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김연호 kimy@rfa.org
미국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문제가 남북관계에 분명히 연계되지 못한 점에 대해 불편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백악관은 특히 한반도 평화협정은 북한이 핵폐기 약속을 이행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숀 맥코맥 대변인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남북관계의 진전은 북한 핵문제를 풀기 위한 6자회담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McCormack) That this is not a bilateral issue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North Korea.
"북한 핵문제는 단지 미국과 북한의 양자문제가 아닙니다."
이름을 밝히기를 원치 않은 미 의회 관계자는 미국측의 이같은 발언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남북 정상회담과 6자회담이 북한의 비핵화를 중심으로 맞물리지 않고 오히려 서로 겉도는 상황에 대해 미국측이 난감해 하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정상회담 직전 북측에 핵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 후, 미국측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수준을 일찌감치 낮춰 잡고 있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미국 정가에 밝은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측은 처음부터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노무현 대통령이 이른바 대북 햇볕정책을 굳히고 연말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으로 평가해 왔습니다.
남북 정상은 이번 공동선언에서 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의 구체적인 언급은 공동선언에 나와 있지 않습니다. 미국의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차관보의 말입니다.
(Einhorn) Clearly in the documentation in the declarations that emerged from the summit, the nuclear issue got very little prominence.
“남북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공동선언문에 핵문제가 별로 두드러지지 않게 다뤄진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어느 정도 핵문제를 직접 제기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직전 기자간담회에서, 북한 핵문제가 풀려가는 과정은 기정사실이 됐고 다음 과제는 한반도 평화정착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발언을 두고 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핵문제 보다는 평화체제 문제에 더 치중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반면 미국은 한반도 문제를 푸는 데 있어서 북한의 비핵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입니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고든 존드로 대변인은 남북 공동선언에 관한 논평에서, 한국전쟁을 공식 종료하는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관계 정상화는 북한이 핵페기 약속을 지키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남북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이와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의 종전선언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남한이 종전선언의 당사임을 분명히 못박지 않은 겁니다.
미국 정가에 밝은 정통한 소식통은 남한을 종전선언의 당사자에서 배제하려는 북한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라는 지적이 미국 행정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아인혼 전 국무부 차관보는 그러나 남한이 참여하지 않는 한반도 평화체제는 있을 수 없다는 게 미국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