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김연호 kimy@rfa.org
이달 말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에서 한국전쟁의 법적인 종식에 앞서 그 전 단계 형태인 한반도 평화선언이 합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평화선언이 자칫 북한 핵문제를 풀기 위한 6자회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현재 남북한간의 최대 현안은 단연 핵문제입니다. 따라서 이달 28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될 전망입니다. 하지만 핵문제는 남북한만 합의한다고 해서 풀릴 사안이 아니고, 북한도 이 문제는 미국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기존 6자회담의 합의사항들을 다시 확인하는 정도에 머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현재 관심은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에 쏠리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8일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핵문제 뿐만 아니라 남북한 평화문제, 군비통제 등에서 실질적 진전을 가져올 수 있도록 남북 정상회담을 준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를 두고 남한에서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의 전 단계로서 평화선언이 합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지속돼 온 한반도 정전체제가 끝났다는 상징적인 의미의 정치선언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러나 평화선언은 한미관계와 6자회담에 악영향이 가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에서 국제안보담당 차관의 선임 보좌관을 지냈고, 지난 4월에는 미국의 연구기관인 아틀란틱 카운슬에서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 방안에 관한 연구사업을 맡았던 도널드 그로스(Donald Gross)씨입니다.
Gross: (Any statement or declaration that's made at the summit should not undercut or weaken in any way the joint S. Korean-US position on the nuclear issue.)
"남북 정상회담에서 어떤 성명이나 선언이 나오든 북한 핵문제에 관한 미국과 남한의 공통된 입장을 어떤 식으로든 훼손하거나 약화시켜서는 안 됩니다. 미국의 입장은 북한의 핵폐기에 중대한 진전이 먼저 있어야 평화체제에 관한 진지한 협상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따라서 평화선언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가 중요한데, 알맹이가 별로 없으면서 정치적 논란만 불러일으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맨스필드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소장입니다.
Flake: (There has not been any serious dialogue between North and South Korea for decades on security issues.)
"남북한은 지난 수십년 동안 안보 문제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한 적이 없습니다. 북한이 남한을 논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평화선언이 나온다 하더라도, 이런 북한의 태도 때문에 모호하고 상징적인 수준에 지나지 않을 겁니다. 대량살상무기나 병력 감축 같은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북한은 미국과 논의하겠다고 나올 겁니다."
플레이크 소장은 북한의 핵물질과 핵무기에 대한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남한이 북한과 평화선언을 한다면, 북한의 핵을 용인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평화선언이 있고 나면 주한미군의 존재 이유에 대해 논란이 일 것이고, 미국과 남한의 합동 군사 훈련에 대한 북한의 비난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플레이크 소장은 내다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