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의 향방 Q/A]

워싱턴-허형석 huhh@rfa.org
2009.09.27
6자회담의 전도가 불투명해 보입니다. 북한의 비핵화를 논의해온 국제 협의체인 6자회담은 북한과 미국이 별도로 양자회담을 열기로 합의함으로써 이전과 같은 추진력을 잃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일각에서는 6자회담의 위상과 역할이 축소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도 내놓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이모저모를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허형석 기자, 요즘 위상과 역할이 이전과는 같지 않다는 6자회담은 어떤 성격의 국제 협의체였습니까?

허형석:
6자회담은 북한의 비핵화를 논의하려고 2003년부터 미국 주도로 가동하기 시작한 국제 협의체였습니다. 이 회담에는 비핵화의 당사자인 북한을 비롯해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개국이 참여했습니다. 미국의 전임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북미 양자회담으로 나온 제네바 합의를 뒤집는 행태를 보고 증인 격의 나라가 참여하는 6자회담을 추진하게 됐습니다. 미국은 북한의 이와 같은 약속 뒤집기에 제동을 걸려는 목적으로 네 나라를 참가시키게 됩니다. 6자회담은 2005년에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목표와 원칙에 합의한 9.19 공동성명을, 2007년에는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2.13합의와 10.3 합의 등을 끌어내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향해 전진한 바가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 같은 6자회담에 왜 전도가 불투명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나요?

허형석:
북한과 미국이 일단 판을 흔들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3월 24일 외무성 발표를 통해 6자회담을 거부하다 6월 16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입을 빌려 “6자회담은 영원히 끝났다”라고 선언한 뒤 회담 참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대신 북미 양자회담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미국에 양자회담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6자회담을 거부하는 북한을 협상 탁자로 끌어오는 유일한 방법은 양자회담밖에 없다며 회담 요구를 최근 수락하는 바람에 6자회담의 위상을 사실상 떨어뜨렸습니다. 북한 비핵화의 두 핵심국이 판을 이처럼 흔든 뒤부터 불투명한 전도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북한이 6자회담에 잘 참석해 오다가 올해 3월부터 이를 거세게 거부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허형석:
6자회담의 효용 가치가 다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미국의 전임 부시 행정부 시절 전 세계의 비핵화를 주도하는 미국 위세에 눌려 6자회담에 참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북한은 핵을 가졌지만 미국의 요구를 거부할 만큼의 강대국은 아니어서 회담에 참석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여러 합의에 이르게 됩니다. 이대로 나가면 결국 비핵화라는 올가미를 쓸 수밖에 없어 “6자회담이 공화국의 자주권을 말살했다”는 구실을 붙여서 6자회담을 거부하게 됩니다. 북한은 6자회담을 진행하는 동안에 비핵화의 단계별 합의를 정해 놓고 합의를 일단 받아들이면서 미국의 파상 공세를 물리치고 핵무기를 개발할 시간을 번 셈입니다.

앵커:
미국은 6자회담을 유지하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밀고 나가야 하는 상황인데 무슨 이유로 북미 양자대화에 합의해 결과적으로 6자회담의 판을 흔들었습니까?

허형석:
미국의 마음이 급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북한이 무엇을 하는지에 항상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미국의 압박을 받는 상태에서도 핵무기를 개발해 왔습니다. 그러니 북한을 방임한 상태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더더구나 알 길이 없습니다. 2006년과 2009년에 있었던 두 차례의 핵 실험은 미국이 불안한 마음을 갖게하는 생생한 사례입니다. 미국은 6자회담을 고집하며 북한을 방치하기보다는 붙잡고 이야기하는 편이 그나마 북한의 비핵화에 더 낫다고 판단해 북한이 요구하는 양자대화에 응했다고 보입니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내세웠던 원칙 ‘6자회담의 틀’을 일부 훼손하는 바람에 외교를 위해 외교를 희생시켰고 6자회담의 재개가 아니라 죽음을 가져왔다는 비난을 보수진영에서 듣고 있습니다.

앵커:
자, 그렇다면 6자회담은 사실상 끝났다고 말할 수가 있습니까?

허형석: 그렇지 않습니다. 두 나라는 회담을 완전히 끝낼 의중이 없고 그와 관련한 부담을 혼자 안기도 싫어합니다. 국제정치의 상황은 항상 가변적입니다. 그래서 북한은 ‘다자회담’, 미국은 ‘6자회담의 틀’ ‘6자회담의 촉진’이라는 표현으로 여지를 남겨놓은 뒤 양자회담으로 빠지면서 필요할 때 6자회담에 복귀할 준비를 해놓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언급한 ‘다자회담’은 6자회담을 끝내고 다른 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신호탄이 될 수 있는 측면이 아울러 있습니다. 다자회담은 이론상 3자-6자 회담 및 7자-8자 회담도 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북핵 회담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는 일본, 한국, 러시아를 배제하고 미국, 중국, 북한의 3자회담을 하려는 의도도 갖고 있다고 보입니다.

앵커:
6자회담에 대해 불투명한 전망을 내놓은 사례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허형석: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최근 내놓은 ‘북한 핵개발과 외교’라는 보고서입니다. CRS는 북미 양자회담이 성사하면 기존의 북핵 협상장이었던 6자회담은 사실상 북미 양자회담의 ‘추인 기구’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한편 부시 행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아시아 담당 보좌관을 지낸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6자회담의 성격을 바꾸려는 북한의 의도를 지적했습니다. 차 교수는 9월 17일 서울에서 열린 모임에 참석해 “북한이 6자회담을 북미 두 나라 간의 핵군축 협상으로 전환하려는 모델을 고려하고 있다”고 나름의 견해를 밝혔습니다. CRS보고서와 차 교수의 견해는 6자회담의 밝은 전도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나온 이런저런 이야기를 종합하면 어떤 전망을 할 수 있습니까?

허형석:
현재까지는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이 6자회담을 유지하자는 견해입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다자회담의 의미가 아직 정확히 나오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비핵화가 결정되면 6자회담 참가국이 북한에 대한 재정 지원에 나서야 하는 상황인데 한국, 일본 등이 빠지면 이 일이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존재해온 6자회담을 대체할 ‘다자회담’이 바로 등장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미국도 6자회담의 다른 동맹국과 협의하지 않은 채 북한과 양자대화를 통해 나온 결과물을 갖고 이들을 설득할 처지는 아닙니다. 미국은 이 부분에서 부담을 느낍니다. 따라서 미국과 북한은 이전에 말씀을 드린 대로 당분간 6자회담의 틀을 유지하면서 운영에서는 유연성을 살리는 ‘변형 6자회담’으로 갈 공산이 크다고 전망됩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6자회담의 향방에 관해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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