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시간표는 김정일 맘대로

서울-박성우 parks@rfa.org

남북 정상회담이 7년만에 다시 시작됐습니다. 이번에도 남측 대표단은 김정일식 시간표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서울을 떠날 때 만해도 공식 환영식은 평양의 입구격인 조국통일 3대헌장기념탑에서 열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행사 장소는 하지만 4.25 문화회관으로 변경됩니다.

남측의 선발 취재진은 환영식 예정 시간을 불과 한 시간여 앞두고 장소가 두 차례나 바뀌어 통보됐다고 전해왔습니다. 국제적 관례에도 맞지 않는 김정일식 시간표대로 정상회담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입니다.

고유환: 국제적인 외교 관례는 맞지 않지만 북한 특성상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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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식장에 나온 김 위원장이 2000년 정상회담 때보다 더 노쇠해 보인 것은 7년의 시간이 흐른 탓도 있지만 최근 건강상태 악화로 수술을 받은 때문으로 남측 전문가들은 분석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맞이하는 김정일 위원장은 무표정했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회담에 실무적으로 임하겠다는 나름의 침착한 모습이라고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분석합니다.

양무진: 김정일 위원장은 2000년도에 남측 대통령을 처음 만난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침착성을 보일 필요가 있고. 두 번째로 이번 노무현 대통령은 1차 때 김대중 대통령보다도 연배가 적잖아요. 그런 점에서 좀 더 무개 중심을 가질 필요도 있었을 겁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환영 행사에서 이처럼 무게는 잡았지만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인민군 의장대에 대한 사열을 식순에 포함시키는 등 ‘1호행사’급이었다는 게 남측 전문가들의 반응입니다. 한국국방연구원 백승주 박사입니다.

백승주: 양측이 국기를 사용하지 않은 부분... 또 예포를 사용하지 않았죠. 이런 건 특수한 관계를 고려한 부분이고. 의장대 사열, 분열... 이런 건 남측 대통령을 맞이하는 통상적인 국가 관계로 국가 원수에 대한 모든 의전을 다 했다... 이렇게 볼 수 있죠.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에서 최고 대접을 받는다고 하지만 2000년에 이어 다시 평양에서 열리는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남측 시민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입니다.

시민1: 우리나라로서는 북한과 대화가 단절되면 안되고 대화가 재개된 것에 뜻깊은 의미가 있고요...

시민2: 정상회담이라고 하는 것은 양 국가를 대표해서 책임감을 가지고 말을 해야 하는데... 임기가 두달밖에 안남았고... 또 우리 노대통령이 국민의 지지를 많이 받는 입장도 아닌데...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까지 가서 푸대접을 받는 거 아니냐는 불만도 없지 않습니다.

시민3: 좀 안좋았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때는 상당히 환영을 하는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김정일 위원장이 몸이 안좋아서 그런지 상당히 어색했고... 썩 반갑지 않은 듯한...

서울에서는 정상회담 반대 시위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Nat: 국군포로 납북자 전원 송환하라!!!

노무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도보로 통과한 것을 놓고도 여론은 분분합니다.

시민4: 그래도 국가의 제일 높으신 분이 아무도 걷지 못한 곳을 걷게 되면서 뜻이 깊다는...

시민5: 그것은 상징적인 것도 아니고 그래서 난 크게 점수를 주고 싶지는 않습니다. 타고 넘어갔던 걸어 넘어갔든 그게 무슨 상관이냐 그거죠.

서울에서 한의사로 일하고 있는 탈북자 석영환씨는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평양으로 간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 체제선전의 희생냥이 될 까 우려스럽다고 말합니다.

석영환: 노무현 대통령이 이북으로 휴전선 넘어간 부분에 대해서 아마 패자가 머리를 숙여서 인사하는 걸로 선전을 할 겁니다. 아마...

도보로 군사분계선을 넘은 행동을 너무 냉전적 시각으로 보지 말자는 주문도 나왔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입니다.

양무진: 체제의 관점에서 봐서는 안될 거 같아요. 일단 우리 남북관계의 특수성. 그리고 우리의 희망이 뭔가를 봐야 되기 때문에... 군 통수권자가 직접 도보로 넘는 것은 군사적 신뢰구축을 통해서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고 또 만들어 나가야 된다... 이러한 메시지를 전세계에 보낸 것이 아닌가...

다양한 논란 속에 진행되는 정상회담 소식은 시시각각 서울 롯데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로 전해졌습니다. 500석 규모의 프레스센터는 모두 천3백여명 가량이 사용을 신청해 빈자리를 찾기 어렵습니다. 열띈 취재가 펼쳐지고 있지만 관심의 강도는 2000년 정상회담에 비해 덜하다는 게 올렉 키리야노프 러시아 특파원의 평갑니다.

OLEG KIRIYANOV: 정상회담이 첫 번째가 아니라 두 번째니까 이것은 뭐 옛날보다는 뉴스거리가 크게 안되는 거 같아서... 그런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하상섭씨가 취재에 도움을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