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양성원 yangs@rfa.org
미국 행정부의 거듭된 설득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목록 신고를 부실하게 할 경우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다시 강경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미국 클린턴 행정부 시절 북한 담당관을 역임했던 케네스 퀴노네스(Kenneth Quinones) 박사가 경고했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그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북한 방문에 나섰는데 마치 2002년 고농축 우라늄 핵개발 문제와 관련된 지난 2002년 제임스 켈리 전 차관보의 방북을 연상시킵니다.
지금은 북한의 농축 우라늄 핵개발 계획 보유 여부와 관련해 더욱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 핵개발과 관련한 주장에 대해 자신이 없어지는 경향을 보이는 반면 북한은 이를 부인하는데 더 자신 있어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미국과 북한 둘 다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확실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검증이 매우 어려운 것이 문제입니다. 북한의 핵목록 신고, 특히 우라늄 농축 핵개발과 관련해 워싱턴 정가, 특히 의회의 기대가 매우 높습니다. 또 많은 워싱턴 정가 사람들은 북한에 반드시 우라늄 핵개발 프로그램이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힐 차관보가 북한과의 협상기조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워싱턴 사람들을 만족시키기는 매우 힘들 것으로 봅니다.
북한이 핵목록 신고와 관련해 미국 의회와 부시 행정부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첫째 시나리오는 6자회담의 진전이 멈추는 것입니다. 이미 벌써 진전이 멈추는 기미가 보이고 있습니다. 그 기미는 우선 부시 행정부가 의회에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를 통고하지 않은 것에서 나타나는데 제가 볼 때 부시 대통령이 의회에 이를 통고하기 전에는 6자회담 진전이 없을 것으로 봅니다. 또 불능화 시한도 문제라고 봅니다. 미국도 이제는 기술적 이유로 내년 2월에나 북핵 불능화가 끝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지만 이미 힐 차관보가 올해 안에 불능화를 모두 끝낼 수 있다고 너무 기대 수준을 높여 놓은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능화 시한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북핵 문제 해결과 관련해 워싱턴 정가 사람들의 좌절이 클 것으로 봅니다. 게다가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 시리아의 핵개발 연루설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문제가 쌓여가는 동안 북한은 미국이 테러지원국 해제, 또 적성국 교역법 대상 제외 약속을 지키지 않는데 우리가 어떻게 미국과 계속 협조하느냐고 따지고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되면 6자회담은 다시 표류하게 될 것입니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일관성이 없어 북핵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한 견해는?
최근 부시 행정부 대북정책은 매우 일관성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부시 행정부 1기 초창기부터 5년 동안의 대북정책과 완전 상반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문제는 북한이 핵폐기 진전 등 미국과 협조하는데 더 많은 조건을 들고 나오고 강경한 태도를 보일 때 과연 부시 대통령이 부시 행정부 1기 때의 대북강경책으로 회귀할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그럴 가능성을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데요. 저는 부시 대통령이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보며 그럴 경우 6자회담은 완전 좌초될 것으로 봅니다.
갑자기 부시 행정부가 대북 강경책으로 회귀하기가 어려울 것 같기도 한데요.
부시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라고 봅니다. 6자회담의 진전을 원한다면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 말고라도 적성국 교역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것부터 이행하는 등대북 경제제제를 해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부시 대통령이 대북 강경책으로 돌아서면 북한도 강경하게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북한의 부실한 핵목록 신고에 부시 행정부가 실망할 경우 부시 행정부는 대북 강경책으로 돌아설 가능성 높습니다. 하지만 일단 북한의 핵목록 신고를 지켜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남한 청와대의 백종천 안보실장이 한국전 종전선언 등을 논의하러 워싱턴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남한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부시 대통령은 호주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한국전 종전 선언에 앞서 완전한 북핵 폐기를 먼저 원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남한이 이 문제와 관련해 백악관을 압박하려고 한다고 보는데요. 북한은 종전선언 문제를 가지고 미국과 남한 사이를 이간질하려 한다고 봅니다. 마치 이것은 납치문제와 관련된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로 북한이 일본과 미국 사이를 이간질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남한은 북한과 종전선언 문제를 핵폐기 문제보다 우선하는 것에 의견 일치를 본 것 같지만 부시 행정부는 이 문제에서 남북한 주장에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이러한 상황도 앞으로 6자회담 진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인데요. 여러 상황이 모두 앞으로 6자회담 진전에 부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한이 북한과 힘을 합쳐 종전선언과 관련해 미국을 압박하는 태도가 적절하다고 보십니까?
기본적으로 남한은 민주주의 독립국가로 미국은 남한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서로 일정부분 절충점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종전선언 관련 문제에 협조하지 않아도 노무현 정부는 그냥 북한과 같은 의견일 것입니다.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노무현 정권이 끝날 때 까지 남북한의 요구와 관련해 그냥 시간을 끌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이번 남한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된다 해도 한국전 종전 선언 문제는 계속 제기될 것으로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