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박성우 parks@rfa.org
베이징에서 18일 열리는 6자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북한은 벌써부터 주도권 잡기에 돌입했습니다. 북한이 핵불능화에 대한 상응조치로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한 데 이어, 미국의 힐 차관보는 16일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하는 수준에 따라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같은 정치.안보적 조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남한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면담에서 나온 힐 차관보의 이번 발언을 어떤 맥락에서 살펴봐야 되는지를 알아봅니다.
힐 차관보는 16일 이재정 통일부 장관과 천영우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을 잇달아 면담하고 앞으로 비핵화 일정을 앞당기자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2월에는 시작될 줄 알았던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쇄 절차가 이제야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힐 차관보는 또 핵시설 폐쇄는 시작일 뿐이며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낙관하지만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힐: 저는 앞으로도 문제는 생길 걸로 예상합니다. 왜냐면 우리는 이렇게 첫걸음을 떼는 게 7월에 가서야 이뤄질 줄은 몰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좀 늦는 게 아예 하지 않는 것 보다는 좋은 거죠.
이처럼 조심스러운 힐 차관보의 태도는 북한이 요구하는 핵 불능화에 대한 상응조치가 나머지 5개국이 약속한 조치의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이라는 게 외교가의 해석입니다.
북한의 김명길 유엔 대표부 차석대사는 미국 AP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불능화를 위해서는 미국이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와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AP 통신의 버트 허먼 기잡니다.
허먼: 북한의 한 외교관은 모든 핵프로그램 신고와 불능화 같은 다음 단계를 이행할 의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제재가 동시에 해제돼야만 이뤄질 거라고 말했습니다.
북핵 2.13 합의에는 북한이 핵시설의 폐쇄 봉인과 핵 프로그램 목록을 협의함에 따라 미국이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과정을 개시하고 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과정에 진전을 이룬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다시 말해 북한이 요구하는 미국의 대북 제재 해제는 행동대 행동 원칙에 따라 미국이 취하기로 한 2.13 합의 내용의 범위보다 한발 더 나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이처럼 북한의 요구와 지난 6자회담의 합의 사항이 엇박자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오는 18일 베이징에서 열릴 6자회담에서는 서로간의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힐 차관보입니다.
힐: 우리는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남아 있는 몇몇 조치들과 관련해 각국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를 이번 6자회담에서 명확히 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4개월여만에 처음으로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얼굴을 맞대는 만큼 이번 회담은 그간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비공식 6자회담의 성격이 짙다고 남한 정부 관계자는 지적합니다.
결국 조만간 공식 6자회담이 열리거나 아니면 6자 외무장관 회담에서 보다 수준 높은 협상이 벌어질 것이며 이를 위한 사전논의 차원에서 이번 6자회담이 열린다는 말입니다.
힐 차관보는 17일 베이징에 도착한 후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회동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