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양성원
뉴스와 화제의 인물을 통해 현안을 좀 더 깊게 알아보는 뉴스 초점, 이 시간에는 최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보좌관을 그만 둔 조지타운 대학교 빅터 차(Victor Cha) 교수로부터 북한 핵문제와 북미수교 문제 등에 대한 견해를 들어봅니다. 빅터 차 교수는 미국이 6자회담 합의 이행을 위해 기대 이상의 정치적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면서 만일 북한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이는 북한 측 잘못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주 북한을 방문했던 국제원자력기구 실무대표단은 북한 측과 영변 핵시설 폐쇄와 봉인을 검증하는 절차를 합의했습니다. 앞으로 북한의 핵폐쇄 과정이 신속히 이행될 것으로 보십니까?
북한과 국제원자력기구 측이 북한 핵시설 폐쇄와 관련해 합의를 이뤘다는 것은 긍정적인 소식입니다. 북한의 핵시설 폐쇄 조치는 6자회담 2.13 합의의 3단계 과정 중 가장 첫 단계로 이제 국제원자력기구는 정식 사찰단을 북한에 다시 보내 북한의 핵시설 폐쇄를 검증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들 사찰단원들은 과거 북한의 핵시설을 동결시켰던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이 빨리 북한 핵시설 폐쇄 단계를 마무리해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북한이 핵시설 폐쇄 절차를 완료하면 이제는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 단계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 단계에서는 북한의 모든 핵프로그램 목록도 신고해야 하는데요. 과연 북한이 성실히 자신의 핵프로그램을 모두 신고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지난 2005년 6자회담 9.19공동성명에는 북한이 그들의 현존하는 모든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2.13합의 2단계에서 북한은 9.19 공동성명에서 약속한 것처럼 모든 핵프로그램을 신고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북한의 HEU, 즉 고농축 우라늄 핵개발 문제가 큰 걸림돌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은데요. 미국은 북한이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는 확신이 있는 겁니까?
미국은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핵개발 계획에 관심이 있어 오랫동안 이를 추구해왔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앞으로 북한이 자신의 핵프로그램을 신고할 때 미국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해결되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최근 전격적으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이러한 미국의 대북 양자접촉이 북미관계 정상화와 관련해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봅니다. 힐 차관보의 방북은 6자회담 북미관계정상화 실무그룹회의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6자회담 자체를 진전시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특히 저는 미국이 아직은 북한과 양자 협상에 나섰다고는 여기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이 북한과 양자접촉을 한 것은 언제나 6자회담을 진전시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미국은 북한과 공식 혹은 비공식적으로 어떠한 양자 합의를 한 적이 없습니다. 단지 두 나라 사이의 의견을 교환한 것일 뿐입니다. 그리고 2.13 합의를 포함해 어떤 합의든지 언제나 베이징 6자회담을 통해 이뤄져 왔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많이 유연해졌고 특히 최근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의 북한 불법자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북한에 너무 많은 양보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저도 미국이 북한에 양보했다는 사람들의 비판적 생각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북한과의 협상과정을 보고 직접 참여했던 사람이라면 미국의 그간 대북정책에 진정한 일관성(real consistency)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우선 외교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원칙과 다자적으로 접근한다는 것, 또 양자접촉은 항상 다자 틀 안에서 한다는 것, 그리고 협상을 통해 북한이 6자회담 9.19 공동성명 합의를 각 단계별로 이행할 의지가 있는 지 여부를 지속적으로 시험한다는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특히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즉 BDA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북한에 양보를 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지만 이는 미국의 2.13 합의이행 의지와 대북협상에 대한 정치적 의지를 내보인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북한과 미국이 협상할 때 아시아 국가들은 항상 미국의 진정한 정치적 의지를 내보이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번 BDA 문제 해결과정과 저의 북한 방문, 또 힐 차관보의 최근 방북에서 보여 지듯이 지금 부시 미국 행정부는 2.13합의 이행을 위한 정치적 의지를 강하게 내보이고 있습니다. 이제는 정말 북한이 진정으로 핵폐기 합의이행과 관련한 정치적 의지를 내보일 차례입니다.
북한이 미국과 핵협상에 나서고 있는 궁극적인 목적이 뭘까요? 북한이 정말 핵무기를 보유한 채 미국과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하길 원한다고 보십니까?
북한의 궁극적인 협상 목적이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북한의 진정한 의도를 파악하기는 매우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북미 관계정상화라는 개념과 이 과정을 시작하는 것은 6자회담 9.19공동성명과 2.13 합의 내용 중의 하나로 미국도 흥미가 있고 원하는 것입니다.
그렇다 해도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기 전까지는 북미 관계정상화 과정은 결코 마무리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제가 볼 때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모두 포기하기 전까지는 북한과 정치적 관계를 정상화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미국과 남한의 이익이 아닐 뿐 아니라 다른 나라 모두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북한과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핵문제 말고도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이 더 있지 않습니까?
9.19 공동성명에는 북미 두 나라 사이 문제를 해결하면서 양국의 정치적 관계를 정상화해 간다는 문구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물론 핵문제도 포함되지만 그 밖에 북한의 인권문제와 미사일 문제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물론 북한도 미국 측이 해결해 주길 원하는 문제들이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북한과의 협상 과정에서 미국에게 가장 큰 도전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물론 북한을 비핵화시키는 것입니다. 6자회담의 2.13합의는 9.19공동성명을 이행시키기 위한 하나의 합의 문서라고 봅니다. 우선 북한의 핵시설 폐쇄는 신속히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쉽진 않겠지만 핵시설의 불능화와 북한의 핵프로그램 목록 신고 과정은 올해 안에 마무리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마지막 단계로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핵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이 남아 있습니다.
이런 과정들이 모두 제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얼마나 있다고 보시는 겁니까?
아무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모두들 북한과의 협상은 언제나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협상과정이 진전돼 가는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많은 사람들이 기대한 것 이상으로 북한과의 협상과 합의이행에 대한 진정한 정치적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만일 최종적으로 북한과의 핵폐기 협상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그 이유는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 정치적 의지를 보이지 않아서가 아닐 것입니다.
미국이 최근 들어 이런 강한 정치적 의지를 내보이는 특별한 배경이라도 있습니까?
미국의 대북정책은 항상 일관적이었습니다. 중국과 남한, 일본, 그리고 러시아와 함께 다자적으로 북한 핵문제에 접근했고 항상 북한에게 핵문제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한가지 밖에는 없다고 말해왔습니다. 그 길은 북한에 에너지와 경제지원, 또 다른 나라들과의 외교관계 정상화 심지어 동북아의 평화체제까지 포함됐다는 점에서 북한에게도 매우 바람직한 것입니다. 이런 모든 것들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반드시 모든 핵을 포기해야 합니다. 이것이 미국 1기, 2기 두 부시 행정부의 일관된 대북정책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미국의 이러한 전략에 성과가 없다면 이는 부시 행정부의 정치적 의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북한 측의 대응자세에 문제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금 북한은 올바른 반응을 보이려고 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계속 그런 자세가 지속되길 바랍니다.
앞으로 북한 측과 협상에 임하는 미국의 협상단원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협상장에 갈 때 갈아입을 많은 여벌의 옷을 준비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협상과정이 매우 길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지난 4차 6자회담 첫 번째 회의는 3주나 계속돼 당시 모두들 갈아입을 셔츠가 동이 났었습니다. 앞으로 협상을 통해 북한이 가야할 길은 무척 명확히 제시돼 있습니다. 앞으로 북한이 핵폐기와 관련한 조치를 취하는 단계에 따라 중유가 제공될 것입니다. 한가지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누구라도 북한이 원하는 것 이상은 원할 수 없을 것이란 점입니다. 왜냐하면 항상 북한 측은 자신들은 뭔가 협상을 진전시키려고 하는데 미국 측이 현상유지를 원한다는 식으로 협상을 몰고 가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국 협상단원들은 2.13합의에 명시된 대로 협상이 나아가야할 명확한 방향을 항상 명심하고 북한 측과 협상에 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북한과의 협상과정에서는 항상 실망할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