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전수일 chuns@rfa.org
남한내 탈북 대학생들의 적응 노력을 돕고 이들을 탈북자 공동체의 지도자로 양성하기 위한 특별 교육프로그램이 지난 10주 동안 성신여자대학교에서 진행됐습니다. 성신.자유.시민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호 교수와 학생들의 얘기를 전수일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김영호 교수: 한국에 들어와 있는 탈북자, 그중에서도 대학생들이 한국대학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 학생들을 도와야겠다는 취지에서 이 프로그램을 만들게 됐다.
김영호 교수는 남한내 탈북 대학생 3백여명중 절반이상이 제적당하거나 휴학하거나 제대로 졸업을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비록 적은 규모이긴 하지만 남한에서는 처음으로 지난 9월 중순부터 11월 말까지 탈북대학생들의 정규학업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남한의 시장경제, 사회, 정치, 문화, 역사 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전문가 강의를 했다고 합니다.
특별 프로그램 1기와 2기로 이어진 이번 강의에 참여한 탈북 대학생들은 10여명. 대부분은 현재 서울지역에 있는 고려대, 서강대, 한양대, 건국대등 다른 대학교를 다니고 있으며 한 학생은 전북대학교를 다니면서 서울까지 강의를 듣기위해 올라오는 열성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번 교육프로그램의 강의 주제는 ‘체험으로 보는 시장경제’와 ‘자유시장경제’, ‘민주주의와 시민의 역할’, ‘우리역사 바로알기’와 ‘국제정치’, ‘적성과 진로’등 10여 가지였습니다. 그중에서 탈북 수강생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인 과목은 경제에 관한 강의였다고 합니다.
지난 월요일 프로그램 수료증을 받은 건국대학교 정치대학부 1학년인 탈북학생 김철훈씨는 유명 전문가들이 주제 전반적인 흐름을 알 수 있도록 해줘 좋았다고 합니다. 특히 자유시장경제에 관한 강의는 매우 흥미로웠다면서, 보다 깊게 배우고 싶은 아쉬움이 들 정도였다고 합니다.
김철훈: 저도 경제학 원론은 듣지만 맹큐의 경제학이라든가, 이렇게 경제쪽 전문가가 와주셔서 해주는 내용하고 저도 새롭게 다시 느꼈다. 이런 자유시장경제라는게 자기 자신을 먼저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남도 배려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 그런데 북한은 구호부터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입장이지만, 남한이 많이 이렇게 발전할 수 있는 게 다양한 생각, 그리고 경쟁할 수 있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 그러나 북한은 그런 게 없다.
이번 교육기간중 학생들은 시내에 있는 동아일보사 신문 박물관을 견학했다고 합니다. 현장을 인솔한 김 교수는 이들이 남한 민주주의에서 언론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김영호 교수: 특히 학생들이 70년대, 80년대 군사정권 시절에 언론과 정권사이의 대결상황을 보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 한국사회라는 것이 건전한 언론과 권력이 적절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발전해왔다는 것을 느꼈다. 공산주의 사회가 획일적인데 반해 민주주의 사회는 굉장히 시끄럽다는 생각을 처음에는 했다고 한다. 자신들이 이런 강의도 듣고 현재 대통령 선거를 보면서 ‘뭔가 시끄럽고 논란이 있지만 이를 통해 국민의 뜻을 모아나가고 또 거기에 승복해 나가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생활에 쫓기는 탈북학생들에게는 짧은 시간에 개괄적인 내용을 배울 수 있었던게 좋았다는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재학중인 박향미씨에게 이번 프로그램에서 아쉬웠던 것이 무엇이었냐고 물어봤습니다.
박향미: 영어프로그램같은 것이 좀더 많았으면 좋겠고.
김철훈 학생의 경우도 같은 대답이었습니다.
김철훈: 영어교육은 북한대학생들에게는 절실하게 필요하다. 또 저희는 영어가 제일 약하다.
김 교수는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포함되지 않았던 영어 집중 교육을 새해 첫 달에 별도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김영호 교수: 1,2기를 마친 학생들은 이번 1월 말에 원어민이 가르치는 영어를 배우게 된다. 2주 동안 인텐시브한 영어교육을 받고 이 학생들이 영어를 습득해 대학에 좀 더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한다.
또 프로그램을 마친 탈북대학생들에 대해서는 경제단체나 지방자치단체와 협조해 기업이나 기관에서 실습사원으로 일하며 직장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김영호 교수는 1,2기를 수료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내년 3월에 시작되는 3기 교육과정에서는 학생들이 기업체 대표들, 정치인들, 비정부기구 대표들, 그리고 남한 사회 정착에 성공한 탈북자들과 자유롭게 대담 토론하는 순서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