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에서 나온 북한의 핵시설 폐쇄 합의에 대해 일부 미국 보수인사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보수적인 인사들조차 이번 합의에 대해 다소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먼저 이번 6자회담 합의를 가장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인물은 부시 행정부에서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가장 강경한 목소리를 내던 존 볼튼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입니다. 볼튼 전 대사는 미국 CNN 방송 등에 출연해 부시 대통령이 이번 6자회담의 합의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합의는 핵실험을 강행하는 등 나쁜 행동을 한 북한에 상을 주는 것이며 이란 등 핵개발을 꾀하는 나라들에게 나쁜 선례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엘리엇 에이브럼스 부보좌관도 행정부 관리들에게 이메일, 즉 전자우편을 보내 이번 합의에 대한 강한 불만을 내보였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에이브럼스 부보좌관은 6자회담을 통해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하려는 것에 대해 북한이 테러지원 중단 사실을 먼저 입증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보수적인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의 전문가들 역시 이번 합의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헤리티지 재단의 존 타식 선임연구원은 15일 자유아시아방송과 회견에서 부시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볼튼 전 대사의 비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왜 그런지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John Tkacik: 부시 대통령이 볼튼 전 대사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히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부시 대통령이 이번 합의 내용을 자세히 모르거나 아니면 그의 정책 우선순위가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가 아니라 북한 핵문제가 더 이상 미국 외교 혼란상의 한 원인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일 겁니다. 볼튼 전 대사의 지적은 모두 매우 적절하다고 봅니다.
타식 연구원은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 맺은 이번 합의는 핵시설 폐쇄 등 북한이 취하는 조치에 대한 검증절차가 명확하지 않고 지난 94년 제네바 핵합의의 이행을 중단시켰던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핵개발 문제에 대한 언급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타식 연구원은 부시 행정부가 이렇게 부실한 합의를 서두른 것은 미국 야당인 민주당의 대북협상 요구와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이라크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보수적 성향으로 알려진 미국의 제임스 릴리 전 주한대사는 16일 자유아시아방송과 회견에서 이번 6자회담 합의가 지난 제네바 핵합의보다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James Lilly: 이번 합의에 대한 비판은 이미 충분히 예상됐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은 주로 이번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에 치우쳐 있습니다. 제가 이번 합의를 평가하는 부분은 앞으로 협상과정에서 북한이 핵폐기라는 아주 어렵고 큰 결단을 내려야할 순간을 맞을 추세(trend)가 시작됐다는 점입니다.
이번 합의는 과거 제네바 합의와는 달리 북한과 미국 사이의 약속이 아닙니다. 북한은 중국과 남한 등 6자회담 참가국 모두와의 약속을 깨뜨리기가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한 것입니다. 북한이 이번에 그러한 협상 과정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추세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입니다.
릴리 전 대사는 이어 북한이 이번 합의에 적극 임하게 된 요인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입장 변화가 가장 크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중국의 태도 변화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핵실험까지 강행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강경했다는 것입니다. 또 중국 뿐 아니라 남한의 쌀 지원 중단과 미국의 금융제재 또 일본의 각종 대북압박 등 주변국들의 단합된 압박조치도 북한의 태도변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릴리 대사는 지적했습니다.
워싱턴-양성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