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고위관리는 7일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회견에서 미국은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이행하는 쪽으로 움직이기만 한다면 비핵화 이전이라도 에너지 지원과 테러지원국 해제 등을 통해 북미 관계정상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혀 주목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주 북한을 방문해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등을 만났던 미 국무부 전 관리 조엘 위트 씨는 7일 자유아시아방송과 회견에서 북한 입장에서는 오히려 향후 미국이 북한과 합의한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세한 소식을 양성원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이번 6자회담에서는 북한의 핵동결 관련 합의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 많이 나오고 있죠? 특히 7일자 파이낸셜 타임스 보도가 주목을 끄는데요.
네, 파이낸셜 타임스는 부시 행정부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작년 9월 6자회담에서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 약속을 이행하는 쪽으로 움직인다면 설령 비핵화 조치가 완료되기 이전이라도 미국이 전향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 관리는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미국 기업들의 대북 거래 규제를 풀겠다는 것입니다. 이 관리는 이어 이번 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이 영변의 5메가와트 원자로를 가동시키지 못하게 하고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의 북한 입국을 허용한다는 요구를 관철시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6자회담 재개를 앞두고 회담과정에서 북한이 과연 핵동결 이후 핵폐기로 나아갈 진정한 의지가 있는지, 또 미국도 북한에 대한 상응조치 이행 약속을 지킬 지 여부인데요, 전문가 견해는 어떻습니까?
네, 조엘 위트 씨는 7일 자유아시아방송과 회견에서 이제는 더 이상 북한의 핵폐기 의지에 대해 질문을 할 것이 아니라 미국이 과연 북한의 핵폐기를 위한 대가를 북한에 지불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자문해 볼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그 대가는 바로 북한이 원하는 경수로라는 것입니다. 직접 그의 말을 한 번 들어보시죠.
Joel Wit: 북한 측은 북한이 핵을 폐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경수로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들의 주장의 핵심은 경수로를 받게 되면 북한은 핵을 폐기할 용의가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북한의 핵폐기 과정에서는 반드시 북한과 미국 사이의 관계 개선이 뒤따라야 합니다.
북한은 장기적으로 미국과의 보다 나은 관계를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부시 미 행정부가 과연 실제로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나설 수 있을 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은 미국이 과연 북한 핵폐기를 향한 회담도 진전시킬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미 부시 행정부는 베를린에서 북한과의 양자대화에 나서는 등 좀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까?
예, 하지만 여전히 부시 행정부에서는 언제든 북한과의 협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위트 씨의 지적입니다. 그의 말을 들어보시죠.
Joel Wit: 미국이 최근 북한에 대한 입장을 변화시킨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 협상을 진전시키려는 움직임은 언제든 부시 행정부 내 대북 강경파 인사들에 의해 방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 부시 행정부 내 의사결정 구조는 무척 혼란스럽습니다. 힐 차관보가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보고하고 부시 대통령이 협상에 잘 임해보라는 뜻을 시사하는데도 불구하고 행정부 안팎에서는 북한과의 협상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너무나 자명합니다. 이 때문에 힐 차관보는 심지어 부시 행정부 내에서도 북한과의 협상 내용을 비밀로 하려는 것입니다.
실제 최근 미국과 북한과의 핵동결 관련 합의가 이뤄질 것 같다는 전망이 나오자 미국의 대북 강경파들은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놓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딕 체니 부통령의 안보 보좌관을 지냈던 아론 프레드버그(Aaron Friedberg) 프린스턴 대학 교수와 국방부에서 중국담당관을 역임했던 미 기업연구소(AEI)의 댄 블루멘탈(Dan Blumenthal) 연구원은 북한의 핵동결 관련 합의 가능성과 관련해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들은 미국의 보수적 시각을 대변하는 잡지 ‘위클리 스탠다드(Weekly Standard)’ 12일자 최신호 기고문에서 북한은 지난 94년 제네바 핵합의처럼 언제든 번복할 수 있는 약속을 하면서 보상을 받기 위해 관련국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미국의 차기 정권은 세계 최악의 정권인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또 이를 계속 생산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들은 현재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취하고 있는 금융제재를 더욱 강화하고 중국에 대해서도 더 강한 압박을 가해 북한의 핵을 포기시키도록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워싱턴-양성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