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구기관, 남한 대선 보고서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최근 대선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주요 후보들이 대북정책에 관해선 제목소리를 내면서도 막상 북한 인권문제에 관해선 침묵하고 있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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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의 이회장 대통령 후보가 시장에서 유권자를 만나고 있다 - AFP PHOTO/KIM JAE-HWAN

미국의 헤리티지 재단을 대표해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남한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의 이념적 성향을 이렇게 분류합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중도 우익,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좌익, 그리고 무소속 이회창씨는 우익이라고 클링너 연구원은 평가했습니다.

남한의 대통령 후보들이 내건 공약을 보면 이명박 후보는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할 경우 북한의 국민소득을 3천달러로 증대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습니다. 반면 정동영 후보는 선 핵폐기론 보다는 서해평화협력지대 창설, 북미관계 개선 등 긴장완화 조치를 병행하면서 북핵문제를 해결하자는 입장입니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대북지원은 북한의 핵포기가 완료된 뒤에야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이회창 후보는 보수층을, 정동영 후보는 진보적 유권자를 확실하게 겨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는 좀 더 많은 지지층 확보를 위해 양쪽 모두를 겨냥하고 있다는 게 클링너 연구원의 분석입니다.

Bruce Klingner: 이명박 후보는 대북정책과 관련해 이중 메시지(dual message)를 갖고 있다. 이를테면 북한주민의 국민소득을 3천달러로 올리겠다고 했는데, 전제가 있다. 북한이 먼저 비핵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 후보가 어느쪽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좀 더 보수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혹은 진보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집권 후 대북정책의 방향성에서는 무소속의 이회창 후보가 가장 선명할 것으로 클링너 연구원은 분석했습니다.

Klingner: 정동영 후보가 당선되면 기본적으로 조건없는 대북원조를 해온 노무현 정권의 대북정책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본다. 반면 이명박 후보는 조건부 대북지원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회창 후보가 당선되면 훨씬 더 선명하게 북한에 대해 비핵화 뿐 아니라 인권문제, 경제개혁 등을 조건으로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본다.

그렇지만 후보들이 당선 뒤 실제 대북정책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맨스필드 재단 플레이크 사무총장입니다.

Gordon Flake: 후보들 모두 당선되고 싶은 정치인이란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당선 뒤의 가변성 때문에 현재 명확하게 대북정책을 제시하진 않고 있다.

이들 전문가들은 그러나 대북정책의 핵심이고 미국이 북한 핵문제 해결후 집중 거론할 것으로 보이는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대통령 선거 후보들이 입장을 밝히지 않은 데 대해서도 평가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입니다.

Klingner: 한마디로 경멸스럽다(despicable).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선 진보적 후보들조차 별 언급이 없다.

맨스필드 재단 플레이크 사무총장입니다.

Gordon Flake: 지난주 유엔대북인권 결의안 표결시 한국정부가 기권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알기론 주요 후보들 누구도 유감표시를 하지 않았다.

미국의 주요 정책기관을 대표하는 이들 전문가들은 후보들이 대선을 앞두고 일부 유권자층을 의식해 북한을 자극하거나 현 노무현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을 약화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에 북한인권 문제에 침묵하고 있다고 풀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