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양성원 yangs@rfa.org
지난 94년 제네바 핵합의 당시 미국 측 대표였던 로버트 갈루치(Robert Gallucci) 전 국무부 차관보는 6자회담 합의가 지난 94년 제네바 핵합의 때보다 모호한 측면이 더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갈루치 전 차관보는 9일 주미 남한대사관 홍보원(KORUS) 강연회에서 이번 6자회담의 합의가 북한과 미국이 서로 원하는 바를 언제, 어떻게 할지 등 구체적인 세부사항 합의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6자회담 합의가 지난 94년 제네바 핵합의에 비해 북한과 단계별 합의이행 과정의 연계성이 더 약하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갈루치 전 차관보는 우선 북한이 올해 안에 하기로 약속한 핵개발 목록 신고와 관련한 모호성을 지적합니다.
Gallucci: 미국은 북한이 50-60킬로그램의 플루토늄을 확보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만일 북한이 이런 추정치와 다르게 신고하면 어떻게 될까요? 또 미국은 북한이 파키스탄으로부터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등을 들여왔다고 믿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서도 같은 질문이 가능합니다. 또 지난해 10월 사용한 핵폭발 장치는 과연 하나만 있을까요?
갈루치 전 차관보는 이런 신고에 대한 검증 관련 세부사항 합의도 매우 복잡할 것이고 또 북한이 NPT 즉 핵무기확산금지조약에 복귀할 지 여부, 또 북한의 핵물질을 북한 바깥으로 옮기는 문제 등도 모두 생각해 봐야 할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그 밖에도 북한 핵문제 해결과정에서 미국은 일본과의 동맹관계에 상처를 주지 않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본은 납북자 문제의 해결 없이는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면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미국은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 이행에 따라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해 줄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갈루치 전 차관보는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정상화 문제와 관련된 인권문제도 제기했습니다. 일단 핵문제와 인권 문제는 분리해서 접근해야 하지만 북한과 미국의 진정한 정치적 관계진전(serious political progress in the relationship)을 위해서는 북한 내 인권상황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미국의 가치와 정서상 자국민에 대한 폭압적 태도를 바꾸지 않는 북한 당국과 미국이 결코 정상적인 관계를 가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갈루치 전 차관보는 6자회담이 앞으로 최근 시리아와 북한의 핵협력 의혹설이나 미국 국내 정치적 이유 등에 의해 언제든 좌초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북한의 경수로 제공 요구도 회담 진전에 난관을 조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