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나흘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던 6자회담이 북한의 동결자금 이체가 늦어짐에 따라 전체 회의를 제대로 열지도 못한 채 결국 휴회에 들어갔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미국 내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폐기 의지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고 있지만 미국의 신뢰를 문제 삼는 북한 측 입장도 이해할 만 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19일부터 시작됐던 6자회담은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동결됐던 북한자금 2천5백만 달러의 북한 반환이 늦어져 결국 차기 회담 날짜도 잡지 못한 채 휴회에 들어갔습니다. 동결된 북한 자금이 베이징의 중국은행 북한계좌로 송금되기 전까지는 절대 회담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북한이 고수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남한의 천영우 6자회담 대표는 북한 측이 베이징을 떠나기 앞서 자금만 송금되면 차기 6자회담이 열리기 전이라도 핵시설 폐쇄 약속을 지킬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백악관의 토니 스노우 대변인도 22일 북한이 6자회담 합의사항을 지킬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고 국무부의 숀 매코맥 대변인도 1, 2주일 안에 6자회담이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의 유화적인 대북 협상기조에 반발하던 미국 내 일각에서는 이러한 회담의 교착상태를 이미 예견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보수연구단체인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2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이번 일을 통해 미국은 불법 국가에 대처하는 기본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Bruce Klingner: (It certainly cause question whether the participating nations will be able to reach the deadline...)
“이번 일은 6자회담 참가국들에게 앞으로 북한 핵폐기 관련 합의 시한이 지켜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점은 북한이 자신의 핵폐기 의무보다는 이에 따른 이득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내보인 점입니다. 지난 19일 미국의 힐 국무부 차관보 등은 앞서 법집행 관련 문제로 제대로 인식돼 왔던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문제를 정치적 문제로 변질시켜 북한 측 요구에 항복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앞으로 미국은 협상 진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집중하기 보다는 불법행위에 대처하는 국제협약과 의무 등 기본 원칙에 충실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의 약속 이행을 먼저 확인하려는 태도는 그동안 북미간의 불신을 감안할 때 당연하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최근 북한 측 인사들과 접촉했던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조엘 위트 씨는 22일 자유아시아방송과 회견에서 오히려 이러한 북한 측 태도를 문제 삼는 사람들이 순진(naive)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Joel Wit: (I really can't understand why anyone would be surprised by this, because the North Koreans have been saying all along that the only reason they moving forward is on the basis of this BDA issue being fully resolved...)
“전 이번 북한의 태도에 놀라는 사람들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북한 측은 그간 지속적으로 오직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다는 전제에서만 핵폐기 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말해왔기 때문입니다. 현재 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북한이 회담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당연합니다."
"오히려 이러한 북한 측 태도에 놀라는 미국 측 협상단이 순진한 것입니다. 북한과의 협상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앞으로 북한의 행동에 놀랄 일이 많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번 6자회담 2.13 합의는 많은 유동적인 부분들이 얽혀있어 회담 참가국들이 이행해야 할 복잡한 일들이 많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이번 합의가 매우 쉽게 깨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위트 씨는 북한이 핵폐기 협상 과정에 어렵게 나선 만큼 북한 자금 송금 문제가 깨끗이 해결되면 다시 6자회담 협상과 합의 이행이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습니다.
미 사회과학원(SSRC)의 레온 시갈 박사도 자유아시아방송과 회견에서 미국이 먼저 북한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서는 북한이 한 약속을 지키는 지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6자회담 휴회 사태는 북한이 원하는 것을 주지 않고서는 미국이 북한에 바라는 것도 절대 얻을 수 없다는 북한 핵문제의 본질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워싱턴-양성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