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 개성공단 제품 원산지 표기 문제로 앞길 험난

남한과 미국이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시작하기로 한 가운데, 개성공단 제품의 원산지 표기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미국측은 개성공단 제품이 제3국에서 생산되는 만큼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는 반면에, 남한측은 개성공단 제품을 남한산으로 인정받겠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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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의 한 의류업체가 북한 개성공단에서 만들어진 옷을 점검하고 있다. - AFP PHOTO / KIM JAE-HWAN

남한과 미국의 무역협상 대표들은 지난 2일 두 나라간의 자유무역협정 협상이 시작됐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남한의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은 남한의 가장 중요한 교역상대국이라며 협상에 대한 의욕을 내비쳤습니다. 롭 포트먼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역시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경제 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두 나라가 자유무역협정을 맺으면 농산물과 공산품, 금융 등 여러 분야에서 서로에게 메기는 관세가 없어지거나 매우 낮아져 사실상 무역장벽이 없어지게 됩니다. 그만큼 두 나라는 상대국의 시장에 더 많은 물건을 내다 팔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두 나라의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부분이 많아 협상이 결코 쉽지만은 않을 전망입니다.

특히 남한측은 개성공단 제품을 미국이 남한산으로 인정해주기를 원하고 있으나, 미국은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포트먼 대표는 개성공단 제품이 제3국에서 생산되는 만큼 미국과 남한간의 자유무역협정과는 별개라고 밝혔습니다. 주한미국 대사관의 고위 경제관료도 8일 비공식 기자설명회에서 자유무역협상의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개성공단 문제가 방해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민간 연구소 헤리티지 재단의 안소니 김 (Anthony Kim) 연구원은 8일 자유아시아 방송과의 회견에서 남한측이 개성공단 제품의 남한산 표기가 정말 중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협상과정에서 미국측에 더 많은 양보를 내놓을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Kim: If they think this is really crucial they will be willing to make some more concessions to the United States.

김 연구원은 협상이 긍정적으로 풀릴 것이라는 기대가 없었다면 두 나라 정부가 협상이 시작됐음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개성공단 제품 문제도 타협의 여지가 전혀 없는 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남한과 싱가포르는 작년에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면서 개성공단 제품이 남한을 통해 싱가포르에 수출될 경우 남한산 제품과 똑같은 특혜관세를 부여받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개성공단 제품을 남한산으로 표기하지 않으면서도 효과는 그대로 누릴 수 있는 타협안을 찾아낸 겁니다. 김 연구원은 그러나 미국과 남한의 협상이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고, 개성공단 문제는 매우 복잡한 사안인 만큼 섣불리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남한은 그동안 세계 각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해 수출시장을 크게 늘린다는 야심찬 계획을 진행해 왔습니다. 그리고 개성공단 제품도 남한 제품과 마찬가지로 자유무역협정에서 인정하는 각종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왔습니다.

현재 북한산 제품은 미국시장에서 높은 관세가 매겨져 수입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팔리기 어렵습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이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지 않은데다 테러지원국으로 분류돼 있는 사실을 들어 이런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김연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