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타결된 6자회담 합의문에서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를 위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하기 위한 과정을 시작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1987년 이후 테러행위에서 손을 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일본인 납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 여전히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은 지난 2005년 9월 19일 6자회담 공동합의문을 통해 서로 주권을 존중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며 각자의 정책에 따라 관계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취하기로 약속했었습니다. 지난 13일 타결된 회담에서는 여기서 더 나아가 두 나라가 양자간 현안을 해결하고 전면적인 외교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양자대화를 시작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를 위해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하기 위한 과정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미국은 지난 1988년부터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습니다. 북한은 1983년 버어마를 방문한 남한의 전두환 대통령 일행에게 폭탄 테러를 가해 남한 부총리와 장관 등 수행원 17명을 숨지게 했습니다. 북한은 1987년 또다시 남한을 상대로 폭탄 테러를 저질렀습니다. 중동의 이라크를 출발해 서울로 가던 남한의 대한항공 비행기가 인도양 상공에서 폭발해 승무원과 승객 115명이 모두 숨졌습니다.
그러나 대한항공 폭파 사건 이후로 북한이 테러행위를 저지른 기록은 없습니다. 미국 국무부가 작년 발표한 ‘국가별 테러실태 연례 보고서’에서도 북한은 지난 1988년 이후 한번도 국제 테러행위를 저지른 적이 없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지난 2000년에는 미국과 북한이 테러문제에 관한 회담을 열어 공동성명을 발표하기까지 했습니다. 이 공동성명에서 북한은 테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테러를 근절하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을 지지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여전히 미국 국무부가 지정한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라 있는 이유는 일본인 납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970년 일본 공산당 계열의 적군파 요원들이 일본 민간항공기를 납치해 북한으로 망명했는데, 북한은 이들을 아직도 보호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북한이 일본인 말고도 다른 국적의 외국인들까지 납치했다는 신빙성 있는 보고들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사회과학원의 레온 시갈 박사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는 미국의 정치적 의지에 달려있다고 말했습니다.
Sigal: (There are all kinds of ways to show that the North is short of full diplomatic relations but we'll see.)
“일본인 납치와 적군파 문제 말고도 북한과의 정상적인 외교관계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는 얼마든지 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과의 관계정상화가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북한이 미국과 연락사무소를 상호 설치하자고 나올 수도 있고,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외교관계 정상화가 이뤄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2008년 임기가 끝나는 부시 대통령 아래에서 북한과의 관계정상화가 상당한 진전을 보기는 어려울 겁니다.”
한편 미국 국무부가 현재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해 놓은 나라는 북한을 비롯해 쿠바와 이란, 시리아, 수단 등 다섯 개 나라입니다.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나라는 미국의 수출관리법 (Export Administration Act), 무기수출통제법 (Arms Export Control Act) 해외지원법 (Foreign Assistance Act) 등에 따라 각종 규제를 받게 됩니다.
이들 나라에는 미국의 해외 원조가 제한되고, 군수물자가 수출될 수 없으며, 군수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물자 역시 수출을 제한받습니다. 이밖에도 미국은 세계은행을 비롯한 국제금융기관이 테러지원국들에 돈을 빌려주는 것에도 반대하고 있습니다.
워싱턴-김연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