스탄 등 개발도상국에서 온 부모와 사는 한국 거주 십대 청소년들의 흡연율도 높았습니다.

아버지가 베트남이나 필리핀, 몽골, 태국, 캄보디아 등에서 온 경우 남성 청소년 흡연율은 3.05배, 여성 청소년은 4.22배로 나타났습니다.

개발도상국에서 온 어머니를 둔 남성 청소년 흡연율은 1.54배, 여성 청소년은 2.72배로 조사됐습니다.

이렇게, 북한이나 개발도상국의 다문화 가정 십대 흡연율이 높은 이유는 ‘부모 국가의 흡연을 대하는 태도’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과거 한국처럼 금연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나라에서 온 부모의 흡연모습을 십대가 자주 보거나, 흡연에 관대한 문화를 가진 부모의 영향을 받으면 흡연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탈북 뒤 미국에 정착한 30대 남성은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자신도 흡연에 관대한 북한 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20대 이전에 담배를 피우게됐다고 말했습니다.

탈북민 남성 : 모이면 담배 피우는 것 말고 딱히 다른 것 뭐 할게 없잖아요. 어릴 때는 멋있어 보이잖아요. 저는 학교 졸업하고 18~19살 때 피웠어요. 시골이라서 할 것도 없고.. 조금 크니까, 다 평상시에 그러니까 누가 뭐라고도 안해요. 어른들 피해서 뒤에서만 피우면서 예의 지키면 뭐라 하지도 않습니다.

네이처에 논문을 기고한 연세대 공중보건학과, 을지의대 예방의학교실, 국군춘천병원 연구진은 다문화 가구의 낮은 소득도 청소년 흡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다문화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2,135달러 정도인 268만원으로, 대부분의 한국 가구보다 100만원 가량 낮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다문화 청소년의 한국어 능력 부족과 문화 적응 스트레스, 사회적 차별 등이 자존감 저하와 우울감 증가로 연결돼 흡연에 빠져들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탈북 청소년의 경우, 탈북 과정에서의 굶주림과 검열을 피하면서 생긴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나 한국에 적응하면서 겪는 스트레스를 흡연으로 해소하려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진은 흡연이 청소년 호흡기와 치아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며, 다문화 가정 청소년 흡연율에 대한 이해 가운데, 금연 지원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자 심재훈,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