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채명석 seoul@rfa.org
5일과 6일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열리는 북일 실무 그룹회의에서 첫날은 과거 청산 문제를 다루고 이튿날은 일본인 납치문제를 중점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4일 미네 요시키 일본 측 대표에게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전력을 경주하라고 지시함으로서 제네바에서 열린 미북 관계정상화 실무회의 때처럼 회담 분위기가 썩 밝지는 않을 전망입니다.
도쿄의 채명석 기자와 함께 첫날 의제로 정해진 양국의 국교정상화 논의에 관한 전망을 알아보겠습니다.
<문> 지난 3월 하노이에서 열린 첫 실무 그룹 회의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과거 청산 문제만을 첫날 집중 논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어떤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까.
<답> 결론을 먼저 말씀드린다면 내일 하루 회담만으로는 북일 양국의 국교 정상화 문제가 크게 진전될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북한과 일본은 2002년9월 발표한 북일 평양공동선언에서 국교정상화를 조기에 실현하기 위해 수교교섭을 재개하기로 합의하고 그해 10월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제 12차 수교교섭을 개최했었는데요.
일본인 납치문제가 꼬이면서 수교교섭이 완전 중단됐다가 하노이에 이어 울란바토르에서 5년만에 교섭이 재개되기 때문에 내일 북일 양측은 서로의 기본 입장을 개진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측 수석대표인 미네 요시키 일조 국교정상화 교섭 담당대사도 어제 일본 기자단들에게 “실무 회담을 계속하는데 의미가 있다”며 납치문제와 분리해서 관계정상화 교섭이 따로 진전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문> 국교정상화에 관한 지금까지의 양국의 기본 입장은 무엇입니까.
<답> 북한과 일본의 국교정상화 교섭은 1990년9월 자민당과 일본 사회당 그리고 조선노동당의 3당 공동선언에 따라 시작된 것인데요. 이때는 북한이 식민 통치에 관한 이른바 ‘전전 배상’과 전후의 적대시 정책에 대한 이른바 ‘전후 보상’을 한꺼번에 일본에 요구하고 북한의 핵 개발 의혹이 불거져 별 진전이 없었는데요.
2002년의 평양공동선언에서는 경제협력 방식으로 이 문제를 처리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한일 국교정상화 때처럼 양국의 재산 청구권은 상쇄하기로 하고 일본이 국교정상화 후에 북한에 대해 무상자금, 장기 차관, 경제협력을 제공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2002년 10월 이후 수교교섭이 중단됨에 따라 이런 문제들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일체 진전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5일에 열리는 첫날 회담에서는 이런 문제들에 관해 양국이 보다 구체적인 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 올해 안에 미국과 북한이 관계를 정상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데요. 북일 관계 정상화에도 어떤 자극이 가해지지 않을 까요.
<답> 북일 관계 정상화에 있어 최대 난관은 역시 일본인 납치문제인데요. 마치무라 외상은 미국이 올해 안에 북한을 테러 지원국 지정에서 풀어주기로 합의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서 “미국 측으로부터 미일관계를 희생하면서까지 미북 관계를 진전시키지는 않겠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미국이 일본인 납치문제를 결코 도외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요사노 관방장관도 4일 “미국은 북한의 핵 시설 불능화와 핵 목록 신고가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테러 지원국 지정을 풀어 줄 의사가 없음을 전달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미 국무부의 힐 차관보도 4일 호주의 시드니에서 일본의 사사에 켄이치로 6자 회담 수석대표와 오찬 회동을 갖고 “북한의 분명한 태도를 알 수 없는 지금 시점에서 해제 문제를 왈가왈부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뜻을 사사에 대표에게 전달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일본 언론들은 “제네바에서 북한이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서 어떤 타개책을 미국에 제시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울란바토르 회담에서 북한의 태도가 크게 주목된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일본 외무성의 야치 쇼타로 사무차관도 3일 “미북 관계 진전이 일북 관계 진전에도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기를 기대한다”며 일북 관계 정상화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만약 미북 관계 정상화가 올해 안에 이루어진다면 “납치 문제 해결 없이 국교정상화는 없다”는 아베 정권의 대북 정책도 큰 난관에 봉착할 것이 분명한데요. 일본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급진전하고 있는 사태를 ‘제2의 닉슨 쇼크’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닉슨 대통령이 일본의 등 너머로 중국과 수교하려 했던 것처럼 미국이 이번에도 일본의 등을 훌쩍 뛰어 넘어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일본은 지금 대북 강경 정책을 전환하느냐, 아니면 ‘제2의 닉슨 쇼크’를 감내 할 것인가, 양자 택일을 위한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