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채명석 seoul@rfa.org
미국, 일본, 호주 3개국 정상회담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APEC)가 열리는 시드니에서 9월초에 처음 개최된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습니다. 미,일,호 3개국이 시드니에서 첫 정상회담을 여는 목적은 무엇이고, 각국의 전략 목표는 어떤 것인지 도쿄의 채명석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채 기자, 우선 어떤 경위에서 미국, 일본, 호주 3개국 정상회담이 사상 최초로 열리게 되는 겁니까?
그 간의 경위를 설명하자면 얘기가 약간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미국은 2001년 호주와의 2+2라 불리는 외교, 국방장관 회담 때 미국, 한국, 일본, 호주 등 다자간 안보협력을 처음 제시했었고, 9.11테러사건이 일어난 다음해 8월 도쿄에서 미국, 일본, 호주의 외무차관급 정책협의회가 열려 중국의 군사력 증강문제, 대북한 정책, 아시아 안보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했습니다.
2005년5월에는 미국의 주도로 차관급 정책협의회가 장관급 전략 대화로 격상되어 2006년3월에 개최된 미국, 일본, 호주 3개국 장관급 전략 대화에서는 중국 군비 증강의 투명성, 이란과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한 대응 공조, 대 테러 대책회의의 정례화, 일본의 유엔안보리 상임 이사국 진출지지 등을 골자로 한 공동 선언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월에는 딕 체이니 미국 부대통령이 일본과 호주를 잇달아 방문하고 양국의 안보 협력을 촉구함으로서 3월13일 도쿄에서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와 호주의 존 하워드 총리가 만나 ‘안전보장에 관한 공동선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공동선언에 따라 ‘준 동맹국’수준으로 격상된 일본과 호주는 양국의 외교, 국방장관 회담을 개최하고 태평양에서 일 해상자위대와 미 해군, 호주 해군이 참가한 3국 공동훈련을 실시했습니다.
미국은 일본과는 미일안보동맹, 호주와 뉴질랜드와는 앤저스(ANZUS) 동맹이란 3개국 태평양 공동 방위체제를 결성하고 있는 데요. 여기에 일본과 호주가 준 동맹국 수준으로 격상됨에 따라 새로운 ‘안보 3각 체재’가 형성된 셈입니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미국, 일본, 호주간의 새로운 ‘안보 3각 체재’ 즉 ‘신 3각 동맹관계’를 재확인하고 중국의 군사력 증강 문제, 북한과 이란의 핵개발 문제,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문제, 대 테러 대책 등을 협의하기 위해 시드니에서 열리는 APEC 총회를 이용하여 3개국 정상이 별도로 9월8일경에 첫 회담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 일본, 호주가 연대하여 새로운 ‘안보 3각 체제’를 형성하려는 전략 목표는 어디에 있습니까?
우선 미국은 한미동맹, 미일동맹, 미호동맹 등이 거의 2국간 동맹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9.11테러 사태나 이라크 전쟁, 중국의 군사력 증강, 이란과 북한의 핵개발 등에 집단으로 대처하기에는 미흡하다고 보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아태 지역의 새로운 다자간 안보 체제구축을 모색해 왔습니다. 미국은 특히 일본, 호주 뿐 아니라 인도의 전략적 중요성에 착안해서 인도의 핵실험을 묵인하고 지난 7월에는 인도와 원자력 협력 협정에 합의했습니다.
즉 인도가 민간용 원자력 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관(IAEA)의 사찰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인도에 핵 시설 관련 물자를 공급하기로 합의하는 등 인도 끌어안기에 큰 힘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호주는 51년9월 미국과 앤저스 동맹을 체결한 이후 미국의 충실한 우방임을 자처해온 나라인데요. 국제적으로 정치, 외교적 위상을 제고하고 일본으로부터 경제협력을 얻어내기 위해 미국, 일본과의 3자간 안보 협력에 적극적인 태도로 나오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2일 인도 국회에서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요, 일본의 전략적 목표는 어디에 있습니까?
일본과 인도는 이미 작년 12월 도쿄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전략적 글로벌 파트너 십 구축’을 선언했는데요. 아베 총리는 22일 인도 국회에서 행한 ‘두 대양의 결합’이란 주제 연설에서 “태평양과 인도양이 결합한 ‘확대 아시아’가 명확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하면서 미국과 호주를 포함한 4개국 연대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아베 총리의 표현에 따르면 일본과 인도는 이미 “동아시아(일본)와 남아시아(인도)가 종래의 지리적 경계를 넘어 ‘확대 아시아’를 구축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4척과 인도 구축함 3척은 이미 지난 4월 미 해군 구축함 3척이 참가한 가운데 지바의 보소 반도 서남쪽 해상에서 공동 훈련을 실시했고, 오는 9월에는 벵골 만에서 열리는 다국간 공동 해상훈련에 해상 자위대가 참가하기로 합의하는 등 안보 면에서도 양국은 급속히 접근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엔 차관을 제공하면서 인도에 급전근하고 있는 가장 큰 목적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인데요. 일본은 외국에서 수입하는 석유의 9할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일본은 석유 해상 수송로인 이른바 ‘시 레인(sea lane)’을 방어하는 문제가 이전부터의 큰 과제였는데요. 최근 들어 해군력을 대폭 증강하고 있는 중국이 머지 않아 일본의 해상 교통로인 말래카 해협이나 인도양의 해상권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해 왔습니다.
그래서 일본은 우선 자신들의 시 레인 즉 해상 교통로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에서 호주, 인도와의 안보 협력 강화를 서두르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의 우익세력들은 또 이전부터 한국, 중국, 러시아와 같은 대륙국가들을 배제하고 미국, 호주, 인도에 동남아시아 제국연합을 가미한 이른바 ‘해양국가 연합’을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요.
해양국가에 비해 대륙국가가 낙후돼 있고 덜 진취적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여기에는 대륙국가들을 비하하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데요. 그래서 일본의 우익세력들은 대륙국가와는 적당히 사귀되 본래의 모습인 해양국가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일본과 아세안(ASEAN)은 26일 관세의 9할을 철폐하기로 한 ‘경제연대협정(EPA)’에 합의했는데요. 일본 우익들이 구상한 대로 미국, 호주, 인도에 아세안을 가미한 ‘해양국가 연합’이 서서히 현실화되고 있다는 느낌도 지을 수 없습니다.
당연히 중국은 미국, 일본, 호주간의 3각 안보체재나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4각 연대에 크게 반발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어떻습니까?
지난 3월 도쿄에서 일본과 호주간에 ‘전략적 글로벌 파트너 십’이 발표됐을 때 중국 언론들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포위망 구축’이라며 크게 반발했었습니다. 아베 총리가 지난 22일 인도 국회에서 4각 연대를 강조하자 이번에도 중국 언론들은 ‘중국 따돌리기’ ‘4개국 동맹으로 중국에 대항’ ‘중국을 배제한 대아시아 구축 음모’라는 제목으로 크게 보도했는데요.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산하의 환구 시보는 “인도는 일본과 경제분야에서의 협력에는 흥미가 있지만 그밖의 분야에서는 별 흥미가 없다”는 인도 관리의 말을 인용하면서 “4개국 연대에 미국과 일본은 적극적이지만, 호주와 인도는 별로 적극적이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본의 아사히 신문도 아베 총리가 인도 국회에서 두 나라는 자유,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는 나라라고 강조했으나, 핵 문제와 환경 문제에 있어서 두 나라의 가치관은 너무 다르다며 아베 총리의 두서없는 ‘가치관 외교’를 비판했습니다.
아사히 신문은 또 “중국에 체재하고 있는 일본인이 10만 명 이상인데 비해 인도에 체재하고 있는 일본인은 고작 2천명 정도”라며 중국과 인도가 차지하는 비중의 차이를 지적하면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인도를 이용하는 외교는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따끔한 일침을 놓았습니다.
미국, 일본, 호주의 ‘3각 안보 체재’나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4각 연대가 구체화되어 간다면 한반도 안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텐 데요, 어떻습니까?
전문가들은 ‘3각 안보 체재’나 ‘4각 연대’ 움직임이 당장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안보 전략의 축이 ‘한미일 체재’에 미국, 일본, 호주 나아가서는 인도를 포함한 ‘4각 체재’로 전환되어 간다면 한반도 안보에도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아시아 세력 균형이 미국, 일본, 호주, 인도를 포함한 해양세력과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대륙세력으로 양분될 경우 한국은 외톨이 신세가 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다음 한국 정부에서는 중국, 북한, 러시아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북방 삼각동맹논자들 보다는 미국, 일본. 나아가서는 해양 세력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남방 삼각동맹논자들이 더 득세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노동신문도 지난 23일 미국과 일본의 동맹관계, 미국과 호주의 동맹관계, 일본과 호주와의 안보 협력 대화를 부채의 살을 본 떠 ‘부채형 구조’를 가진 안보 기구라고 평하면서, 일본과 호주의 안보 협력에 관한 공동선언을 ‘아시아 침략을 위한 선행 조치’라고 비난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북한은 일본이 추진하는 ‘해양국가 연합’을 대동아 공영권을 부활시키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