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군사독재 고문시설 인권기념관으로 거듭 나

워싱턴-김연호 kimy@rfa.org

남미의 아르헨티나에서 군사독재 시절 악명 높았던 비밀감옥이 인권기념관으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비밀감옥에서 고문을 자행했던 인사들은 재판에 회부됐습니다.

카카벨로스씨는 1976년을 잊을 수 없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오빠가 사라지더니, 언니 부부마저 실종된 후 싸늘한 시체로 돌아왔습니다. 몇 달 후 카카벨로스씨도 동생과 함께 어디론가 끌려가 고문을 당했습니다. 군사독재가 끝난 뒤 카카벨로스씨는 풀려났지만, 오빠와 동생은 지금도 소식을 알 수 없습니다.

카카벨로스씨가 끌려가 고문을 당했던 곳은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해군 공병학교였습니다. 말이 학교였지 사실은 군사 독재정권이 운영하던 비밀 감옥이었습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지난달 말부터 이 비밀감옥을 인권 기념관으로 개조하는 작업에 들어갔고, 준비가 끝난 일부 기념물은 일반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인권단체 연합체인 메모리아 아비에르타의 팔레오 대변인입니다.

Palleo: (The survivors can go and see the place.)

"고문을 당하고도 살아난 사람들이 다시 비밀감옥을 찾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곳이죠. 일반인들도 군사 독재아래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많이들 찾고 있습니다."

1976년 쿠테타로 집권한 군사정권은 83년 권좌에서 물러날 때까지 9천명에서 많게는 3만 명을 납치해 고문,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비밀 감옥에서 살아난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고문을 못 이겨 죽은 사람들의 시체는 비행기로 옮겨져 강물에 던져졌고, 감옥에서 태어난 아기들은 자식이 없는 군인들에게 넘겨졌습니다. 아기를 낳은 엄마들은 대부분 살해됐습니다.

문민 정권이 들어선 뒤 군사정권의 만행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으나, 반인륜 범죄자들에 대한 처벌은 국가화합이란 이름으로 미뤄져 왔습니다. 군부의 세력이 여전히 강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03년 키르츠네르 대통령이 집권한 뒤로 군사정권의 만행에 대한 재조사가 이뤄졌고, 2005년 대법원은 반인륜 범죄자들을 감싸준 사면법을 위헌이라고 판결했습니다. 그 뒤 2년여 동안의 준비기간을 거쳐 16일 이들에 대한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 워치의 비방코 미주국장입니다.

Vivanco: (I do believe that this is extremely important for Argentine society to reaffirm the principle of the rule of law.)

“이번 재판은 법치주의 원칙을 재확인한다는 점에서 아르헨티나 사회에 대단히 중요한 사건입니다. 아무리 막강한 권력을 누린 사람도 인권을 유린했다면 결국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르헨티나 검찰은 비밀감옥에서 일한 전직 군인과 공무원 등 33명을 기소한 상태입니다. 30명을 납치, 고문, 살해한 것으로 알려진 전직 군 장교 실링고는 스페인으로 도망갔으나 체포돼, 2005년 스페인 법정으로부터 640년 형을 선고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