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최영윤 choiy@rfa.org
한국은 ‘단일민족 국가’ 이미지를 극복해야 한다고 유엔이 권고했습니다. 이같은 지적은 현재 남한 사회에 들어와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차별 대우를 지적한 것이지만 차별은 외국인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남한에 들어온 탈북자에게도 그대로 향하고 있어서 시급히 시정돼야할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서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은 장시간 근로에 저임금, 불안전하고 위험한 작업조건 등과 같은 작업장 내에서의 차별적 대우와 학대를 겪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를 시정하도록 권고했습니다.
단일 민족이라는 이름 아래 외국인들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외국인 뿐만 아니라 같은 민족인 탈북자를 이방인 취급하는 시각도 이 시점에서 철폐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요덕수용소의 인권유린 참상을 고발한 뮤지컬 ‘요덕스토리’를 연출한 정성산 감독은 12년전 탈북한 뒤 남한 굴지의 대기업 홍보실에서 일할 기회를 가졌지만 석달 만에 직장을 포기했습니다.
탈북자 정성산 감독: 그 사람들 자체도 저에 대한 편견, 쟤는 못할 거다 저는 저 대로 못하고 있네. 저는 나름대로 이 사람들이 나를 이렇게 보네? 나는 따라갈 수가 없구나“라는 생각 때문에 3개월만에 그만두고 말았다.
정 감독은 탈북자라는 이유로 영화 감독으로서의 꿈이 좌절됐을 때는 한국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고 회상합니다.
정성산 감독: 1년 동안 준비한 영화가 있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투자회사에서 정성산 감독이면 투자 안하겠다. 출연을 약속했던 스타 배우도 정성산 감독이면 출연안하겠다. 이유는 딱 한가지였다. 북한에서 온 탈북자가 뭘 알겠느냐? 요새 난다긴다 하는 감독도 흥행에 실패하는데 그 사람이 어떻게 성공을 시키겠느냐?
탈북자들이 남한에 와서 겪는 냉대와 편견으로 인한 상처는 말과 행동이 다른 남한 사람들의 이중적 태도에 그 원인이 있다고 중앙대 제성호 교수는 지적합니다.
제성호 중앙대 교수: 우리는 말로는 동포고 형제고 그러지만, 그 사람들을 우리 사회에 수용한 다음에는 굉장히 2등 국민으로 취급하고 우리와 함께 할 사람으로 대하지도 친구처럼 대하지도 않고... 공동체 구성원의 일원으로 껴안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같은 민족이라고 인정하는 탈북자들에 대한 인식이 곱지 않은데 일자리를 찾아, 배우자를 찾아 남한에 들어온 외국인들에 대한 인식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처럼 우리와 다른 지역, 다른 문화에서 살다온 사람들에 대한 차가운 시선은 한국은 세계에서 보기 드문 ‘단일 민족국가’라는 우월감에서 비롯된 경향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심어져 있는 순수혈통으로서의 단일민족 개념은 사실 잘못된 것이라고 한양대 박찬승 교수는 말합니다.
박찬승 한양대 사학과 교수: 실제 혈통상으로 보면 단일민족이라는 것이 순수한 혈통이라고 생각하는데, 학자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다. 민족이라는 말이 처음 쓰여진 게 1907년경인데 그때도 우리는 6개 부족이 모여서 하나의 민족을 만들었다고 했다. 하나의 혈통으로 하나의 민족이 됐다는 생각은 안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단일민족이라고 강조하고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문에서도 민족끼리라는 단어를 반복하고 북한의 비 피해를 도울 때도 민족을 내세웁니다. 그렇게 민족을 찾으면서도 정작 자유를 찾아 위험을 무릅쓰고 남한에 온 탈북자에게는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것은 모순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정성산 감독의 말입니다.
정성산 감독: 북한에 대해서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동정하는 것도 부정이거든요. 그런 동정을 왜 하냐 결코 도움도 못 줄거 . 이랬으면 좋겠어요. 하루 아침에 쉽게 변하지 않겠지만 탈북자들도 똑같은 한국 사람이다. 이렇게 변했으면 좋겠다.
올들어 만명을 넘어선 탈북자들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 전환은 한국 사회가 바람직한 다민족,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하는 하나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