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미국이 북한에 제안한 내용은 무엇?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할 경우 오는 2008년까지 200만kw의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남한의 대북 ‘중대제안’이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대단히 창의적인 구상’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같은 구상이 실은 지난해 6월 미국이 제3차 6자회담에서 북한에 제시한 제안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미국이 제시한 대북 제안은 어떤 내용인지 변창섭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우선 라이스 장관 말대로 지난해 6자회담에서 미국이 북한에 제시한 제안에 대북 에너지 지원과 관련한 내용이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미국은 당시 3차 6자회담에서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검증받을 경우 이에 상응하는 보상책을 비교적 상세히 적은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관련 대목을 살펴보면, 북한이 모든 핵시설을 신고하고 일체의 핵활동 중단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검증받으면 이에 상응해 6자회담 참가국들은 ‘핵에너지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북한의 에너지 수요를 결정해 지원하는 방안을 연구한다’고 돼 있습니다.

라이스 장관은 남한이 북한에 200만kw의 전기를 주겠다는 뜻이 바로 이 대목을 구체화한 것으로 생각한 것 같습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우선 금방 말씀드린 대목중 ‘핵에너지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라는 부분부터 따져보죠. 이 말대로라면 당초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폐기할 경우 현재 건설이 중단돼 있는 원자력 발전소를 아예 폐기처분하고 원자력 이외의 에너지, 이를테면 화력발전소를 제공하는 방안을 생각했던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남한이 직접 송전 방식으로 준다고 했으니 미국은 더 이상 이 문제로 고민할 필요가 없게 된 셈입니다. 다음으로, ‘북한의 에너지 수요를 결정해’란 대목인데요, 이번에 남한이 제시한 200만kw는, 북한이 현재 공급하는 실제 발전총량이 230만kw 가량임을 감안할 때 필요충분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입니다.

그럼 여기서 방금 말씀하신 대북 에너지 지원과 관련한 대목 말고 미국 측 제안의 다른 내용도 좀 살펴볼까요. 미국은 북한에 대해 핵시설 신고와 폐기 준비기간으로 3개월을 제시했죠?

그렇습니다. 미국은 당시 제안에서 북한에 대해 항구적이고도 철저하며, 투명한 방식으로 모든 핵계획을 해체하고 검증받을 것을 보상의 대원칙으로 제시했습니다.

검증 대상에는 핵관련 시설과 물질 외에도 기존의 핵무기와 핵무기 부품, 원심분리기 등 기타 핵관련 부품, 핵연료 물질과 핵연료봉 등을 제거할 것도 요구했습니다. 또 이런 것을 신고하고 폐기하는 데 3개월을 제시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미국이 3개월내 북한에 대해 요구한 사항은 무엇입니까?

크게 4가지입니다. 우선 농축 우라늄 활동을 포함해 모든 핵무기 계획, 물질, 그리고 시설들을 신고하라는 것입니다. 둘째로 모든 핵활동 계획을 중단하고 핵물질과 핵시설은 밀폐해서 감시체제 아래 두라는 것입니다.

셋째로 모든 핵분열 물질을 안전히 보관하고 모든 핵연료를 철저히 감시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끝으로 모든 핵무기와 핵무기 부품, 그리고 원심분리기 핵심부품을 공개해 관찰단이 입회한 가운데 폐기하라는 것입니다.

북한이 3개월 안에 방금 말씀하신대로 미국측 요구 4가지를 들어줄 경우 어떤 보상책이 있습니까?

미국측 제안을 보면 5가지의 보상책이 나옵니다. 우선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6자회담 참가국, 즉 미국, 남한, 일본, 러시아, 중국이 현재 중단된 중유 공급을 재개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실질적인 공급 재개는 북한이 방금 말씀드린 요구조건을 완전히 충족해야 시작하도록 못 박았습니다. 지난 94년 이래 매년 50만 톤씩 제공돼온 중유는 북한의 농축우라늄 의혹 때문에 현재 중단된 상태입니다.

중유 공급 말고 다른 보상책은 어떤 것입니까? 북한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안전보장책도 들어있나요?

그렇습니다. 제안에 따르면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국들이 북한을 침공하거나 공격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의지를 담은 잠정적인 안전보장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앞서 말씀드린 핵에너지 이외의 방법으로 북한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는 방안이 나와 있습니다. 또 미국의 대북한 경제 제재를 풀고 북한을 테러국 명단에서 제외시키는 방안을 논의할 것도 제시됐습니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핵해체에 필요한 기술, 재정적 지원을 제공한다고 돼 있는데, 여기엔 북한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에 대한 훈련계획도 들어있습니다.

북한이 미국측 제안에 따라 모든 핵시설을 신고, 폐기하고 검증까지 다 마치면 에너지 지원에서 안전보장, 경제제재 해제 등 여러 혜택을 받게 돼 있는데, 북미 양국간 수교와 관련한 대목은 없습니까?

미국측 제안에는 북미 수교와 관련한 직접적 대목은 없습니다. 다만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한 핵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고 난 뒤에는 북한과 미국간 관계정상화와 북한과 국제사회의 경제협력에 걸림돌이 되는 남아있는 현안들을 장차 풀어나간다고만 돼 있습니다.

변창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