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김연호 kimy@rfa.org
미국 국무부의 정책 기획실장을 지낸 미첼 리스 박사로부터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문제에 대한 견해를 들어봅니다. 핵폐기 2단계 협상에서는 북한의 핵개발 계획의 신고와 핵시설 불능화가 관건인데, 특히 북한이 존재 자체를 부인해온 고농축 우라늄 계획이 어떻게 처리될지가 관심사입니다. 리스 전 실장은 북한이 우라늄 농축 관련 기술을 조달한 내용을 모두 신고해야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핵신고와 관련된 불확실성은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지난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평양을 방문해 북한이 비밀리에 고농축 우라늄 핵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당시 강석주 외무성 부상은 이를 인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그 뒤 줄곧 고농축 우라늄 계획의 존재 자체를 부인해왔습니다.
미첼 리스 박사는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계획 문제가 불거진 뒤인, 지난 2003년 7월부터 2005년 2월까지 미국 국무부에서 정책기획실장을 맡았습니다. 그 뒤 미국의 권위 있는 외교문제 전문 계간지인 ‘포린 어페어즈’ (Foreign Affairs) 2005년 3-4월호에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핵개발 의혹에 관한 글을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차관보와 함께 기고했습니다. 현재는 윌리엄&메리대 법대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파키스탄으로부터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기술과 장비를 들여온 사실은 언론 보도를 통해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근거로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기 위한 고농축 우라늄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결론지어도 되는지를 우선 미첼 리스 전 실장에게 물어봤습니다.
(문) Would that be enough to conclude that they actually pursued HEU program?
(답) (Reiss) That's a very good question. I've always tried to make a distinction between the procurement of the technology and the assembly of a full HEU program.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그동안 저는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기술 조달과 완전한 고농축 우라늄 계획을 구별하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저는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껴왔습니다. 그러나 갈루치 전 차관보와 제가 포린 어페이즈에 공동기고한 글에도 나와 있듯이 북한이 우라늄 농축에만 쓸 수 있는 기술을 조달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문제를 못 느낍니다.
(문) 일각에서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 기술과 장비를 조달하기는 했지만, 핵무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발전소에 필요한 저농축 우라늄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답) (Reiss) How can you tell that enrichment program is only intended to produce low enriched uranium?
북한의 우라늄 농축 계획이 순도 90%이상의 고농축 우라늄이 아니라 순도 3%의 저농축 우라늄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습니까? 북한 지도부의 마음을 어떻게 읽을 수 있습니까? 고농축 우라늄과 저농축 우라늄을 모두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는데,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에는 관심이 없고 저농축 우라늄만 만들려고 했다고 가정할 수 있는 겁니까? 이론상으로는 가능합니다만, 북한이 비밀리에 우라늄 농축 계획을 추진했다는 사실과 자금이 부족한 북한이 굳이 이 계획에 투자했다는 사실, 그리고 북한이 핵 비확산 약속을 어긴 전력을 생각할 때, 내기를 건다면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능력을 확보하려 했다는 데 거는 게 현명하겠죠.
(문) 지난 7월20일 끝난 6자회담에서 크리스토 힐 미국 대표는 핵무기와 직결된 고농축 우라늄 계획이란 말 대신에 연구용이나 발전용까지 포함하는 농축 우라늄 계획이란 말을 썼습니다. 미국과 북한이 타협의 여지를 보이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을까요?
(답) (Reiss) I think that is one of the many large questions we don't have answers to.
그 문제에 대한 답은 아직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 말고도 답이 나와 있지 않은 중요한 문제들이 많은데요. 미국과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한이 우라늄 농축 기술을 수입했다고 믿고 있습니다. 6자회담에서 타결된 핵 합의에 따라 북한은 핵개발 계획을 신고할 때 우라늄 농축에 대해서도 해명하기로 돼 있습니다. 이게 최종적인 해법이라는 점을 모두가 이해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그동안 해외에서 조달한 내용을 일부만 신고할지 아니면 모두 신고할지가 관건입니다. 이건 기술적인 문제들인데요. 정치적인 차원에서는 북한의 신고내용에 대해 그만하면 합의에 이르기에 충분한지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이 판단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직 이 단계까지 가려면 멀었습니다.
(문) 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숨김없이 신고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동기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답) (Reiss) If you go back to joint statements that have been issued, we're talking about economic assistance, we're talking about direct investments, we're talking about diplomatic normalization.
지금까지 발표된 공동 성명들을 보면,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과 직접 투자, 외교관계 정상화, 한국전쟁의 종결과 평화체제 등이 나와 있습니다. 특히 일본과의 관계에 있어서 북한이 말하는 이른바 ‘식민지배에 대한 보상’이 있습니다. 물론 일본은 다르게 표현하고 싶어 하겠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북한이 진정으로 비핵화를 실현한다면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 북한에 흘러들어갈 수 있습니다. 물론 일본과의 관계에서는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 북한이 답을 해야 합니다.
(문) 하지만 방금 얘기하신 것들은 사실 금방 실현될 수 있는 사안들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 장기적인 혜택을 제시하면서 북한에게 당장 핵개발 계획을 모두 신고하라고 한다면 북한이 과연 받아들일까요?
(답) (Reiss) Well, then there won't be an agreement, will there?
글쎄요, 그렇다면 합의가 이뤄지지 않겠죠. 이건 북한 지도부가 북한이란 나라를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이냐는 문제와 직결돼 있습니다. 지금부터 5년이나 10년 후에 북한이 어디로 가고 있기를 바라느냐는 거죠.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동아시아 경제에 통합되기를 원하는지 말입니다. 하지만 북한 지도부 입장에서는 여기에 더해서 핵을 포기하기로 결정을 내린 뒤에도 여전히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까지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아주 어려운 정치적 계산일 수밖에 없습니다. 비핵화 뒤에 큰 혜택이 기다리고 있지만, 주민들을 극도로 통제하면서 권력을 잡고 있는 북한 정권의 입장에서는 큰 위험도 도사리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문)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계획과 관련한 의혹을 해명한다 해도, 이를 검증하는 문제가 남는데요. 북한이 진실을 말하는지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요?
(답) (Reiss) As President Reagon said, trust but verify.
미국의 레이건 전 대통령이 말했듯이, 믿지만 꼭 확인해야 합니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 조달활동과 관련해 미국이 파악하고 있는 내용과 북한이 실제로 신고하는 내용을 비교해야겠죠. 그런 뒤에 북한이 얼마나 솔직하고 완벽하게 신고했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기술적인 측면 말고도 정치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까지 불확실성을 받아들일 것이냐는 거죠. 남북한이 통일되기 전까지 북한의 신고내용을 확실히 검증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머지않아 남북 통일이 되기를 바라지만 말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북한의 핵 개발 계획 신고를 둘러싼 불확실성 문제는 6자회담 참가국들의 정치 지도력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