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의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가 40년전 북한에 납치된 아버지의 제사를 금강산에서 올렸습니다. 최 대표는 호텔방에서 납북자 송환을 촉구하는 농성도 벌였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금강산을 다녀온 최씨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납북자 가족모임의 최성용 대표는 지난달 30일 부인과 함께 2박3일 일정으로 금강산 관광길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최성용 대표의 여행목적은 따로 있었습니다. 40년전 서해에서 고기를 잡다 북한에 납치된 아버지 최원모씨의 제사를 올리는 게 그것이었습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최성용 대표의 부친은 지난 1970년 북한에서 처형됐습니다.
남한의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가 금강산에서 40년전 납치된 아버지의 제사를 드리며 납북자들의 생사여부 확인과 송환을 촉구하고 있다 - RFA VIDEO/제공:정지수
최성용 대표는 지난 3월에도 금강산에 들어가 아버지 제사를 지내려 했지만, 북한측이 최 대표의 금강산 방문을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최 대표는 남한 대통령의 관저인 청와대 앞에서라도 제사를 지내려 했지만, 경찰의 제지로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찌된 일인지 북한측에서 최성용 대표의 금강산 방문을 허락했습니다.
최성용: 이번에는 정부하고 북한하고 협의가 됐는지 저를 통과시키더라고요. 제가 아버지 사진 밑에다 납북자라고 썼어요. 그거를 내가 갖고 갔어요. 북한은 납북자라는 말 자체를 시비 걸잖아요. 그런데 이 친구들이 우리 정부하고 싸인이 있었는지 저를 검색하지 않았어요.
금강산 관광 이틀째인 지난 1일 최성용 대표는 다른 관광객들과 함께 구룡폭포로 갔습니다. 최대표 부부는 준비해간 음식을 차려놓고 아버지 제사를 간단히 올렸습니다.
최성용: 거길 올라가서 납북자라고 쓴 아버지 사진하고 어머니 사진하고, 북한측 들어가서 막걸리하고 돼지고기 누른 것하고 샀어요. 과일하고. 거기서 내가 현대아산 직원을 시켰어요. 내가 아버지 제사를 지내고 싶다. 내가 그냥 해도 좋은데, 저기 북한 관계자한테 얘기를 해라. 그랬더니 북한 관계자가 내 옆으로 오더니 하라고 하더라고요.
금강산 관광 마지막 날인 2일 아침 최성용 대표는 부인의 입술 화장품으로 ‘송환. 생사 확인’이라는 글씨를 큼지막하게 호텔방 벽에 썼습니다. 납북자 송환을 촉구하는 농성에 들어간 겁니다. 최 대표는 현대아산 관계자를 불러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습니다.
최성용: 나의 이 항의는 납북자 대표로서의 항의고, 나도 개인적으로 피해자이기 때문에. 이것을 북한 당국에 전달해라 그리고 한국정부에 통보해라. 그리고 나서 단식을 시작했어요. 문을 걸어 잠그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북한측이 반응을 보였습니다. 농성을 풀지 않으면 3백5십여 명의 다른 남한 관광객들까지 붙잡아 두겠다는 협박이었습니다. 최성용 대표는 농성을 시작한지 7시간만인 오후 두시에 북한측에 의해 강제로 방에서 끌려나왔습니다. 남북출입사무소에서 도착한 최 대표는 북한 군 관계자에게 납북자 문제를 풀지 못하는 이유를 따져 물었습니다. 북측 관계자는 적십자 회담이 잘 돼가지 않느냐고 대답했다고 최 대표는 전했습니다.
남북 적십자회담 북측 단장인 최성익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1일 일본의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와의 회견에서 남측이 제기한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를 일반 이산가족 문제와 함께 포괄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최 위원장은 그러나 북한에는 납북자와 전쟁포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북한의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남한 정부에 따르면 한국전쟁이 끝난 뒤 모두 485명의 남한 사람들이 북한에 납치됐으며, 548명의 전쟁포로가 남한에 귀환하지 못했습니다.
워싱턴-김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