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김연호
지난해 10월 핵실험을 단행한 북한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취한 제제 결정에 반대해온 러시아가 뒤늦게나마 결의를 이행하는데 동참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가 북한이 6자회담에서 합의한 핵폐기 조치를 계속 미루고 있는 것에 대해 러시아가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습니다.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7일 유엔 대북 제재결의를 이행하라는 대통령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작년 10월 북한의 핵실험에 대응해 채택한 대북 제재결의의 이행을 그동안 계속 미뤄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푸틴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러시아의 관할 안에 있는 모든 정부 기관, 민간 업체와 단체 그리고 개인들은 탱크와 미사일 발사대, 전투기, 전함 등 무기류를 북한에 수출할 수 없습니다.
다른 나라 무기가 러시아를 거쳐 북한에 수출되는 것도 금지됩니다. 핵무기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물질도 똑같은 규제를 받습니다. 북한 기술자와 전문가들이 대량살상무기 생산에 활용될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을 러시아에서 훈련받는 것도 금지됩니다. 북한의 핵개발 계획을 지지하고 독려한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러시아를 방문할 수 없습니다.
또 북한 지도부들을 겨냥해 사치품 수출을 금지했습니다. 5만 루불, 미화로 약 2천 달러 이상의 고급 보석과, 2백 달러 이상의 고급 시계와 향수, 고급 모피 의류와 술, 11만 달러가 넘는 자동차 등이 앞으로 북한에 수출될 수 없습니다.
그 동안 대북제재에 반대해온 러시아가 갑자기 이런 조치를 취한데 대해,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의 6자회담 합의 불이행에 대한 불만의 표시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Bruce Klingner)선임연구원의 말입니다.
Klingner: (Moscow has remained critical of the US for its policy towards N. Korea.)
"사실 그동안 러시아는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진 책임을 북한보다는 미국에 돌리면서, 미국의 대북 정책을 비판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푸틴 대통령의 조치에서 드러났듯이, 북한이 지난 2월 베이징 합의에 따른 의무사항들 이행하지 않고 버티는 것에 대해 러시아가 점점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6자회담 합의대로라면 북한은 이미 지난달 14일 핵시설을 폐쇄 봉인하고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를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그러나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서 풀린 2천5백만 달러를 송금받기 전까지 핵동결을 이행할 수 없다며 지금까지 버티고 있습니다. 미국 의회조사국의 스튜어트 골드만 (Stuart Goldman) 박사의 말입니다.
Goldman: (The behavior of the N. Korean government has made it apparent in Moscow that it is not possible to have both a halting of N. Korean nuclear weapons program and avoidance of sanctions.)
“러시아는 그동안 북한의 핵개발 계획에 반대하면서도 대북 제재에는 동참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기 계획을 중지시키는 것과 대북 제재를 하지 않는 것, 이 두 가지 모두를 이루는 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그동안 북한이 보여준 행태를 통해 분명해진 겁니다. 이런 러시아의 생각은 핵무기 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과의 관계에서도 똑같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의 대북 제재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냉전이 사라지면서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가 멀어졌기 때문입니다. 미국 해군참모대학의 브루스 벡톨 (Bruce Bechtol) 교수의 말입니다.
Bechtol: Military hardware, for the most part since the end of the Cold War, most of what N. Korea has gotten from Russia, they had to pay hard currency for.
“냉전이 끝난 뒤로는 북한이 러시아에서 무기를 들여올 때 전과 달리 돈을 제대로 주고 사와야 했는데, 경제난을 겪고 있던 북한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부품만 겨우 수입해서, 이미 러시아에서 수입한 무기를 유지 보수하는 데 그치는 정도였습니다.”
벡톨 교수는 러시아 정부가 핵물질 수출을 금지한다 해도, 범죄조직들이 북한에 핵물질을 유출하는 것까지 막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사치품의 경우도 북한은 대부분 중국에 수입을 의존하기 때문에 러시아의 제재조치는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게 벡톨 교수의 설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