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이진희 bonnyj@rfa.org
근래 유엔개발계획의 대북사업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유엔개발계획 자금전용의혹을 처음으로 보도했던, 미국의 보수일간 월스트리트 저널지가, 이번에는 유엔개발계획이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 가능한 기술 장비를 북한에 넘겼다며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요구해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진희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을 살펴봅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지적한 문제의 기술 장비는 무엇이며, 언제 북한에 넘겨진 것인가요?
GPS 즉, 위성위치확인 장비로, 유엔개발계획이 북한에서 벌이던 지리정보체계(GIS) 사업에 필요한 장비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멜라니 커크패트릭 부논설실장은 지난 20일자 논평을 통해 이 장치가 지난해 5월 북한에 넘겨졌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주장의 근거로 최근 미국 정부가 적발한 포장 명세서와 계산서 등을 들었습니다. 위성항법 장치는, 미국 국방부가 1970년대 후반부터 군사 목적으로 개발한 위치 측정 장치인데요, 민간에서는 차량의 위치 확인이나, 혹은 운행 중 운행위치를 확인하는 등 교통관련 장치로 많이 쓰이지만, 군사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의 기술 장빕니다.
이중용도 기술장비라면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를 받는 것 아닌가요?
네, 위성위치확인 장비는 수출통제대상입니다. 이 장치를 수출하려면, 미 상무부로부터 수출 면허증을 받아야 합니다. 저널은, 유엔개발계획인 미국 정부에 면허증을 신청도 하지 않고, 이 장치를 북한에 넘겼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상무부에 신청기록이 전혀 없다는 주장인데요, 더구나 유엔개발계획은 지난 1999년에도 지리정보체계 사업을 위해 필요한 장비에 대한 수출 승인 요청을 했다 거부당했습니다. 당시 미국 상무부는 사업 자체의 보호조치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자칫 북한당국에 의해 군사목적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7년이 지난 2006년에는 아예 면허증 신청도 않고 북한에 장비를 넘겨줬다는 주장입니다.
유엔개발계획이 미국 정부로부터 대북 수출 승인을 받은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요?
위성위치확인 장비 이외에 대한 대북 수출인데요, 이 경우에도, 미 상무부는 북한 관리들은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라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저널은 그러나 조건은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유엔개발계획측의 반응은 어떤가요?
첨단기술이 아니다라는 해명인데요, 애드 멜커트 유엔개발계획 총재보는 최근 유엔주재 미국 대사에게 보낸 서한에서, 북한에 이전한 위성위치확인 장비는, 고가도 아니고 복잡한 기술도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저널은 그러나, 북한에 보낸 위성위치확인 장비를 제조한 회사의 말을 인용해, 시중에 나와 있는 것 중 가장 진보한 장비라며 반박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에도 유엔개발계획이 북한 당국에 고가의 시설과 장비를 무상으로 넘겨줬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되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유엔개발계획은 자금전용 의혹 등으로 3월에 대북사업을 잠정 중단했는데요. 북한을 나오면서, 그동안 북한에서 사용하던 시설과 장비를 북측에 넘겨주고 나왔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고가의 수력발전소와 발전기, 컴퓨터를 비롯해 컴퓨터 저장장치 등 시가로 2백만 달러 상당의 장비들이라고 보도를 했는데요, 위성위치확인장비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유엔개발계획 측은, 한 나라에서 진행하던 사업을 중단하면서 사업관련 장비에 대한 소유권을 이양하는 것은 관행이라고 해명을 한 바 있습니다. 유엔개발계획 크리스티나 로니그로 대변인의 말을 잠시 들어보시죠.
LoNigro: (Now all of the equipments and things we used in the implementation of our projects in N. Korea which were already in the possession of N. Korean authority...)
“북한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데 사용됐던 장비나 물건들은 이미 북한 당국이 소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계 어느 곳이던지, 사업이 잠정 중단되면, 사업 상대 국가에 사업 관련 장비나 물건에 대한 권리를 이양하게 됩니다.”
로니그로 대변인은 그러나, 북한에 넘겨주고 온 장비의 종류가 가치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앞서, 유엔개발계획의 대북사업 관련 부정사실을 고발했던 직원이, 보복성으로 파면됐다는 의혹도 있지 않았습니까?
네. 논란이 되는 사람은 평양사무소 대표를 지낸 아트존 슈큐르타즈 씹니다. 유엔개발계획이 북한 내에서 규정을 다수 위반했고 또 범죄행위에 간여했다고 주장을 했습니다. 슈크르타즈 씨는 재계약 대상에서 탈락해 지난 3월 유엔개발계획을 그만웠는데요, 미국 측은 슈크르타즈 씨가 보복성 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엔개발계획은 계약이 만료돼 그만 뒀을 뿐이다라는 주장을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유엔개발계획 대북사업에 대해 좀 더 철저한 진상 파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죠?
그렇지 않아도, 2차 회계감사가 멀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에, 유엔회계감사단, 유엔개발계획을 비롯해 대북사업을 벌이는 유엔기구들에 대한 회계감사를 한 기관이죠. 유엔회계감사단이 반기문 유엔총장에게 2차 회계감사를 촉구했는데요, 언제쯤 이뤄질 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1차 회계감사는 북한을 한 번 도 방문하지 않고, 유엔본부에서 가져온 서류들만 가지고 진행됐다고 해서, 회계감사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때문에, 2차 감사에서는 북한에 직접 가서 현장도 둘러보고, 더 많은 서류검토도 해서 관련 의혹을 좀 더 명확하게 풀어줬으면 하는 기대가 많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