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테러지원국 명단 관련 잠정 합의 했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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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김연호 kimy@rfa.org

미국이 지난 2일 제네바 실무그룹회의에서 연내에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해주기로 약속했는지 여부를 두고 여러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내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과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에 관한 잠정 합의를 이미 맺었으며, 다음 6자회담에서 동의를 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톰 케이시 대변인이 지난 4일 기자 간담회에서 북한을 언제 어떻게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할지에 대해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 문제는 미국과 북한의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에서 단독으로 결정될 사안이 아니며, 다른 6자회담 실무그룹 회의 결과와 함께 일관된 형태로 묶여져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다음 6자회담 본회의에서 북한의 핵폐기 관한 합의와 긴밀하게 연계될 사안이라는 설명입니다. 앞서 지난 3일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명의로 미국이 지난주 북미 실무그룹 회의에서 연내에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빼주기로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같은 북한의 주장을 두고 일각에서는 북한이 일본과의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에 관한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선수를 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해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Bruce Klingner) 선임연구원도 이같은 분석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이 실제로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에 관한 잠정 합의를 맺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Klingner: (It could be a case that Chris Hill has reached a tentative agreement with Pyongyang just as in Berlin.)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금년 초 독일 베를린에서 그랬던 것처럼 북미 실무그룹 회의에서도 북한과 잠정적인 합의를 했을 수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의 베를린 접촉은 2월13일 6자회담 합의의 바탕이 되지 않았습니까. 따라서 힐 차관보가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관련해 북한측에 성의를 보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 6자회담에서 동의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북측과 합의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미국의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현재 미국의 입장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Reiss: (The administration is trying to minimize the tension between two goals.)

"부시 미국 행정부에게는 두 가지 목표가 있습니다. 하나는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중대한 조치를 취하는 데 맞춰서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빼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인 납치 문제에 관한 일본측의 우려를 감안해서 북한에 대한 일본의 협상력을 약화시키지 않는 것이죠. 그런데 이 두 가지 목표가 상충적이기 때문에, 미국은 두 목표간의 충돌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겁니다."

미국 의회조사국의 래리 닉쉬 박사는 미국이 근래 북한 핵문제와 일본 납치문제를 연계하지 않는 쪽으로 가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Niksch: (When Prime Minister Abe was here, Secretary Rice is reported to have stated to him that the US was under no legal obligation to link the Japanese kidnapping issue with the status of N. Korea on the terrorism list.)

"아베 일본 총리가 지난 4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아베 총리에게 미국은 일본인 납치 문제를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연계해야 할 법적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미국이 두 사안을 연계시키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를 일본측에 보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1987년 남한 대한항공 폭파사건을 계기로 그 이듬해부터 미국 국무부에 의해 테러지원국으로 계속 지정돼 왔습니다. 국무부는 지난 4월 테러지원국 명단을 발표하면서, 북한이 일본 민항기를 납치한 일본 적군파 요원들을 계속 보호하고 있고 일본인 납치문제가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