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아이들 ‘한국풍·자본주의풍’ 이름 금지”

워싱턴-양희정 yangh@rfa.org
2020-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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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한 보육원에서 어린이들이 노래와 춤을 추고 있다.
평양의 한 보육원에서 어린이들이 노래와 춤을 추고 있다.
/AP Photo

앵커: 북한이 사회주의 생활 양식에 맞지 않는 이름을 짓는 현상을 없애라는 ‘방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일본의 언론매체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들어 신생아의 이름을 반드시 한자어 표기로 하는 등 사회주의 풍토에 어긋나지 않게 지어야 등록을 할 수 있도록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시마루 대표: 금년 들어서 김정은 ‘방침’…즉 북한에서 최고 수준의 강력한 지시라고 볼 수가 있는데요. 한국풍 이름, 서양풍 이름, 자본주의 분위기가 나는 이름을 신생아에 지을 경우 등록을 받아주지 않겠다는 조치가 내려왔다고 합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량강도 지역 취재 협력자의 말을 인용해 이 같은 방침이 기관, 기업소, 인민반을 통해 전달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보안서의 주민등록과에서는 한자가 아닌 이름, 사회주의에 맞지 않게 지은 신생아 이름은 개명하라고 주민들에게 지시한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자본주의 색채가 있는 ‘백만원’, ‘김부자’, ‘한복돈’ 등 아이들이 부자가 되길 바라는 의미에서 돈과 관련된 이름이 늘어나 문제가 됐다고 그는 전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국에 대한 동경이나 자본주의식 부자가 되길 바라는 상황이 나타나면, 말하자면 북한식 사회주의를 부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김정은 정권으로서는 한국의 영향, 그리고 자본주의 영향을 막기 위해 상징적인 부분에서 아이의 이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북한에 한국 드라마나 영화·음악 등이 유입되면서 북한 사람들은 아이들의 이름도 한국처럼 한자어가 아닌 고유한 우리말로 지으려 하고 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말했습니다.

과거 영철이나 금철과 같이 남자 이름에는 ‘철’, 여자 이름에는 ‘숙’이라는 글자가 돌림으로 많이 사용되었지만 최근에는 변하고 있는데 신생아뿐 아니라 이미 성장한 어린이들의 이름까지도 부모가 알아서 개명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북한인권단체 ‘노체인’의 정광일 대표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정은의 ‘방침’이면 무조건 집행되는데, 당국이 출생등록을 안 해주면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이 같은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그러나 자식 이름도 마음대로 짓지 못하는가 하는 불만이 주민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RFA자유아시아방송 양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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