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김연호 kimy@rfa.org
미국 의회조사국의 한반도 전문가 래리 닉쉬 박사로부터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견해를 들어봅니다. 남한이 경공업 원자재를 대고, 북한이 지하자원으로 갚는 협력 사업이 오는 25일부터 시작됩니다. 닉쉬 박사는 현금이 북한정권에 직접 들어가지 않고, 북한의 소비재 생산을 돕는다는 점에서 새 남북경제협력 방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원자재를 받는 대가를 제때에 갚지 않는다면, 대북 퍼주기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의회조사국의 래리 닉쉬 (Larry Niksch) 박사는 지난 2002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남한 정부가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직전에 비밀리에 4억 달러를 북한에 줬다는 의혹을 처음 제기했습니다. 닉쉬 박사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각종 명목으로 남한에서 북한으로 흘러들어가는 현금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닉쉬 박사는 남한 정부의 비밀 송금이 당시 북한이 비밀리에 진행 중이던 고농축 우라늄 계획을 도와줬다고 주장합니다. 금강산 관광 대가로 남측이 주는 현금도 북한의 핵개발 계획에 쓰인다는 겁니다. 닉쉬 박사는 기본적으로 남한이 북한과 경제협력을 할 경우 현금이 아니라 현물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남한이 경공업 원자재를 대고, 북한이 지하자원으로 갚는 일종의 물물교환 사업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닉쉬 박사는 현금이 아닌 물물교환 방식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Niksch: No money is going directly to the N. Korean regime. So that would be an advantage.
남북 경공업 지하자원 협력사업은 현금이 북한정권에 직접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유리합니다. 금강산 관광 사업 초기에 남한 관리들 중에는 현금 대신에 현물로 북측에 관광대가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들이 있었는데요,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국가 안보 차원에서도 도움이 되는 주장이었는데 아쉽게도 관철되지 못했습니다.
새 협력 사업은 남한이 북한에 경공업 원자재를 보낸다는 점에서도 특이합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Niksch: There's nothing wrong with improving N. Korea's light industries in the sense that this would provide another potential source of consumer goods for the country.
북한의 경공업을 개선시키는 것은 소비재의 잠재적인 공급원을 새로 마련한다는 의미에서 문제될 게 없습니다. 또 북한이 앞으로 합법적인 수출, 합법적이라는 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은데요, 이것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입니다.
남북한 경공업 지하자원 협력 사업과 관련해서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Niksch: Barter trade, of course, was very much intrical part of the old Communist bloc trading system.
물물교환 형식의 무역은 과거 공산권에서 행해졌던 무역제도의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주로 구 소련과 다른 공산국가들 사이에서 이뤄졌는데요, 북한도 1950년대와 60년대에 여기에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이 물물교환 제도는 효과적이고 안정적인 상품 교역 방식으로 자리잡지 못했습니다. 상품의 정확한 가치를 매기는 게 쉽지 않았고, 공급업자 입장에서도 좋은 물건을 보내야 할 이유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상품의 질이 아주 나빴습니다. 남북한간에도 이런 문제가 나타날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남한은 8천만 달러에 이르는 경공업 원자재를 금년 11월말까지 모두 북한에 보내기로 한 반면, 북한은 8천만 달러의 3%만 올해 안으로 광물로 갚고 나머지는 15년 동안 천천히 갚아나가기로 했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대북 퍼주기’가 아니냐는 비판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Niksch: It depends on whether you have any degree of reasonable timeliness in exchange of bartered goods.
북한에 퍼주는 것인지 여부는 물물교환을 하는데 있어서 합리적인 수준으로 시간을 맞춰주는냐에 달려 있습니다. 남한이 경공업 원자재를 제때에 북한에 보냈는데, 북한이 그 대가로 보낼 광물을 약속대로 보내지 않거나 언제 보낼지가 분명치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있겠죠. 남한이 북한에 일방적으로 퍼준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습니다. 과거 공산권 국가들간에 물물교환 무역이 이뤄졌을 때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물건을 먼저 받은 뒤, 그 대가로 보내야 하는 물건을 빨리 보내지 않은 거죠. 갚아 나가는 기간이 오래 걸릴수록 그동안 상품 가치가 변할 수 있는데요, 그렇게 되면 어느 한 쪽이 더 유리하게 됩니다. 따라서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맡고 있는 남한의 경제 전문가들이 이런 문제를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겁니다.
남북한 간의 물물교환 방식을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 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Niksch: Could some of these wages to N. Korean workers be paid in goods rather than in hard currencies?
개성공단의 경우, 북한 노동자들에게 현금 대신에 물건으로 임금을 지급할 수 있겠느냐는 문제인데요. 꼭 물건이 아니더라도, 예를 들어, 무료로 의료 봉사를 해주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금강산 관광의 경우는 임금이 아니라 관광 대금으로 주는 것이라 좀 다른데요, 예전에 비해 관광 대금의 규모가 줄어들었습니다. 현금 대신 현물로 대금을 주자는 구상이 있기는 했지만 결국 이뤄지지 않았는데요, 북한의 동의를 구하는 협상을 했더라도 쉽지 않았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