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부터 남한에 사는 탈북자들의 이혼을 허용하는 관련법이 발효됐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에 배우자를 두고 남한에 망명한 탈북자들이 이혼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남한의 배우자를 찾아 더 쉽게 가정을 꾸릴 수 있게 됐습니다.
북한에 남편이나 아내를 두고 남한행을 택한 탈북자들은 남한에서 설령 새로운 배우자를 만나더라도 재혼이 인정되지 않아 혼인신고를 하지 못했습니다. 남한의 헌법상 북한도 남한의 영토에 포함되기 때문에 탈북을 했더라도 이혼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북한에 배우자를 두고 왔는데 남한에서 새로 결혼을 한다면 민법상 중혼죄에 해당합니다. 법적으로 이혼 소송을 벌여 북한에서 맺은 혼인 관계를 정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남한의 민법에서는 상대 배우자가 남한의 법원에 직접 나와야 가능하기 때문에 북한에 살고 있는 배우자와의 이혼은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배우자가 출석하지 않더라도 이혼 판정을 받은 뒤 혼인 신고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 달 27일부터 ‘북한 이탈주민의 보호와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이혼 조항이 새로 추가돼 시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북한에 배우자를 둔 기혼 탈북자들이 북한이나 중국에 있는 배우자를 상대로 낸 이혼소송 사건 심리가 다시 시작될 계획입니다. 남한의 서울가정법원은 이번에 이혼 조항이 추가된 법률이 시행됨에 따라 지난 3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탈북자의 이혼소송을 신속히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개정안을 보면 탈북자는 배우자가 남한에 살고 있는지 여부를 분명히 알 수 없을 경우 서울가정법원에 이혼 소송을 낼 수 있고, 법원은 최고 법원인 대법원의 홈페이지에 2개월 동안 이혼 청구 사실을 공시한 후 법정 심리를 거쳐 이혼 여부를 결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남한의 대한법률 공단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공단을 찾은 탈북자 115명 가운데 약 31%가 이혼 관련 상담을 받았는데, 비율로 치자면 이혼 관련 상담이 가장 높습니다. 최근 남한 내 한국가정법률 상담소의 곽배희 소장은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북한에 배우자를 두고 온 탈북자들의 이혼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며 그간 많은 탈북자들이 상담소를 찾아와 이혼문제를 상담했다고 밝혔습니다.
곽배희: 현재 특히 가정문제 이혼소송 건수가 가정법원에 이혼소송이 계류된 것만 해도 230여건이 됩니다. 그 중 한건이 해결되고 7건이 취하되었으며 200여건은 계류 중에 있는데 이 문제가 해결되려면 아직도 요원합니다.
이어 곽배희 소장은 탈북자들 역시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으므로 이들의 이혼을 가로막는 문제는 조속히 해결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곽배희: 우리 남한 사회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호적까지 만들어준 바에는 그들도 헌법이 정해진 행복추구권이라든가 혼인의 자율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기혼 탈북자가 북한에 두고 온 배우자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경우는 한 건밖에 없습니다. 2004년 2월 서울가정법원은 탈북 여성이 북한의 남편을 상대로 낸 이혼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편을 들어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 판결 이후 비슷한 처지에 있는 탈북자들이 잇따라 이혼소송을 냈지만 서울가정법원은 국내법의 이혼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이혼의 당사자인 북한의 배우자에게 소송서류를 전달할 방법이 마땅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첫 판결 이후의 재판을 모두 중지한 바 있습니다.
워싱턴-김나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