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교, 북한 눈치보기로 국제사회에서 손해 입을 듯

서울-박성우 parks@aisa.rfa.org

한국정부가 지난해 유엔 인권결의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것과는 달리 올해는 기권을 선택한 이유와 배경에 대해서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박 기자, 안녕하세요. 앞서 하상섭 기자 보도도 있었습니다만, 작년하고 비교할 때 올해는 이렇게 기권표를 던지게 된 배경이 뭔가요?

네 먼저 작년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작년엔 북한이 핵실험을 했었죠. 그리고 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배출됐었죠.

핵실험을 한 북한에 대해서 경고를 하는 측면도 있었고, 또 유엔의 수장을 배출했는데 유엔이 하는 일에는 좀 긍정적으로 따를 필요가 있다... 이런 분위기도 있었기 때문에 찬성표를 던진 거라는 게 당시 관계자들의 설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는 겁니다. 먼저 정상회담이 열렸죠. 또 합의문에 ‘내정 불간섭’이라는 게 명시가 돼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6자회담도 현재 불능화나 신고 문제가 진척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원래 해왔던 것처럼 기권을 선택했다...는 설명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 홍보협력팀의 이명재 팀장입니다.

이명재: 남북관계의 특수한 사정, 그리고 평화정착이나 긴장해소... 이런 여러 가지 관점에서 정부측에서는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판단을 하려고 하지 않았겠느냐...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었다... 이 말은 결국은 북한 눈치를 살폈다는 말로 이해가 되는군요.

그렇습니다. 인권문제는 북한이 제일 아파하고 민감해 하는 문젭니다. 이번에 또 찬성을 하게 되면 이달 말에 열릴 국방장관 회담이나 앞으로 잡혀 있는 남북관계 일정들을 북한이 거부할 수 도 있다... 이런 상황을 한국 정부가 고려한 걸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 평갑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이우영 교숩니다.

이우영: 큰 틀에서 보면 남북관계를 의식했다는 측면에서는 북한을 의식한 조치라고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인권문제는 북한의 아킬레스건이기 때문에... 지금 남북관계가 비교적 좋게 가고 있는데 그 문제에 우리가 찬성함으로 인해서 남북관계가 훼손되지 않을까... 그런 입장에서 우리 정부가...

그러니까 국제사회에서는 한국이 좀 싫은 소리를 듣더라도 남북관계라는 게 한국으로서는 더 큰 문제이고,,, 때문에 더 큰 손실은 막아야겠다... 이게 한국 정부의 입장이라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한국 외교가 오락가락 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남북관계의 흐름을 봤을 때 찬성보다는 기권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게 손익계산을 해 보니까 더 좋다는 결정을 했다는 거죠.

한국이 기권한 거... 이게 한국 외교에 영향을 줄 거 같다는 전망이 나왔다면서요? 어떤 내용입니까.

네.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얼굴...이라고 하면 외교통상부인데... 외교관들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번 결정은 청와대도 이미 밝혔다시피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내린 정치적 판단에 기초한 거잖습니까.

그렇다보니 외교부는 따를 수밖에 없긴 한데, 그런데.. 유엔이라는 다자 외교 무대에서 한해 전에는 찬성표를 던져놓고 올해는 기권을 한다... 이렇게 오락가락 하는 모습을 보인 게 한국 외교에는 상당히 손해가 오는 일이다... 이게 전현직 외교관들의 반응입니다.

선준영 전 유엔주재 한국 대사의 말입니다. 들어보시죠.

선준영: 국제무대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손상을 본다고 생각이 됩니다. 왜냐면 북한 인권상황은 전혀 변화가 없는데, 우리나라가 작년에 찬성하고, 금년에 이러한 상황 하에서 반대한다면, 국제사회에서 우리 정부 또는 우리나라의 위상이 그만큼 손실을 본다고 생각됩니다.

청와대 결정 때문에 한국 외교... 그리고 한국 외교관들 입장이 난처해 졌다..라고 이해하면 되겠군요.

그렇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건 일관성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겠죠. ‘이랬다 저랬다’ 하는 건 문제..라는 지적 말고도... 한국 정부의 태도가 좀 이중적인 면도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버어마 같은 경우도 유엔에서 인권결의안이 매년 채택되고 있거든요. 여기서는 한국이 공동 제안국에 참여할 정도로 적극적입니다. 그런데 왜 북한은 예외로 하냐는 거죠. 선준영 전 대사의 설명입니다. 들어보시죠.

선준영: 남북한간의 특별관계라든지... 이런 걸 고려해서 정부가 기권한 걸로 생각이 되는데... 이러한 남북관계 특수성에 입각한 태도 변경은 국제사회에서 인정을 받을 수 없는 것입니다.

특별관계...라는 건, 결국은 북한을 배려한 결과라는 말인데... 그럼 인권결의안에,, 북한에 대한 배려가 필요할 만큼 중요한 내용들이 많은 건가요?

이번 결의안에는 영아살해나 탈북자 처벌 같은... 증거가 부족한 내용은 빠지기도 했습니다. 북한인권에 대한 우려와 개선을 촉구한다는 기본 내용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또 남북정상회담과 6자회담 진전을 특별히 평가하면서 최근 수해복구 과정에서 북한이 보여준 개방적 태도에 대한 언급도 실려 있어서 예년보다 전향적이라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이번엔 ‘강제 실종 형태로 납치된 외국인’ 이라는 문제가 명문화 돼 있습니다. 일본인 납치자 문제 말하는 거죠.

그런데 이런 내용이 들어가고 빠지고를 떠나서 이 결의안은 북한에 큰 영향을 주는 건 아닙니다. 결의안이 법적인 구속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유엔 192개 회원국이, 다시 말해서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를 냈다..는 압력, 그리고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거죠.

인권은 인류 보편적 가치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를 내는 건데, 북한도 이걸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박성우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