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위원장을 위해 계좌를 열거나 운용해줄 은행은 스위스에 없다고 스위스 은행연합회가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연합회는 김정일 위원장뿐만 아니라 북한의 고위 관리들과 그 가족까지도 이른바 ‘정치적 요주의 인물’로 분류돼서 은행들이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스위스 은행연합회 (Swiss Bankers Association)의 피에르 미라보 (Pierre Mirabaud) 회장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자금이 스위스 은행에 숨겨져 있지 않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미라보 회장은 김정일 위원장을 위해 계좌를 열거나 운용해줄 은행은 스위스에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스위스 은행 연합회의 제임스 네이슨 (James Nason) 대변인도 9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이 같은 입장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Nason: (There is no way a Swiss bank would be running a bank account for Kim Jong Il knowing that he is a dictator. The reputational risk is simply too high.)
"스위스 은행의 입장에서 볼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독재자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계좌를 운용해주는 건 대단히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만약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다면 해당 은행의 신용은 땅에 떨어지고 경영에 큰 타격을 입고 말겁니다. 이런 걸 뻔히 알면서 스위스 은행들이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짓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네이슨 대변인은 김정일 위원장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인물들에 대해서는 은행들이 특별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Nason: (Kim Jong Il would definitely be a 'Politically Exposed Person')
"김정일 위원장은 이른바 ‘정치적 요주의 인물’로 분류돼서 은행들이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 뿐만 아니라 북한의 고위 관리들과 그 가족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원칙은 북한만 겨냥한 게 아니고 세계 어느 나라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는데요, 스위스 은행들의 경우 제가 알기로는 지난 1998년부터 이 원칙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네이슨 대변인은 스위스 은행에 돈을 맡기려는 북한 사람은 기피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독재정권 아래서 철저히 폐쇄된 사회에 살고 있는 북한 사람이 북한에서 돈을 빼와 스위스 은행에 맡기려 한다면 누가 이런 사람을 보통사람으로 보겠냐는 겁니다.
네이슨 대변인은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이나 북한 관리들이 중개인을 내세워 자금출처를 숨기려 한다면 일이 복잡해진다고 털어놨습니다. 은행으로서는 돈의 주인이 누군지 밝혀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이를 확실히 알기 위해서는 정보기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한편 지금까지 언론보도와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김정일 위원장은 노동당 39호실을 통해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으며,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마카오, 홍콩 등에 돈을 분산시켜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작년 10월에는 김정일 위원장이 최고 40억 달러의 비자금을 스위스 은행에 숨겨 놓고 있다는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의 보고서가 나와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앞서 스위스에서 두 번째로 큰 크레디 스위스 은행은 작년 1월 북한과 신규거래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워싱턴-김연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