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2019년 북한을 방문해 암호화폐 관련 강의를 한 혐의로 미 당국에 체포된 미국인 버질 그리피스(Virgil Griffith)에 대해 5년 이상의 징역형이 최종 선고됐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뉴욕남부 연방법원에서 12일 열린 최종 선고 공판에서 사건을 맡은 케빈 카스텔 판사는 그리피스에게 63개월 징역형과 10만 달러의 벌금형을 내렸습니다.
최종 선고 공판 직전까지도 그리피스 측 변호사와 그를 기소한 미 검찰은 최종 형량을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습니다.
그리피스의 제재 위반 혐의에 최대 20년의 징역형이 구형될 수 있었지만 재판이 진행되는 가운데 그리피스가 유죄를 인정하고 검찰과 협상(plea bargaining)한 이후 검찰은 그리피스에 대한 형량을 63~78개월 징역형과 1백만 달러 벌금형으로 조정했습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선고 공판을 앞둔 지난 6일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그리피스의 구속 및 가택연금을 감안해 24개월 징역형과 최대 2만5천 달러의 벌금, 사회 봉사로 감형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날 공판을 취재한 ‘이널 시티 프레스(Inner City Press)’의 매튜 러셀 리 기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 트위터를 통해 재판 상황을 전했습니다.
발언 기회를 얻은 그리피스는 “우크라이나 관련 제재를 보면서 제재의 가치를 배우게 됐고, 그 동안 나의 오만함과 북한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났다”며 뉘우친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카스텔 판사는 “어떤 이들은 그리피스가 암호화폐를 홍보(promoting Crypto)한 혐의로 기소당했다고 말하지만 이 사건은 의도적인 제재 위반에 관한 것(intentional violation of sanctions)”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카스텔 판사는 그 근거로 그리피스가 북한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했을 당시 칠판에 ‘제재는 없다(no sanctions)’는 글을 쓰고 웃음 표시를 했다는 점, 또 이를 찍은 사진을 거론하며, 그가 단순히 정보 전달을 위해 북한에 갔다는 일부 의견을 반박했습니다.
지난 2019년 4월 북한을 방문해 암호화폐에 대한 강연을 한 후 그해 11월 미 당국에 체포된 그리피스는 2021년 9월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 위반 공모 혐의에 대한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대북제재를 다룬 미 행정명령 13466호는 미국인을 대상으로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 허가 없이 상품 및 서비스, 기술을 북한에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리피스 사건은 미 사법 당국이 대북제재 위반에 대해 이례적으로 미국인 개인을 기소해 미국 내에서는 물론 국제적으로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을 지낸 수 김 랜드연구소 정책 분석관은 1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번 판결이 대중들에게 북한 정권의 무기개발 지원과 방조 행위에 대한 경종의 메시지를 전하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김 분석관은 이번 판결은 암호화폐가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제재 회피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리피스가 단순 관광이 아닌 회의 참석 목적으로 북한을 방문해 암호화폐 기술을 전달한 자발적 행위에 대한 결과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사실상 그리피스가 암호화폐 기술 전달을 통해 역내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의 지속적인 관행을 간접적으로 지원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기자 김소영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