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법원에 이미 항소장 보내” - 미 망명신청 탈북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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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미국 이민항소위원회(Board of Immigration Appeals)는 남한에 정착했던 탈북자는 남한에서 박해 사실이 증명되지 않는 한 미국에서의 난민 자격이 없다며 2명의 탈북자가 낸 망명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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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난민으로 미국에 입국한 탈북자들 - RFA PHOTO/최병석

이런 가운데 이번 탈북자들의 소송을 맡은 쥬디스 우드(Judith Wood) 변호사는 자유아시아방송에 이번 판결 결과에 대해 이미 제9순회 연방항소법원(US Court of Appeals for the Ninth Circuit)에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9일 밝혔습니다. 하지만 일부 미국 내 이민법 전문가들은 이번 이민항소위원회의 판결로 인해 남한에 정착했던 탈북자들의 미국 망명은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지난 4일 미 법무부 산하 이민항소위원회(BIA)는 현재 미국 시애틀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남한 정착 탈북자 출신 심 씨와 유 씨 부부의 미국 망명 신청에 대해 기각 판결을 내렸습니다. 판결의 요지는 심 씨와 유 씨가 남한에서 차별대우를 받는 등 고통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또 이들은 남한에서 주는 국적과 정착지원금을 받고 또 직업을 가지고 자유롭게 생활한 만큼 지난 2004년 미국에서 제정된 북한인권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이들을 남한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판결이었습니다.

우드 변호사는 9일 자유아시아방송과 회견에서 자신은 이민항소위원회 측의 북한인권법 해석에 동의하지 않으며 9일 제9순회 연방항소법원에 항소장을 이미 제출했다고 말했습니다.

Judith Wood: (My view is that we gonna appeal, we have a lot more work to do. We gonna appeal, we just filed the 9th circuit appeal today...)

“이번 판결에 대해 우리는 항소할 것입니다. 아직 할 일이 많이 있습니다. 오늘 제9순회 연방항소법원에 소장을 제출했습니다. 그 곳에서도 기각당하면 연방 대법원까지 갈 것이지만 저는 이번 항소가 기각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앞으로 적어도 1년은 지나야 판결이 나올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인권법 302조에는 남한 헌법상 북한을 탈출한 북한 주민들도 남한 국적자로 여기고 있는데, 이로 인해 탈북자들이 미국에 난민지위를 신청하거나 망명을 하는 것을 금지하지 않는다고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조항의 해석을 둘러싸고 그간 남한에 정착했던 탈북자들은 북한인권법에 따른 미국 망명 대상이 아니라는 의견과 남한에 정착했던 것과는 상관없이 탈북자들의 미국 망명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대립해 왔습니다.

우드 변호사는 법 해석상 논란이 되고 있는 북한인권법 302조 관련 문제 외에도 이들 탈북자들이 남한 국적을 취득하는 것 밖에는 다른 선택권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들이 북한이라는 ‘지옥’에서 탈출한 직후 자신들이 원하는 바와는 상관없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오직 남한 국적을 부여받고 남한에 정착하는 일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더 중요한 것은 현재 이들이 남한에서 살길 원하지 않고 있으며 또 이들을 포함한 일부 탈북자들은 남한에 살면서 박해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당한 남한 내 박해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법원에 제시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우드 변호사는 구체적인 물증(hard core evidence)은 없었고 그저 관련 증언(testimony)만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뉴욕의 ‘브레츠 앤드 코벤 법률사무소(Bretz & Coven, LLP)’의 데이비드 김(David Kim) 변호사는 9일 자유아시아방송과 회견에서 이번 이민항소위원회의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David Kim: 북한인권법 302조 해석 문제가 관건인데 그 법 조항을 보면 남한에 정착해서 남한 시민권을 부여 받고 살았던 탈북자가 미국 망명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 없다. 그 관련 문구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법 제정 역사(legislative history)를 봐야하는데 그 어디를 봐도 그런 내용은 없다.

한때 남한에 정착했다가 미국에 망명을 신청한 탈북자 마영애 씨의 미국망명 소송을 맡고 있기도 한 김 변호사는 또 탈북자라고 무조건 미국 망명이 받아들여진다는 것은 아니며 남한에 일단 정착했던 탈북자의 경우 남한에서 받았던 박해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이 증거로 입증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이번 이민항소위원회의 판결이 앞으로 판례가 되기 때문에 적어도 제9순회 연방항소법원에서 다른 판결이 나오기 전에는 유사한 소송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다시 말해 앞으로 남한에 정착했던 탈북자들의 미국 망명이 힘들어질 것이란 설명입니다.

반면, 북한인권법의 제정 의도를 볼 때 이번 이민항소위원회의 결정이 적절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미국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Saint Paul)에서 법률회사(The Oh Law Firm)를 운영하고 있는 이민법 전문 변호사인 매튜 오(Matthew Oh) 변호사는 10일 자유아시아방송과 회견에서 북한인권법 302조가 문구상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경우에는 법 제정 의도를 통해 그 의미를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Matthew Oh: 전반적인 북한인권법의 제정 취지로 볼 때 이번 이민항소위원회의 해석이 맞는 것 같다. 이 법을 너무 확대해석하게 되면 미 의회의 법 제정 취지와는 다르게 악용될 수 있다. 북한인권법의 제정 의도는 명확하다. 이 법은 남한에 나와 있는 탈북자들을 미국이 죄다 피난민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취지가 아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이민항소위원회가 그 한계선을 분명히 한 것이다.

오 변호사는 탈북자를 난민으로 미국에 받아들이겠다는 북한인권법 302조를 만든 미 의회의 취지는 탈북자들을 미국으로 유도해 미국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자는 데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남한에 이미 정착한 탈북자를 미국이 난민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이러한 법 제정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 오 변호사의 설명입니다. 오 변호사도 이번 이민항소위원회의 판결에 따라 앞으로 남한에 정착했던 탈북자의 미국 망명은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워싱턴-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