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의 개최 가능성 Q/A

워싱턴-허형석 huhh@rfa.org
2010.02.17
올해 안으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남북한은 이전처럼 사사건건 대치하는 가운데에서도 수뇌회담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내놓을 뿐만 아니라 특별히 이 회담을 반대하는 의사를 내놓지 않습니다. 정상회담 개최는 남북한 양측의 정치적인 필요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요즘 남쪽에서는 남북 수뇌회담과 관련한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이 이 회담과 관련해 말한 일련의 내용부터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기자:
남북 수뇌회담의 개최가 점점 구체화하는 느낌입니다. 회담 개최와 관련해 현재 가시적인 정황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한 발언을 살펴보면 회담의 3대 조건인 의제, 장소, 시기 등이 날로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작년 텔레비전 방송으로 장소는 서울이 아니어도 좋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은 3차 남북 정상회담이 순서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으로 원래 서울에서 열려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29일 영국 방송 BBC와 한 회견에서는 “김 위원장을 연내에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시기를 말했습니다. 또 미국 방송 CNN과 한 회견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지 아닌지를 답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해 핵 문제가 정상회담에서 주요한 의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이와 같은 일련의 발언은 수뇌회담이 어느 정도까지 구체화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나오기가 어렵습니다.

앵커: 이 대통령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의 고위 관계자에게서도 비슷한 내용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울러 정리해 주시지요?

기자:
우선 정운찬 총리는 5일 국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북한이 비핵화에 성의를 보이고 여러 인도적인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하고 “비핵화, 국군 포로와 납북자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한다는 조건에서 정상회담은 가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주호영 특임장관도 5일 mbn 방송에 출연해 “제가 알기에는 북쪽에서 정상 간의 만남을 바라고 있다”고 밝히고 “이 대통령이 마음을 먹으면 연내에도 회담이 가능하다고 보는 전망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현인택 통일장관도 5일 국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비핵화에 도움이 된다면 정상회담을 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발언도 정상회담이 성사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무게를 둔 상태에서 모두 나왔다고 보입니다.

앵커:
남북 수뇌회담에 관한 이야기는 남쪽뿐만 아니라 북쪽에서도 나오지 않았습니까?

기자: 재일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이를 잘 드러냈습니다. 이 신문은 올해1월 1일자에서 북한이 신년 공동사설에서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서 “우리의 입장은 확고부동하다”고 언급한 대목을 “올해의 극적인 사변을 예감케 하는 의지 표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신문은 북한의 입장을 대외적으로 대변합니다. 북한을 방문하고서 13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린 패스코 유엔 특사는 “북한이 한국과 관계 개선을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15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열린 중앙보고대회에 참석해서 “북남 관계를 개선하려는 우리의 입장은 확고부동하다”고 말했습니다. 두 사람은 남북 정상회담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발언은 모두 남북 정상회담의 개최까지 염두에 두었다고 관측됩니다.

앵커: 자, 그렇다면 왜 북한은 수뇌회담의 개최에 이처럼 관심을 보이고 있나요?

기자: 북한은 만성적인 식량난과 경제난으로 시달립니다. 유엔의 경제 제재와 한국과 미국의 ‘대화와 제재’라는 압박 정책에도 고통을 받습니다. 통화 개혁의 실패와 시장에 대한 잠정적인 폐쇄 조치로 통화 가치의 하락과 물자 부족이 발생해 인플레이션, 통화 팽창까지 발생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경제 조치를 백방으로 취한다고 해도 물자 부족에는 속수무책(束手無策)입니다. 이 상황에선 중국뿐 아니라 남측의 경제 지원도 절실합니다. 현재 남쪽에선 쌀이 남아돌아 처리가 곤란할 지경입니다. 북한은 정상회담을 통한다면 남쪽에서 쌀과 비료 수십만 톤은 그냥 받아올 수가 있어 이것에 매달립니다.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는 데 대남 관계를 좋게 만들어야만 합니다. 김 위원장은 후계자로 알려진 셋째 아들을 위해 안정적인 여건을 만들어 주려고 그나마 건강할 때 정상회담을 서두른다고 알려졌습니다. 정상회담은 이런 상황에 묘책이 될 수 있습니다.

앵커: 반대로 한국이 남북 정상회담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한국 정부가 가장 신경을 쓰는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여기서 다루고 싶기 때문입니다. 또 국군 포로와 납북자의 송환과 같은 인도주의적 문제를 정상 간의 협의를 통해서 해결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국군 포로와 납북자 문제를 인권 차원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봅니다. 한국의 이명박 정부는 북한이 이런 문제에서 양보를 하면 동포애로 북한 인민을 지원할 생각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회원국으로 아프리카 등지에 이제 원조를 주는 국가의 반열에도 올랐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일괄타결 방안, 즉 그랜드 바긴(grand bargain) 구상을 어느 정도는 실현해 남북 관계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끌어낸 최초 대통령이 되려고 합니다.

앵커: 남북은 정상회담의 개최와 관련해 작년에 남북한 간의 비밀 접촉을 했다고도 전해집니다. 양측은 무슨 사항에서 합의를 하지 못해 회담을 개최할 수가 없었습니까?

기자:
남북한은 핵 문제를 비롯한 여러 사항에서 합의를 하지 못했습니다. 핵 문제에서 남측은 ‘비핵화’를, 북측은 ‘핵 문제의 진전’을 고집했다고 알려졌습니다. 국군 포로와 납북자와 관련해 남측은 ‘대규모 송환’을, 북측은 ‘고향 방문’을 제시해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했습니다. 북측은 합의문에다 쌀과 비료의 지원을 명시하거나 회담 이전에 이를 지원하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남측은 이런 인도적인 지원은 핵 문제, 국군 포로와 납북자 문제에서 진전이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그러나 회담의 대가로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앵커: 남북한은 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해 이런 견해차를 좁힐 수가 있다고 보이나요?

기자: 남북한은 정상회담에 임하는 생각이 많이 다릅니다. 한국은 회담을 통해 비핵화에 진전을 이루고 인도주의 문제에서도 성과를 내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북한은 핵과 평화협정 문제는 미국과 하고, 남쪽과는 경제 협력과 인도적 문제만 논의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남북 수뇌회담은 한쪽에서 나름의 정치적인 필요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지 않으면 열릴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여러 가지로 아쉬운 입장에 있는 북한의 결단이 있어야 수뇌회담은 열릴 수가 있습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남북 수뇌회담의 개최 가능성에 관해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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