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보고] “판문점은 변화없다”

서울-최영윤 choiy@rfa.org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평화체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등 대내외 정세가 급격히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남북간 군사대치 상황이 극명하게 나타나는 판문점은 예전과 달라진 게 없다고 합니다. 판문점에서 거행된 북한군 유해 송환 현장을 판문점은 예전과 달라진 게 없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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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유해를 유엔 의장대가 옮기는 모습 - RFA PHOTO

서울 서부지역에서 검문없이 차를 타고 달리면 1시간쯤이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판문점! 26일 아침 일찍부터 한국의 내외신 기자 10여명이 안개 자욱한 자유로를 뚫고 판문점을 찾았습니다. 오전중에 있을 북한군 유해 송환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8월24일 한탄강에서 발견된 북한군 유해는 다행히 인적사항을 파악할 군복 등 유품이 있어서 북한군임을 확인해 북한측에 통보한 뒤 양측이 합의해 오늘 유해 송환 의식이 치러지게 된 것입니다.

판문점을 향해 차를 몰다 도로 양쪽을 둘러보니 가을걷이가 끝난 논이 간간이 눈에 띕니다. 가을걷이가 끝난 이곳에도 주민이 있을 법 한데 좀처럼 지나다니는 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들어서기 전에 왼쪽으로 일반 주민들이 사는 ‘대성동 마을’로 가는 좁은 도로가 눈에 들어올 뿐입니다. 공동경비구역 입구에 도착한 뒤 취재진들은 파란색 취재완장을 차고 버스로 갈아탄 채 판문점내 공동경비구역,JSA로 향했습니다.

공동경비구역내 유엔측이 관할하는 ‘자유의 집’에는 유해 송환 행사를 위해 유엔군 사령부측 관계자들 20여명이 나와 대기하고 있습니다. ‘자유의 집’과 백미터도 채 안된 거리에 마주하고 있는 북측지역인 ‘판문각’ 밖에는 북한군 2명이 보초를 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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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40분쯤, 유엔군 의장대가 북한군 유해가 담긴 황토색 관을 차량에서 운반해 자유의 집 앞에 옮겨놓은 뒤 유엔사측 인사 7-8명이 공동경비구역내 군사분계선 바로 앞까지 간 뒤 북측 관계자를 기다립니다. 10시가 조금 넘어, 북한 인민군 판문점대표부의 곽영훈 대좌 등이 판문각을 나와 계단을 내려온 뒤 곽 대좌 등 네 명이 유엔사 군 3명과 얘기한 뒤 군사분계선을 넘어옵니다.

곽 대좌는 직접 관 있는 데까지 와서 관을 열고 유해와 유품을 확인하고 “확인했습니다.”라고 외친 뒤 총총히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되돌아갑니다. 북측의 확인이 끝나자, 유엔 의장대는 관을 들고 군사분계선까지 가서 북한군에게 관을 인계합니다.

남측에서 북측으로의 북한군 유해 송환은 군사분계선 앞에서 이뤄졌지만, 군사분계선은 철조망으로 가려져 있지도, 벽으로 가로막혀 있지도 않습니다.

바닥에 선을 그어놓은 것처럼 두꺼운 나무토막이 남북을 가르고 있을 뿐입니다. 의식을 마친 뒤 공동경비구역내 한국군에게 "영화 ‘JSA (공동경비구역)’를 본 적이 있느냐? 혹시 그 영화를 여기서 직접 찍었다고 하더냐?“고 묻자,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세트장에서 모두 찍은 거라고 대답합니다.

남북간 군사대치가 극명한 이곳에서 어떻게 영화 촬영이 가능했겠느냐는 얘기였습니다. 유해송환 의식이 치러지는 동안 필요한 말 외에는 아무런 얘기가 오가지 않았고, 마주한 양측 군인들의 표정에도 변화가 없었습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고, 남측에서는 경협을 목적으로 경제인들의 방북이 줄을 잇고 민간단체의 대북지원 행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반도 대내외 정세는 가속도가 붙어 달라지고 있지만, 지난 1953년 7월27일 휴전협정이 조인된 이곳 판문점에는 아직까지 ‘변화의 바람’이 느껴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