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김연호
미국이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내기 위한 평화협정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북한이 핵 계획을 모두 신고하고 핵시설을 불능화하는 2단계 핵폐기 조치에 성의를 보일 경우 금년 말부터 한반도 평화협정을 논의한다는 구상입니다.
미국의 한반도 평화협정 구상, 어떻게 알려진 겁니까?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의 9일자 보도로 윤곽이 드러났는데요, 이 신문이 미국의 고위 관리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부시 미국 행정부는 이르면 금년 말부터 북한과 평화협정을 논의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지난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되면서 한국전쟁이 사실상 끝나기는 했지만, 법적으로는 말 그대로 휴전, 그러니까 잠시 전쟁행위를 중단하는 것이지 완전히 끝난 건 아닙니다. 이런 상태가 50년 넘게 지속돼 온 거죠. 정전협정을 대신하는 평화협정을 맺어서 법적으로도 전쟁을 완전히 끝내자는 겁니다.
미국이 북한과의 평화협정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뭡니까?
최근 들어 북한이 핵동결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뜻을 적극적으로 밝히면서, 평화협정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지난달 말 IAEA, 국제원자력기구 실무 대표단에게 영변 핵시설을 공개하고 이 시설을 폐쇄 봉인하는 방법에 대해 원칙적인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핵시설 폐쇄 시점에 관해서도 탄력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요, 남한으로부터 받기로 한 중유 5만톤이 다 도착하지 않아도, 일단 첫 선적분만 받으면 핵시설 폐쇄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핵동결 조치 이후가 문제 아니겠습니까? 북한이 핵폐기 2단계에 들어가면 쉽게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데요.
방금 지적하신대로, 핵개발 계획을 모두 신고하고 핵시설을 불능화하는 핵폐기 2단계에서도 북한이 협조적으로 나올지는 불투명합니다. 그래서 미국도 북한이 다음 단계에서도 핵폐기 조치에 성의를 보이는지 먼저 본 다음에, 평화협정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와 관련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회견에서 ‘북한의 비핵화 절차가 진전된다면 올해 안에 북한과 평화협정으로 공식 전환을 위한 협상을 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평화협정은 북한이 핵폐기에 얼마나 협조적으로 나오느냐에 따라, 이르면 금년 말부터 논의될 수 있고, 아니면 해를 넘기거나 그보다 더 뒤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만약 일이 순조롭게 잘 풀려서, 평화협정 논의가 시작됐을 때, 어떤 문제가 핵심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입니까?
일본과 남한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평화협정이 체결돼서 북한의 군사위협이 사라진다면, 미국이 일본, 남한 군사 동맹을 맺어야 하는 이유가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도 이 문제를 지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미국은 일본, 남한과 한반도 평화체제를 어떤 식으로 짜야 할지에 대해 긴밀한 협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 나라는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문제를 빌미로 북한이 핵폐기 과정을 지연시키지 않도록 하는데 특히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평화협정의 직접 당사자를 어느 나라도 한정할 것인지도 논란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평화협정의 직접 당사자는 한국 전쟁 당시 교전당사국이었던 미국, 중국, 그리고 남북한 이렇게 네 나라라는 게 일반적인 이해였습니다.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도 지난달 북한을 전격적으로 방문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평화협정의 직접 당사자를 네 나라로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자국을 뺀 평화협정 논의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입장도 흥미로운데요, 북한과 군사동맹 관계에 있기 때문에, 평화협정 논의에 직접 개입할 경우 북한을 편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핵실험을 비롯해 국제적으로 문제를 야기하는 북한과 되도록 멀리하려는 게 중국의 속마음이기 때문에, 평화협정 논의도 직접 개입하기를 꺼려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