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힐러리-오바마 대선 후보, 북한과 정상회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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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김연호 kimy@rfa.org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 문제를 놓고 미국의 민주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간에 논쟁이 붙었습니다. 지지율 2위를 달리는 오바마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김정일 위원장과 조건없이 만나겠다는 입장인 반면, 선두를 달리고 있는 클린턴 후보는 섣불리 북한과 정상회담을 가질 경우 선전목적에 이용될 수 있다며 반대했습니다.

“Would you be willing to meet separately without precondition during the first year of your adminstration in Washington or anywhere else with the leaders of Iran, Syria, Venezuela, Cuba, and N. Korea?"

대통령에 취임한 첫 해에 북한과 이란, 쿠바를 비롯한 이른바 문제 국가의 지도자들과 어느 곳에서든 조건 없이 만나겠느냐. 지난 24일 민주당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쏟아진 질문 가운데 하나입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가운데 지지율 2위를 달리고 있는 바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주저하지 않고 북한 김정일 위원장 등을 만나겠다고 답했습니다.

Obama: (I would and the reason is this. The notion that somehow not to talking to countries is punishment to them, which has been the guiding diplomatic principle of this administration, is ridiculous.)

"만날 겁니다. 이유는 바로 이겁니다. 이 나라들과 대화하지 않음으로써 벌을 주겠다는 생각이 부시 행정부의 외교원칙이었는데, 이건 말이 안 됩니다."

오바마 의원은 과거 레이건 대통령도 소련을 이른바 악의 제국이라고 부르면서도 소련과 계속 대화했다는 사실을 예로 들었습니다. 소련이 신뢰할 만한 상대가 못되고 오히려 미국에 엄청난 위험을 안겨주는 존재이기는 했지만,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의무가 미국 대통령에게 있다는 겁니다.

반면 민주당 대통령 후보 가운데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 의원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Hillary: (I will not promise to meet with the leaders of these countries during my first year.)

“제가 대통령에 취임한 첫 해에 북한을 비롯한 이들 나라 지도자들과 만나겠다고는 약속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아주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을 펼치겠다는 약속을 하겠습니다. 이들 나라의 의도가 뭔지 알기도 전에, 정상회담 같은 최고위 회담을 약속해서는 안 됩니다.”

클린턴 의원은 상대국들의 선전 목적에 이용당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럴 경우 상황만 더 나빠진다는 겁니다. 클린턴 의원은 그러나 북한을 비롯한 이들 나라와의 외교적 노력을 적극 펼치겠다는 부분에서는 오바마 의원과 입장을 같이했습니다. 특히 고위 대통령 특사를 보내 북한의 의지를 시험해 보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클린턴 의원은 토론회가 끝난 뒤 미국의 쿼드 시티 타임즈 (Quad-City Times)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의원의 발언은 무책임하고 순진한 발상이라고 공격했습니다. 클린턴 의원 선거운동 본부도 세계 최악의 독재자들과 아무런 조건도 없이 정상회담을 갖겠다고 다짐하는 것은 실수라고 지적했습니다. 외교정책 경험이 짧은 오바마 의원의 약점을 찌른 겁입니다.

오바마 의원측은 클린턴 의원측이 논란거리를 일부러 만들어 내고 있다며 맞받아쳤습니다. 그러면서 힐러리 의원의 입장은 부시 행정부와 다를 게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현실적으로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먼저 풀어야할 문제가 많다는 신중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에서 국제안보담당 차관의 고위 보좌관을지낸 도널드 그로스(Donald Gross)씨의 말입니다.

Gross: (It would mean that, from the US standpoint, N. Korea is living up to its commitments in the six-party talks, and is moving significantly toward denuclearization issue.)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북한과의 정상회담은 북한이 6자회담에서 약속한 바를 지키고 비핵화를 향해 중대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한반도 정전체제를 대체하는 평화체제 문제까지 아우르는 광범위한 차원에서 진행돼야할 사안이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미국의 시각이 근본적으로 변해야 가능합니다."

그로스씨는 그러나 북한이 6자회담에서 핵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우선 미국과 북한의 외무장관 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