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미국과의 빠른 관계개선을 위해 미국 측 고위급 특사의 방북을 원한다는 의사를 거듭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도널드 그레그(Donald Gregg) 전 주한미국 대사는 28일 자유아시아방송과 회견에서 아직 부시 행정부는 그럴 준비가 된 것 같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달 초 뉴욕을 방문한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만났던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 대사는 북한이 미국과 고위급 접촉을 원한다는 김 부상의 말을 직접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아직 미국은 고위급 특사를 북한에 보낼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Donald Gregg: (I was there at the meeting when he said that, they met at the Korea Society...)
“김계관 부상이 ‘코리아 소사이어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그 말을 할 때 저도 그 곳에 있었습니다. 북한 측은 예전부터 두 나라 관리가 만나는데 그 지위가 높으면 높을수록 북미 사이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말을 여러 번 했습니다. 북한 측은 지난 1999년 미국의 페리 전 국방장관과 그 다음해의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북한 방문, 또 조명록 차수의 미국 방문 등을 통해 얼마나 빨리 북미관계의 진전이 이뤄졌는지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 이런 고위급 접촉을 가질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봅니다.”
실제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도 지난 26일 워싱턴의 한 토론회에 참석해 미국은 현재 북한과의 고위급 접촉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Chris Hill: (I think if the North Koreans are interested in ‘short cut’, they ought not delay things for two weeks over bank account...)
“만일 북한이 진정으로 ‘지름길’에 관심이 있다면 그들은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문제로 2주나 6자회담을 지연시키지 말았어야 합니다. 저는 당장 북미 고위급 접촉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습니다. 6자회담 합의문에는 합의 후 60일 안에 초기이행 조치가 잘 마무리되고 나면 6자회담 외무장관 회담을 베이징에서 갖기로 돼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그것도 나쁘지 않은 고위급 접촉이라고 봅니다.”
그레그 전 대사는 북미 고위급 인사의 접촉은 현재 진행 중인 6자회담 협상 진전에 달려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핵시설 폐쇄와 핵개발 계획 신고 등 핵폐기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더 많이 취할수록 북한이 원하는 미국 측 고위급 인사의 방북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 시점은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문제로 6자회담이 중단된 상태로 그럴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황이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그레그 전 대사는 이어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문제가 풀린 이후에도 북미관계는 북한의 핵폐기 정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과정에서 만일 북미 고위급 접촉이 실현된다면 북한의 핵폐기와 북미관계 정상화는 큰 추진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남한 연합뉴스는 27일 북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이달 초 열린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회의에서 미국 고위인사의 평양 방문 또는 양국 정상의 친서 교환을 북미 관계 개선의 지름길(short cut)로 제안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앞서 지난 2000년 말에는 북한의 조명록 인민군 차수와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북미 교차 방문이 이뤄진 이후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논의가 시작되는 등 급속한 북미관계 개선이 이뤄졌던 바 있습니다.
워싱턴-양성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