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김연호 kimy@rfa.org
이 시간에는 북한 에너지 문제 전문가인 미국 노틸러스 연구소의 피터 헤이즈 (Peter Hayes) 소장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헤이즈 소장은 북한이 핵동결의 대가로 받는 중유 5만 톤은 에너지 난 해결에 턱없이 부족하며, 앞으로 핵폐기 2단계에서 북한에 가장 바람직한 에너지 지원 형태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특히 대규모 중유 지원은 북한의 현재 기술수준 상 오히려 발전시설을 부식시킬 위험이 있다고 헤이즈 소장은 지적합니다.
북한 선봉항에 지난 14일 도착한 중유 1차 선적분은 6천 톤이 조금 넘습니다. 다음달까지 모두 다섯차례에 걸쳐서 중유 5만 톤이 북한에 지원되는데요, 이 정도면 북한의 에너지 난 해결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까요?
It's really quite small compared to their absorptive capacity let alone their ultimate needs.
북한이 흡수할 수 있는 능력에 비해서는 정말 작은 규모입니다. 북한이 궁극적으로 필요한 에너지 규모에 비하면 말할 것도 없구요. 중유는 액체 형태의 석탄이라 보면 되는데요, 이걸 바로 사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북한이 소화할 수 있는 양은 한 달에 5만 톤 밖에 안 됩니다. 핵동결의 대가로 남한으로부터 받는 중유 5만 톤은 북한이 한 달이면 다 써버릴 양밖에 되지 않습니다. 사실 이번 중유지원은 북한이 곧 있을 2단계 핵폐기에 관한 협상에 앞서 일종의 계약금 조로 받는 겁니다.
앞으로 핵폐기 2단계, 그러니까 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빠짐없이 신고하고 핵시설을 불능화하면 중유 95만톤 상당의 지원을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로부터 받게 돼 있습니다. 2단계 대북 지원은 어떤 형태가 될 것으로 보십니까?
That was something that both sides, the five parties and the DPRK, recognize that there are many more important types of energy that are needed in N. Korea.
중유 95만 톤 상당의 지원이라고 했기 때문에 꼭 중유가 아니어도 문제될 게 없습니다. 북한과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 모두 북한에서 필요한 에너지 가운데 중유 말고 더 중요한 게 많다는 걸 인식하고 있습니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대북 지원 실무단 회의에서 북한에 가장 바람직한 지원을 어떻게 짜나갈지 고민하고 있을 겁니다. 제가 알기로는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지난달 평양을 방문했을 때, 앞으로 6개월 동안 핵폐기 과정이 진행된다는 전제 아래, 매달 중유 5만톤, 그러니까 모두 30만 톤을 북한에 지원하는 방안을 협상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올 연말까지 6자회담 참가국들이 중유 30만 톤을 지원하고, 여기에 중국이 석탄을, 그리고 미국이 인도적 차원의 에너지 지원을 추가할 것 같습니다.
북한은 에너지가 턱없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에너지를 저장하거나 운송하는 시설도 낙후돼 있고 발전소 시설도 많이 낡아서 문제가 심각한데요,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에너지 지원을 받아도 활용을 잘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The problem with a lot of HFO is that it is fairly high in sulfur unless you are quite careful.
많은 양의 중유를 사용할 경우 유황성분이 아주 많이 나오기 때문에 굉장히 조심해야 합니다. 북한이 지난 1994년 북미 기본합의에 따라 매년 중유 50만 톤을 지원받았는데요, 이 중유를 사용한 화력발전소들의 설비가 많이 부식됐습니다. 옛 소련이 망한 뒤 북한의 화력발전소에 있던 러시아 기술자들이 떠났기 때문에 이 문제가 제대로 처리되지 못했던 겁니다. 그 결과 상당수 발전소들이 돌아가지 못하고 멈춰야 했습니다. 중유 지원이 이뤄질 경우 매달 엄격하게 양을 나눠서 북한에 전달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경수로, 그러니까 핵발전소를 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요, 경수로가 북한의 에너지 난을 해결하는 데 실제로 어떤 도움이 될까요?
It's not a particularly rational energy strategy for N. Korea.
경수로는 북한에게 합리적인 에너지 전략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북한의 전력망이 경수로를 지원하기에는 너무 규모가 작고 단절돼 있습니다. 전력망이 낙후된 것도 문제입니다. 북한에 경수로를 지은 뒤 남한에 직접 연결하는 전력망을 만들자는 구상이 있기는 합니다. 전기를 북한에서 쓰는 게 아니라 남한에 보내서 그 대가로 돈을 받는 거죠. 또 다른 구상은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남북한의 동해안을 연결하는 전력망을 구축한 뒤, 북한의 경수로를 여기에 연결하는 겁니다. 역시 전기를 북한에서 쓰는 게 아니라 남한이나 러시아에 팔자는 거죠. 마지막으로 러시아가 내놓은 구상이 있는데요, 북한과 인접한 러시아 지역에 경수로를 지어서 북한에 전기를 보내자는 구상입니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경수로를 이용할 염려가 있다면, 이 방법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북한에 에너지 지원을 해도, 일반 주민들에게까지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에너지 지원이 군사용으로 전용될 가능성은 없습니까?
Every single person, man, woman and child, is in N. Korean military because that the way the society is organized.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북한의 모든 사람들은 군대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 사회가 그렇게 짜여져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에서는 군대에 들어가는 전기와 가정에 들어가는 전기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만 군사적으로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형태는 북한에 지원하면 안되겠죠. 탱크에 들어가는 디젤유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에너지 지원 역시 검증과 감시가 필요한데요, 원래 약속한 대로 사용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체제가 마련돼야 합니다. 북미 기본합의에 따라 한반도 에너지 개발기구가 북한에 중유를 공급할 당시에도, 유량계를 설치해서 원래 목적대로 중유가 사용되는지 철저히 감시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