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조총련 특집 3회] 조총련은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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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채명석 seoul@rfa.org

도쿄지방 법원은 지난 6월18일 정리회수기구가 제기한 627억엔 반환소송에서 조총련에게 전액을 반환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로부터 반삭이 지난 7월 7일. 도쿄 도시마 공회당에서 이른바 '총련 탄압'에 항의하는 재일본 조선인 중앙대회가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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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만술 의장, 허종만 책임부의장, 남승우 부의장 등 총련 집행부와 각 지역 본부위원장, 사업체 일군 등 1천3백 명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 '아베 정권은 총련 중앙회관에 대한 부당한 압수 책동을 중지하라' '정리회수기구는 총련 중앙회관에 대한 부당한 강제경매 신청을 즉각 철회하고 화해교섭에 성실히 응하라'는 등의 구호와 횡단막이 출렁거렸습니다.

(규탄대회) “압수 책동을 중지하라, 화해교섭에 성실히 응하라.”

북한 외무성도 7월1일 대변인 성명을 발표하고 "역대 일본의 어느 정권도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한 우리 공화국에 대한 흉악한 주권 침해행위"라고 아베 정권에 대한 비난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유엔주재 박길연 대사도 반기문 사무총장과 총회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고 조총련 문제를 유엔 총회에 회부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박길연 대사는 7월20일 열린 유엔 총회에서도 "일본 당국의 현대판 인종 숙청에 관한 안건을 유엔총회 제61차 안건에 포함시키자"고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지역 안보포럼에 참석한 박의춘 외상도 조총련 탄압을 6자 회담과 연계시켜 "일본이 지금처럼 총련에 대한 탄압에 매달리면 6자 회담이 뱅코 델타 아시아 문제로 교착상태에 빠졌던 것보다 더 큰 정치적 위기를 몰고 올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지금도 북한의 언론매체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조총련 문제와 관련해서 아베 정권을 비난하는 기사와 논평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특히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대패한 이후 아베 정권을 비난하는 어조는 더욱 격렬해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한마디로 북한과 조총련은 아베 정권이 조총련을 말살할 목적에서 총련 중앙회관 강제집행을 서두르고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조총련의 주장에 따르면 아베 정권이 등장한 이후 약사법 위반, 세리사법 위반 등을 구실로 수백 명의 경찰과 장갑차까지 동원하여 총련 관련시설에 대해 감행한 강제 수색은 11건, 50개에 달했습니다.

조총련의 주장에 따르면 또 총련은 2003년2월 반환의무를 지닌 채무를 확인한 뒤 정리회수기구 측에 대해 수 차례에 걸쳐 화해 안 즉 매년 5억엔을 8년에 걸쳐 지불하고, 그와는 별도로 4년에 걸쳐 30억엔, 합계 70억엔을 지불하겠다고 제안해 왔습니다.

하지만 정리회수기구 측이 3년간은 해마다 5억엔 씩 지불하고 4년째에는 잔금과 연 5% 이자(약31억엔)를 포함한 전액을 일괄 반환하라는 식으로 자신들의 화해 안을 일방적으로 파탄시켰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채권회수라는 구실로 총련의 활동 거점 그 자체를 물리적으로 제거하기 위해서 아베 정권과 정리회수기구가 실행 불가능한 화해 안을 강요해서 교섭을 결렬시켰다는 겁니다.

사실 미노베 지사 때인 64년부터 총련 중앙회관을 재외공관에 준하는 시설로 인정하여 면세 조치해 오던 암묵의 양해를 묵살하고 도쿄도의 이시하라 지사가 2003년 돌연 과세 조치한 것은 북한과 조총련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였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극우 정치가 이시하라가 북한을 극도로 혐오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니까요.

납치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고 있는 아베 정권이 등장한 이후 11건, 50개 조총련 관련 시설에 대해 강제 수색을 실시하고 있는 것도 북한과 조총련을 압박하기 위한 또 다른 카드라고 해도 역시 틀린 말은 아닙니다. 일본 경찰이 작년 11월 조총련 도쿄도 본부 등을 가택 수색하면서 총련 계 동포 박순분(75)씨를 약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으나 도쿄 지방 검찰이 혐의가 없다고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이 좋은 예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아베 정권이 집권하는 한 일본 정부가 조총련 탄압, 주권 침해라는 북한측 주장을 받아들여 어떤 타협점을 제시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전무합니다. 다시 말해서 현 아베 정권은 조총련 관련 시설에 대한 강제수색은 일본 국내법에 의거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고, 총련 중앙회관에 대한 경매 처분은 채권회수 절차에 따른 경제 행위라는 주장을 절대 굽히지 않을 것이란 얘깁니다.

또 조총련 압박정책을 펼치고 있는 아베 총리가 물러난다고 해도 사태가 호전될 가능성은 없습니다. 누가 다음 정권을 차지하든 간에 법원의 판결을 뒤엎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남아 있는 최후의 카드는 국교정상화 교섭을 통해 북한과 일본이 조총련 문제를 정치적 또는 외교적으로 풀어 가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최대 난관은 역시 일본인 납치문제입니다. 납치문제만 해결된다면 북한과 일본은 언제라도 국교정상화교섭을 개시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전전 배상, 전후 보상 문제와 조총련 문제를 교환하는 형식으로 어떤 타협점을 모색할 수도 있습니다.

허종만 책임부의장은 중앙회관이 경매 절차에 들어갈 것을 예상하고 지난 5월말 오가타 전 공안조사청 장관 측에 35억 엔을 받고 건물과 토지를 매각하려했습니다. 그러나 오가타 측의 사기 극에 말려들어 사전 매각 계획은 결국 실패로 끝났습니다. 허종만은 오가타 측과 교섭하기 이전에도 돈 많은 총련계 실업가들을 찾아 가 중앙회관을 매수해 주도록 간청했으나 모두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과 일본의 국교가 정상화된다는 보장만 있다면 산하 상공인들도 총련에 돈 대주기를 꺼리지 않을 것이라고 코리아 국제연구소의 박두진 소장은 말합니다. 수교 후에 대폭 늘어나게 될 사업 기회를 노리고 말입니다. 총련 계 동포 사회에서도 국교만 정상화되면 모든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말이 떠돌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북한과 일본의 수교교섭이 어느 세월에 타결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납치문제가 해결되어 정식 수교 교섭에 들어간다 해도 전전 배상, 전후 보상과 같은 무수한 난제, 난문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설사 북한과 일본의 국교가 정상화된다 해도 그것이 총련 조직과 동포 사회에 꼭 도움이 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우선 북한의 정식 대사관이 도쿄에 들어서면 '북한 대사관'을 자처해 온 조총련이 단순한 '동포 사회의 친목 조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또 사유재산제를 인정치 않고 있는 북한이 일본과의 국교가 정상화되면 총련 계 동포 사회의 공유재산과 사유재산에도 손을 되려 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총련 계 동포사회의 공유재산과 사유재산은 각각 10조 엔씩으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20조 엔을 달러로 환산하면 약 1.800억 달러에 달합니다.

국교가 정상화되면 북한이 일본으로부터 받게될 전전 배상, 전후 보상금은 50억에서 100억 달러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그래서 북한은 전전 배상, 전후 보상보다는 재일동포 사회의 공유, 사유 재산 1,800억 달러에 더 군침을 흘리고 있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북한 헌법과 국적법에 따르면 해외 동포들도 거주지와 관계없이 정치적, 법적 보호를 받게돼 있습니다. 국교가 정상화되면 이 법적 보호의 대가로 재일 동포들로부터 각종 명목의 세금을 거둬들일 것이라는 설, 병역 의무를 부과하거나 병역 면제 대가로 금전을 요구할 것이라는 설도 나돌고 있습니다. 그래서 막상 북일 수교교섭이 막바지에 다다르면 조총련을 이탈하는 동포들이 또다시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습니다. 북한이 자신들에게 어떤 요구를 해 올 지 두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코리아 국제 연구소의 박두진 소장은 현재 5만 내지 4만으로 추정되는 조총련 세력은 당분간 이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유는 그들 대부분이 북송선을 타고 동토의 공화국으로 들어간 가족과 친척을 갖고 있는 이산 가족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북한에 있는 가족과 친척들이 핍박을 받지 않도록 당분간은 조선 국적 즉 북한 국적을 유지할 것이라고 박두진 소장은 말합니다.

하지만 북송선을 타고 북한으로 들어간 귀국 1세대들은 이미 사망했거나 나이가 든 고령자들입니다. 귀국 1세대들이 죽으면 일본에 살고 있는 형제, 친척들이 북한을 방문하는 회수도 자연히 줄어들게 됩니다. 왕래가 끈기다 보면 당연히 친척간의 관계도 멀어질 것입니다. 따라서 세대교체가 진행되다보면 조총련 세력이 자연 감소하게 될 것이란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입니다.

민단의 경우도 예외는 아닙니다. 아이를 적게 나는 이른바 '소자화 현상'으로 태어나는 사람보다 죽는 사람이 많아서 민단의 등록자 수도 해마다 3천명 정도가 자연 감소하고 있습니다. (2005년도 출생자 1,876 명, 사 망자 4,668 명, 자연 증감 -2,784명)

또 일본으로 귀화하는 사람과 일본인 배우자와 결혼해 한국 국적을 이탈하는 사람들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습니다. 2005년도 통계에 따르면 일본에 귀화하는 사람은 연간 1만 명을 오르내리고 있습니다(2004년 11.031명, 2005년 9,689 명). 동포간의 결혼은 1할에 불과합니다. 그 대신 결혼하는 사람의 9할 가량이 일본인 배우자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민단의 전체 등록자수도 매년 1만 명 이상 줄어들고 있습니다(2005년도 -12,473명).

조총련은 조직 이탈 현상에 쐐기를 박기 위해 지난 5월말에 열린 제21차 전체대회에서 '동포 되찾기 운동'을 범동포적으로, 전략적 으로 전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조총련이 조직을 총동원하여 '잃어버린 동포 되찾기 운동'을 벌인다해도 그 한계는 분명합니다. 해마다 동포들의 절대 인구가 자연 감소하고 있는 마당에 어디서 동포들을 되찾아 올 수 있겠습니까.

조총련은 또 이른바 '일본 반동들의 총련 말살 책동'을 저지하기 위해 우리 집 지키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조총련의 우리 집을 지키자는 노래입니다.

(노래) 모두다 모여라. 우리 집을 지키자

하지만 조총련이 이런 운동을 통해 우리 집 즉 총련 중앙회관을 되찾을 가능성은 현재로선 전무합니다. 총련 중앙회관의 강제집행을 사주했다는 아베 정권이 물러난다 해도 상황은 별로 달라질게 없습니다.

조총련은 중앙본부 건물과 부동산이 경매로 넘어 갈 경우 도쿄 분쿄구에 있는 조선출판회관으로 이전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합니다. 조선출판회관이 비록 13층 짜리 건물이긴 하지만 조선신보사 등 산하 20여 개 단체가 입주해 있어 중앙본부가 송두리째 들어 갈 공간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박두진 소장: 처음엔 경매로 넘어간 도쿄도 본부가 출판회관으로 옮길 계획이었다. 중앙본부에서 그 공간을 비어두고 아라카와 지부로 이사하라고 했다고 한다. 자기들이 그곳으로 들어 갈 속셈인 것 같다. 현재 중앙회관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기구가 대폭 축소됐기 때문에 그리 많지는 않다. 문제는 지하에 있는 방대한 자료를 어디로 옮기냐는 것이다.

조총련의 아성 후지미의 총련 중앙회관에서 북한 인공기의 깃발이 내려지는 날, 다시 말해서 52년간 공들여 쌓아 온 '일본 속의 주체의 탑'이 사상누각 즉 모래성으로 변하는 그날은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자료 - 남승우 관련 연표>

1944년생(63세) 학력 조선대학교 정경학부 졸업(9기 생) 조선대학교 정경학부 조수 조청 조대 위원회 전임 부위원장 73년 경 조일 상사 입사 79년 경 조총련 국제국 부장 89년9월 공안조사청 간부 국회 답변, 조총련을 위험한 단체라고 규정 9년6월 오가타 공안조사청 장관, 학습조 약 5천명이 비공개 활동에 종사(중의원 예산위원회) 99년9월 중앙위원회18기 제3차 확대회의에서 부의장으로 승격 00년3월 김정일, 허종만과 남승우 접견 02년4월 김정일, 서만술 의장과 남승우 접견 02년9월 김정일, 북일 정상회담을 위해 학습조 해산 지시설 02년9월 김정일, 납치 13명 인정 02년10월 남승우, 납치문제에 대한 총련의 입장 발표 02년11월 공안조사청 도치기 쇼타로 차장, 파괴방지법의 용의 단체에서 파괴방지법 적용 대상 가능 단체 (중의원 재무금융위원회) 04년5월 제20차 전체 대회에서 서열 3위의 부의장으로 승격 05년2월 노동당 대외연락부가 남승우에게 학습조 부활지시설 07년6월 아베 총리, 총련이 납치를 비롯한 범죄에 관여해 온 것은 명백. 총련은 파괴활동 방지법에 기초한 조사대상

<자료 - 조총련 제21기 집행부> (2007년5월28일 선출)

- 의장: 서만술(80) - 책임부의장: 허종만(76 또는 72) - 부의장: 남승우(63), 량수정(70), 리기석(72), 고덕우(45), 배익주(61), 박구호(47) - 사무총국: 리기석(부의장 겸임) - 사무국장: 정태문(57) - 민족권리위원회 위원장: 배익주(부의장 겸임) - 민족권리위원회 부의원장: 김상일(52), 한정숙(56, 한덕수 의장 차녀) - 권리복지위원회 위원장: 고덕우(부의장 겸임) - 권리복지위원회 부위원장: 진길상(49) 소철진(44) - 선전홍보국장: 박구호(부의장 겸임) - 교육국장: 양옥출(55) - 경제국장: 서세교(60) - 국제통일국장: 서충언(49) - 재정국장: 조동환(59) - 재무담당 상임: 조효제(62) - 조국방문소 소장: 김홍철(66) - 중앙감사위원회 위원장: 홍인흠(76)

* 동포생활국, 문화국, 여성국은 폐지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