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한의학, 남과 북 장점 합하면 발전 이룰 것”

서울-하상섭

남한의 한의학계는 한약을 위주로 환자들을 치료하고 북한의 한의학계는 침과 뜸 등의 침구술을 주로 사용하여 환자들을 치료한다고 합니다. 남과 북이 서로 다른 한의학적인 특징을 상호 보완하면 우리 전통의학이 보다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습니다.

남수침술원 김남수 원장: 근데 여기 어떻게 알고 오신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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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수 원장-RFA PHOTO/하상섭

환자: 제 고등학교 동창이 눈이 반쯤 감겼었는데 여기 와서 나았어요. 여기 한 대여섯 번 와서 나았어요...

64년째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김남수 원장의 ‘남수침술원’엔 아침부터 진료를 받으러 온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남녀로 구분된 진료실은 침대가 각각 3개씩 밖에 놓여 있지 않아 단출하다는 느낌마저 줍니다.

침술원에서는 일반 한의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혈압측정기나 청진기는 보이지 않습니다.

올해 93세인 김남수 원장은 한의사는 오직 보고, 듣고, 맥을 짚고, 묻는 ‘4진’ 에 의해서만 진찰을 해야지 기계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남수침술원 김남수 원장: 기계가지고 쓰면 그것을 양의사라고 해야 되요, 한의사라고 해야 되요? X-레이까지 다 찍고, 청진기 대고, 주시기에다가 분명히 한약 액 넜다고 약침이라고? 그런 것이 한의사냐고!

전통적인 진료를 고집하는 김 원장에겐 또 하나의 철칙이 있습니다. 오직 침과 뜸으로만 환자를 치료한다는 것입니다.

환자 가족: 한약 같은 거 먹는 거 없죠, 선생님. 한약 좀 먹어요?

남수침술원 김남수 원장: 근데 왜 여기 와서 이것 고치러 오셔가지고 왜 기분 나쁘게 만드세요? 한약 얘기를 왜 하세요? 허허허...

김남수 원장은 약 처방 위주의 치료방법에 치중하고 있는 한의원들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수침술원 김남수 원장: 다른데로 가 버렸는지, 어떻게 됐는지 한의원 간판이 없어졌습니다. 환자가 안 가니까, 차를 먹는걸 보약이라고 많이 먹여서 먹어도 소용없다는 것 아니까, 안 가니까 자연히 문 닫는 것 아니에요?

김 원장이 이처럼 한약위주로 처방하는 한의원들이 못마땅한 이유는 우리 전통의 침구술이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안타까움 때문입니다.

김 원장은 지난 1962년 의료법 개정시 오랫동안 전승돼 왔던 침구사제도가 없어진 후, 우리 침구술의 명맥이 끊겨질 위기에 처했다고 말합니다.

남수침술원 김남수 원장: 다 죽어버렸죠. 이제 침구사가... 과거에 있었던 사람들이 다 늙어서 죽어버리고 자연도태 직전입니다. 몇 사람 안 남았습니다. 50명 남았다나? 40명 남았다나?

김 원장은 현재 한의학과에서도 침과 뜸 등에 대한 교육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면서 체계적으로 침구술을 가르칠 수 있는 전문대 등 교육기관이 설립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남수침술원 김남수 원장: 양의사 생각해 보세요. 의사도 이비인후과 있고, 안과 있고, 간호사 있고, 마취사 있고 다 전문과가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침구사제도도 만들어가지고 침구사양성해서 병원 안에 있으면 안 될 것이 뭐 있습니까?

남한과는 달리 북한에서는 아직도 침과 뜸이 치료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9일,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뜸과 침, 부항으로 방광염, 치질, 신경통 등 여러 질병을 치료해 환자들로부터 명의소리를 듣고 있다는 평양의 리춘실이라는 한의사의 소식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북한 청진에서 8년간 한의사로 있다가 지난 1999년 탈북해 현재 남한에서 한의학을 공부하고 있는 김진희씨도 북한에서는 외상치료 등 일부분을 제외한 전 분야에서 침과 뜸이 치료에 널리 사용된다고 말합니다.

김진희: 한국보다는 북한이 훨씬 많이 이용을 하고 있어요. 침과 뜸을... 뭐 거의 모든 질환에 다 하죠. 뼈가 부러졌다든가, 혈관이 끊어져서 피가 줄줄 샌다든가, 이런 것이 아니면 침뜸 치료를 다 적용할 수 있는거죠...

그러면서 남한의 한의원들이 너무 약 처방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고 쓴소리를 합니다.

김진희: 한국은 약을 위주로 하려고 자꾸 그더라고요. 단번에 돈이 나오기 때문에... 북한은 그렇지는 않죠. 절대 환자 중심에 서 있기 때문에, 침이든 뜸이든 환자한테 맞는 치료를 선택을 하는 거죠.

김씨는 또, 북한과 비교해서 남한의 한의학 교육이 지나치게 이론 위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남한에서 한의학을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인 고전 등을 많이 읽는 것은 북한 한의대생들도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말합니다.

김진희: 환자를 많이 봐야 되고 환자를 많이 접해봐야 되고 그런 부분에 대한 실질적인 체험이 있어야 나와서 치료를 할 수 있는 거예요. 한국의 한의과 대학은 완전히 주입식 달달 외우는 공부예요... 근데 한국에 와서 보면 고전을 많이 학생들이 보고 있어요. 그런 부분은 확실히 한국이 나은 것 같아요.

김씨는 남한이 갖고 있는 한의학에 대한 이론적인 깊이와 북한에서 침과 뜸을 이용한 임상사례들을 접목시킨다면 남과 북이 갖고 있는 약점들이 상호 보완돼 우리 전통의 한의학이 보다 발전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소신을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