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과 미국의 관계는 두 나라가 현실을 인식하는 관점이 다르고 서로에 대해 다른 기대 수준을 보이고 있어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반도 전문가가 주장했습니다. 이 전문가는 ‘한미관계’에서 남한이 미국에 바라는 기대치가 높았던 반면, 미국은 그렇지 못했다고 6일 밝혔습니다.

지난 1950년 한국전 이래 남한과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든든한 동맹관계를 자랑해왔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북한에 대해 진보적 입장을 취해온 남한 김대중 정부를 거쳐 5년 전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뒤부터 남한과 미국의 관계도 적잖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특히 오랫동안 각별한 동맹관계를 유지해온 만큼 남한이 미국에 대해, 혹은 미국이 남한에 대해 가져온 기대치도 놓았다는 지적입니다. 그런데 서로에 대한 이런 기대치와 현실 상황과의 차이 때문에 한미 관계가 삐걱대기도 했고 원만치 못했다는 주장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에 의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지난 6일 주미 남한대사관 산하 홍보원(KORUS) 강연회에서 한반도 전문가인 고든 플레이크(Gordon Flake)씨는 한미 양국 상호간의 기대치 문제는 이라크 파병 문제에서부터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에 대한 관계, 전시작전권 이양문제, 그리고 북한에 대한 인식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고 지적했습니다. 플레이크씨는 단적인 예로 이라크 파병 문제를 꼽았습니다.
지난 2004년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파병지원국을 언급하는 가운데 불과 수십명의 지원병을 파견한 남미의 엘살바도르까지 언급하면서 막상 영국 다음으로 최대 병력을 파견한 남한은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는 바람에 남한내에서 큰 시비거리가 됐었다고 소개했습니다.
당시 이 사건을 놓고 한미간에 옥신각신했지만 자신이 보기에 부시 대통령이 일부러 남한을 빼먹은 게 아니라 머릿속에 생각이 나지 않았을 뿐이지만, 막상 남한이 받아들인 느낌은 홀대감이었다면서 바로 이런 일이야 말로 서로의 기대치가 현실적으로 어떻게 차이가 있는지를 잘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플레이크씨는 특히 최근 5년간 남한과 미국이 서로의 기대치에 있어 가장 큰 차이를 보였던 부분은 북한 문제였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40년간 한미동맹이 유지되는 동안 북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취했던 쪽은 항상 남한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를테면 평화협정을 체결하는데 반대했던 사람은 이승만 대통령이었으며, 70년대 박정희 시대를 거쳐 80년대 김영삼 정부에 들어서도 북한에 대한 태도는 강경 일변도였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시만해도 북한은 절대로 믿어서는 안 되는 나라라는 인식이 남한 내 지배적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지난 98년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고 북한과 평화적으로 공존을 하기 위한 햇볕정책이 등장하면서 남한국민들의 북한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으로 변화됐다고 말했습니다.
플레이크씨는 북한에 대한 인식에 있어 미국과 남한의 인식의 차, 또한 기대치가 가장 벌어진 때가 이 즈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02년 9월11일 테러사건 이후 미국에서는 북한에 대한 위협이 늘어난 반면 오히려 남한에서는 북한의 위협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남한이 민주화되고 언론이 자유를 만끽하면서 요즘 남한사람들은 뭐든지 북한에 관해 부정적인 것이면 무시해버리는 경향까지 생겼다면서 이는 햇볕정책이 가져온 폐단이기도 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햇볕정책을 추구하면서 남한 관리들이 북한에 관한 부정적인 것은 퇴색시키고 긍정적인 것들을 부각하기 시작한 나머지 요즘 젊은 세대들이 북한에 관한 부정적인 것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플레이크씨는 바로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지난 5년간 미국은 남한에 대한 기대치를 재조정하는 과정을 거쳤으며 현 시점에서 양국은 서로에 대한 기대치가 종전과는 뒤바뀐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Flake: (Over the course of 5 years of the DJ administration and now the first 4 years of Roh administration, I think at this point the expectations are completely reversed where the US now expects the South Korea to be relatively progressive at North Korea. In fact if you look at the last 2 month where the US and South Korea coordination has been very good. I think what should have been noticed is very positive turn.)
"과거 김대중 정권과 현재 노무현 정권에 이르기까지, 현 시점에서 한미관계의 기대치는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냐 하면 미국은 현재 남한이 북한에 대해 비교적 진보적인 자세를 보여주는 걸 기대할 정도입니다. 실제로 최근 2개월간 미국과 남한의 공조는 대단히 좋았습니다. 제가 볼 때 분명 긍정적인 전환입니다."
플레이크씨는 이어 작년 북한 핵실험 이후 최근 6자회담에 이르기까지 미국과 남한이 서로 보여준 협력은 훌륭했다면서, 이런 협조는 서로의 기대치가 극적으로 낮아진 덕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한미관계에 있어서도 미국이 남한에 갖는 기대치가 낮춰졌기 때문에 남한의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 취임 이후 남한정부의 협조는 대단히 좋게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송 장관이 취임 1달 전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서 얼마나 많은 인명을 살상했는지 비판하는 인물로 유명했기 때문에, 미국은 송 장관에 대해 대단히 낮은 기대치를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송 장관은 기대치를 뛰어넘는 활약을 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반면에 미국에 대한 남한의 기대치는 이와는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은 이라크 문제를 늘상 외교정책의 1순위로 여기고 있지만 북한의 핵 문제는 뭔가 일이 터지지 않는 한 관심을 끌지 못한다고 설명했습니다.
Flake: (As long as the N.Korea isn't doing something like testing its nuclear weapon, it's gonna be very low priority. And when they do, as long as we put cap on that pretty quick it's gonna lower down dramatically in terms of expectations. Unfortunately the perception in Korea is not always that way. The assumption is that Korea is the front centerpiece of the US foreign policy. The reason why I say this is not to downgrade Korea because it's true for other countries as well. is that Koreas to have more an accurate expectation in terms of what drives US policy.)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하지 않는 한, 북한의 핵 문제는 미국의 외교 정책 우선순위에서 대단히 낮은 위치를 차지할 것입니다. 북한이 핵 실험을 하더라도 빠른 시일 안에 기대치 측면에서 극적으로 우선순위 면에서 낮아질 것은 분명합니다. 불행히도 남한에서 북한 문제를 보는 시각은 다릅니다. 남한은 미국의 외교 정책에 가장 선두에서 중심부분을 차지해야 한다고 가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플레이크씨는 이것은 남한을 폄하하려는 게 아니라 다른 나라도 똑같은 상황이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므로 남한 정부는 미국의 외교정책에 대한 보다 정확한 개념을 갖고 있어야 하며 남한이 미국에 대해 갖는 기대수준은 보다 현실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끝으로 이런 기대치를 극복하기 위해선 관련 인사들끼리 자주 교류와 대화를 갖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워싱턴-김나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