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A 북한 동결자금 이체에 기술적 장애 많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묶여 있던 북한 자금 2천5백만 달러를 풀어준다는 정치적 합의는 이뤄졌지만, 기술적인 문제가 적지 않아 이 돈이 북한측에 넘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이 문제 때문에 베이징에서 나흘간 열린 6자회담이 별다른 진척을 거두지 못한 채 휴회에 들어갔습니다.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김연호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미국과 북한은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묶여 있는 북한 돈 2천5백만 달러를 중국은행 베이징 지점으로 보내기로 이미 합의했는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계좌 주인들이 돈을 보내달라고 신청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습니다. 북한이 제안한대로 중국은행 베이징 지점에 있는 조선무역은행 계좌로 돈을 모두 보내려면, 계좌 주인들이 직접 신청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북한은 지난 20일 대리인을 앞세워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신청서 한 부만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은행측은 계좌 주인들로부터 직접 신청서를 받는 게 원칙이라며 북한측의 송금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북한이 계좌주인들로부터 직접 송금 신청서를 받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미국으로부터 금융제재를 받고 있는 계좌주인이 드러나는 걸 꺼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합니다. 북한측이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열어 놓은 계좌는 모두 50여개에 이르는데요, 조선무역은행과 단천상업은행 등 20여개 북한 은행, 조광무역을 비롯한 11개 무역회사, 그리고 9명의 개인 이름으로 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단천상업은행은 지난 2005년 미국 재무부로부터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관여한 혐의로 금융제재를 받았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북한이 기술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모든 일을 정치적으로 풀려고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이 계좌주인들로부터 신청서를 걷어서 제출하면, 더 이상 문제가 없는 겁니까?

그 뒤에도 기술적인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이 22일 기자설명회에서 설명한 바에 따르면, 1만 달러 이상을 송금할 경우 미국에서 결제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여기에만 최소한 일주일이 걸립니다.

전문가들은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이 이미 미국 재무부로부터 돈세탁 은행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중간에서 송금과정을 도와줄 미국 은행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국 재무부의 몰리 밀러와이즈 대변인은 재무부가 이 문제를 나서서 해결해줄 수 없냐는 질문에 답변할 게 없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22일 밝혔습니다. 밀러와이즈 대변인은 북한이 돈을 돌려받는데 굳이 미국 은행이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밀러와이즈 대변인의 말대로라면 다른 방법이 있다는 얘기가 되는데요.

다른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남한의 금융 전문가에 따르면, 예를 들어 유럽은행들이 중간에 송금과정을 처리해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럽은행들 역시 달러 자금은 보통 미국 은행들에 예치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은행들의 손을 거쳐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이 과정에서 돈을 보내달라고 하는 은행이 원래 미국 재무부의 제재를 받고 있는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이었다는 사실이 미국 은행들에 알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현금을 직접 받아가는 방법은 없습니까?

계좌이체가 여의치 않으면 북한에 현금을 직접 주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도 북한에 현금을 직접 보내거나 수표를 끊어주는 방법이 논의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 방법도 쉽지는 않습니다.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처럼 작은 은행이 2천5백만 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금고에 보관하고 있는지 불투명합니다. 보통 은행들은 달러자산을 미국 은행에 예치해 놓고 일부만 현금으로 보관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방법 역시 시일이 걸리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우다웨이 부부장은 또 북한에 진출한 남한 은행의 협조를 받는 방안을 남한측에 제안했다고도 밝혔습니다.

원래 돈을 이체받기로 한 중국은행도 문제를 제기했다죠?

그렇습니다. 중국은행은 돈세탁과 달러 위조, 대량살상무기 등과 관련된 문제있는 돈을 받아준다면 국제금융시장에서 신용을 잃을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중국은행이 국유은행이기는 하지만 작년부터 홍콩 증시에 상장된 국제은행인 만큼 국제금융시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중국 정부도 이점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타협안으로 북한돈이 중국은행으로 넘어오면 이 은행에 예치하지 않고, 제3국으로 다시 보내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워싱턴-김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