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를 풀기 위한 6자회담이 성공해도, 북한이 핵물질과 장비를 유출할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 (International Institute for Strategic Studies)의 마크 피츠패트릭 (Mark Fitzpatrick)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폐기한 뒤 쓸모없게 된 핵개발 장비를 팔아넘길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 (International Institute for Strategic Studies)는 파키스탄의 압둘 카데르 칸 박사 사건으로 드러난 전세계 핵기술 암시장에 관한 보고서를 8일 미국 워싱턴에서 발표했습니다. 보고서의 편집을 맡은 마크 피츠패트릭 (Mark Fitzpatrick) 선임연구원은 지난 2005년까지 미국 국무부에서 핵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를 지냈습니다. 피츠패트릭 연구원에 따르면, 칸 박사는 1989년부터 10년 넘게 북한과 이란, 그리고 리비아에 핵무기 관련 장비와 기술을 팔아넘겼습니다. 칸 박사는 중개인들을 끼고 세계적인 암거래 조직망까지 운영했습니다.
피츠패트릭 연구원은 칸 박사가 붙잡히기는 했지만, 공범들이 다 잡히지 않았고 북한같은 잠재적인 핵기술 유출 국가가 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경고했습니다. 특히 북한 핵문제가 해결된 후에도 핵개발 장비가 유출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설명입니다.
Mark Fitzpatrick: (If N. Korea's nuclear program is shuttered and then disabled, N. Korea is going to have a lot of equipment that it doesn't need any more.)
“6자회담이 잘 풀려서 북한의 핵개발 계획이 폐기된다면, 쓸모없게 된 핵개발 장비가 많이 남게 됩니다. 그럴 경우 북한이 핵개발 장비를 내다팔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정권이 흔들리면서 핵시설과 장비에 대한 중앙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 온다면 그 가능성은 훨씬 높아집니다.”
피츠패트릭 연구원은 따라서 이런 변화를 즉시 감지할 수 있는 정보 수집과 정보 공유체제를 마련하고,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구상을 통해 핵기술 유출을 막아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피츠패트릭 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은 파키스탄의 칸 박사로부터 핵물질을 추출하는 데 쓰는 원심분리기 12개와 설계도, 기술자료 뿐만 아니라 원심분리기를 자체 생산하는 데 필요한 장비 일부까지 구입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칸 박사가 핵무기 설계도 역시 북한에 넘겨줬는지 여부입니다.
Mark Fitzpatrick: (It's not known whether Kahn also sold weapons design (to N. Korea).)
“칸 박사가 북한에 핵무기 설계도를 팔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북한과 거래가 있었던 무렵에 칸 박사가 리비아에 핵무기 설계도를 팔아넘긴 사실이 있는 만큼, 북한과도 비슷한 거래가 있었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북한은 파키스탄의 설계도를 참고해서 핵무기를 재설계했을 겁니다.”
북한의 핵무기 계획은 기본적으로 플루토늄을 이용한 것이기 때문에 우라늄을 기본으로 한 파키스탄의 핵무기 설계도를 그대로 쓰기는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피츠패트릭 연구원은 그러나 북한이 칸 박사로부터 조달한 장비와 기술을 바탕으로 고농축 우라늄 개발 계획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는지 여부는 알 길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들어 미국 국가정보국도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개발 계획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중간수준의 확신만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워싱턴-김연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