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김연호 kimy@rfa.org
저명한 국제 신용평가 기관인 무디스가 남한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올렸습니다. 남한의 경제사정이 좋아졌고, 특히 북한 핵문제도 진전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또다른 국제 신용평가 기관인 스탠드 앤드 푸어스는 북한 핵문제가 남한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단계는 아직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우선 국제 신용평가 기관이 매기는 신용등급에 대해서 알아보죠. 어떤 의미가 있는 겁니까?
국가 신용등급은 그 나라 정부가 해외에서 빌린 돈을 제때에 다 갚을 능력이 얼마나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알려주는 지표입니다. 등급이 높은 나라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이자와 상환조건 등을 유리하게 받을 수 있습니다. 돈을 빌려주는 입장에서는 신용등급이 높은 나라일수록 돈을 떼일 염려가 적기 때문에, 후하게 대해주는 겁니다. 대신 신용등급이 낮으면 이자도 높고 상환조건도 까다로워집니다. 신용등급은 미국의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등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신용평가 기관들이 매기고 있습니다.
무디스가 이번에 남한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올렸는데, 어느 정도나 좋아진 겁니까?
남한의 신용등급은 A3에서 A2으로 올라갔는데요, 위에서 일곱 번째에서 여섯 번째로 높아진 겁니다. 전체 스물 한 개 등급에서 열 번째 안에 들어야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돈을 빌려줄 수 있기 때문에, 성적이 좋은 편입니다. 남한은 지난 97년 외환위기를 맞기 전까지만 해도 신용등급이 A1 그러니까 위에서 다섯 번째까지 올라갔었습니다. 외환위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Ba1, 위에서 열한번 째로 떨어져서, 투자하기에 마땅치 않다는 판정을 받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다 경제가 회복되면서 신용등급이 조금씩 올라갔는데요, 외환위기 이전 수준에 이르려면 아직 한 단계 더 올라야 합니다.
이번에 무디스가 남한의 신용등급을 올린 이유는 무엇보다 남한의 경제사정이 좋아졌기 때문이겠지만, 북한 핵문제 역시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와 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무디스는 25일 발표한 성명에서 지난 2월 타결된 6자회담 합의가 이행국면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북한이 약속대로 핵시설을 폐쇄 봉인하고 국제원자력기구가 이를 감시 검증하는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됐다는 거죠. 이를 계기로 남한이 안고 있는 지정학적 위험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줄어들었다고 무디스는 평가했습니다. 이렇게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을 억제할 수 있는 틀이 살아 있는 한, 남한이 앞으로 북한문제에 개입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무디스는 내다봤습니다. 물론 북한이 붕괴하거나 급격하게 정책을 바꿀 경우 남한이 북한에 엄청난 규모의 원조를 해줘야 하기 때문에 남한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국제사회와 건설적으로 협력해 나가고 개혁 정책을 펴나간다면 주변 강대국들이 대북 원조의 부담을 나눌 수 있을 것으로 무디스는 내다봤습니다.
사실 그동안 국제 신용평가 기관들은 남한 신용등급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북한 핵문제를 꼽아 왔는데요. 무디스의 이번 평가는 전에 비해 긍정적으로 분위기가 바뀐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핵문제는 남한의 대표적인 지정학적 위험요인으로 꼽히면서 남한 시장에 관심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망설이게 한 게 사실입니다. 한반도에 위기가 닥칠 경우 남한에 투자한 돈이 가치를 잃어 큰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국제 신용평가 기관들도 남한의 신용등급을 쉽게 올려주지 못했는데요,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무디스가 최근 6자회담 과정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에서 일했고, 현재 미국 평화연구소(USIP)에서 북한 핵문제를 다루고 있는 존 박 박사의 말입니다.
(Park) The BDA issue was resolved and the very quick resumption of diplomatic activity, Ambassador Hill going to Pyongyang at a very short notice and the resumption of six-party talks. There is a great deal of optimism.
존 박 박사의 말은,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문제가 풀린 뒤부터,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평양을 전격 방문하고 곧이어 6자회담이 다시 열리는 등 북한 핵문제를 풀기 위한 외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서 시장에 낙관적인 시각이 상당히 팽배해 있다는 겁니다.
다른 국제 신용평가 기관은 어떤 입장입니까? 북한 핵문제가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까?
미국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존 챔버스 (John Chambers) 국가 신용등급 평가담당 이사의 말입니다.
(Chambers) But I'm sure there'll to some moments in which the North is recalcitrant in its negotiation position.
챔버스 이사의 말은, 현재까지 6자회담이 진전을 보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앞으로 협상에서 북한이 완고한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는 겁니다. 과거에도 이런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북한 핵문제를 이유로 특별히 남한 신용등급을 올리고 내릴 이유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한다거나 경제개방을 단행한다면 남한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챔버스 이사는 밝혔습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는 현재 남한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보고 있는 만큼, 현재로서는 특별히 조정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게 챔버스 이사의 설명입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지난 2005년 남한의 신용등급을 위에서 여섯 번째인 A로 올린 뒤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