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양성원 yangs@rfa.org
이달 말 예정된 제2차 남북정상회담과 관련된 토마스 허바드(Thomas Hubbard) 전 주한미국 대사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허바드 전 대사는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 핵문제를 논의해 그 논의가 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허바드 전 대사는 지난 1965년 미국 국무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40년 가까이 주로 아시아 관련 외교 업무를 담당했고 지난 2004년 주한미국 대사직을 끝으로 공직에서 은퇴한 뒤 지금은 국제문제 자문회사에 적을 두고 있습니다.

문: 남북정상회담 개최 소식에 대한 미국의 반응에 대해서 묻고 싶습니다.
답: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남북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환영했습니다. 그 이유는 부시 행정부가 남북한에게 있어 이번 정상회담이 갖는 중요성을 존중하고 또 남북한 사이 교류협력 증진에 대한 열정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시 행정부는 또한 이번 회담이 6자회담의 틀 내에서 이뤄진다는 것에 대한 이해를 표시했고 진정으로 이번 회담이 북한 핵문제 해결과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정착이라는 목적에도 기여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문: 하지만 일각에서는 부시 행정부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우려하고 있고 그다지 반기지 않는 분위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답: 저는 그런 분위기를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미국은 특히 남한에게 있어 대북 포용정책(engagement policy)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어떤 일이 일어나든지 그것이 넓은 의미에서 국제 사회가 추구하는 목적(broader international objectives)에 부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 만일 남북한 사이 평화 선언이 나오거나 대규모 대북 경제지원에 대한 합의가 있을 경우 미국 입장에서는 곤란할 수도 있을 것이란 지적도 있는데요?
답: 평화 선언 문제와 관련해서 모든 사람들은 남북한이 한반도 평화정착과 관련해 핵심 당사국(key player)이라고 인정하고 있지만 이 문제에는 미국 등 다른 나라도 이해관계(stake)가 있고 또 역할이 있다고 봅니다. 만일 남북정상회담 결과 북한이 받는 혜택이 넓은 의미의 북한 비핵화 노력 진전과 제대로 연계되지 않는다면 미국에게 걱정거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문: 북한은 이달 말 예정돼 있는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하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시기가 겹치는 이번 훈련이 연기되거나 축소될 것으로 보십니까?
답: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미합동훈련 일정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정돼 있었고 매년 해오던 연례행사입니다. 또 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 성격의 훈련입니다. 만일 이번 훈련이 축소되거나 연기된다면 저는 매우 놀라게 될 것입니다.
문: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만일 이번 훈련이 연기되거나 축소된다면 한미동맹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답: 이런 가설적인 질문에는 대답하기가 좀 곤란합니다.(웃음) 제 기대와 판단은 이번 훈련은 예정된 대로 진행될 것이란 것입니다.
문: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 핵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많은 사람들은 남북한 사이 핵문제를 논의해봐야 별 해결책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런 견해에 동의하십니까?
답: 북한 핵문제 논의의 중심 무대는 역시 6자회담장이라고 봅니다. 이번 회담에서 남북한 정상이 이 문제에 대해 실질적인 논의를 하고, 이 논의가 북한 핵문제 해결 진전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문: 현 시점에서 북한이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동의한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답: 공직에서 물러난 개인적인 견해를 말한다면 북한은 올해 말 남한의 대통령 선거를 염두에 뒀을 것으로 봅니다. 또 아마도 최근 6자회담 진전 상황과 미국의 대북 양자접촉 등 실용적인 입장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봅니다.
문: 최근 미국 스텐포드 대학의 시그프리드 해커 등 핵과학자와 존 메릴 국무부 정보분석관이 북한을 방문해 영변 핵시설 폐쇄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북한이 이들을 초청한 특별한 배경이 있다고 보십니까?
답: 과학자 해커와 스텐포드 대학 루이스 교수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한 바 있는 기술 관련 전문가들입니다. 또 존 메릴 분석관은 부시 행정부 내에서 손꼽히는 북한 전문가입니다. 국무부 측은 메릴 분석관의 북한 방문에 대해 미국의 대북정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단지 기술적인 방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저는 그 같은 국무부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고 이러한 접촉 창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유용하다고 봅니다.
문: 일각에서는 북한이 미국에게 핵폐기와 관련한 의지를 내보이고 또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동의하는 등 핵폐기와 관련해서 또 북미관계 개선과 관련해서 뭔가 전향적인 전략적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는데요.
답: 저는 그러한 관측이 사실이길 바랍니다. 시그프리드 해커 같은 과학자는 기술적 측면에서 북한의 핵폐기 관련 의도를 판단하기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봅니다.
문: 이런 맥락에서 6자회담 2.13합의의 두 번째 북한 핵불능화 단계가 잘 진전될 것으로 보십니까?
답: 물론 잘 진전되길 바랍니다. 그동안의 협상 진행과정을 뒤돌아보면 북한 측 태도로 인해 합의이행이 많이 지연됐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동의하고 해커 같은 과학자를 북한에 초청한 사실이, 북한이 뭔가 전향적 조치를 취하려 한다는 것을 암시한 것이기를 바라며 또 앞으로 회담이 잘 진전되기를 희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