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경수로 제공, 평화적 이용 보장이 관건”

0:00 / 0:00

워싱턴-김연호

평화적 이용 여부만 검증된다면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는 모하메드 알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의 발언에 대해,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을 신뢰할 수 있느냐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을 추방한 뒤, 경수로를 군사 목적에 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은 11일 6자회담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핵포기의 대가로 미국에 경수로를 요구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지난달 말 북한을 전격 방문했을 때 이런 요구가 나왔다는 겁니다.

이런 가운데 국제원자력기구의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이 북한에 대한 경수로 제공을 반대하지 않는 듯한 발언을 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12일 서울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평화적 이용 여부만 검증된다면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해도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플루토늄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과정에서 위험이 발생하는 것이지 원자로 자체가 위험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2005년 9월 합의된 6자회담 공동성명에 경수로 관련 규정이 있음을 상기시켰습니다. 공동성명에 따르면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권을 존중하고, 적절한 시기에 대북 경수로 제공에 관해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이 경수로의 평화적 이용을 보장할 수 있느냐 입니다. 지난 94년 미국 대표단의 일원으로 북한과 핵문제를 협상했던 개리 새모어 (Gary Samore) 미국 외교협회 부회장의 말입니다.

Samore: (The IAEA takes the general position that they are able to verify the peaceful uses of light water reactors.)

“국제원자력기구는 경수로의 평화적 이용 여부를 자체적으로 검증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요, 제가 볼 때도 국제원자력기구에 그런 능력이 충분히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의 경우 사찰단을 추방한 뒤, 경수로를 군사 목적에 쓸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2002년 12월 영변 핵시설을 감시하던 국제원자력기구 사찰 요원들을 추방하고, 작년 10월에는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부시 미국 행정부는 북한을 믿을 수 없는 상대로 간주하고, 경수로 제공에 관한한 논의자체를 핵문제 해결 이후로 미루고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볼 때 경수로는 중수로에 비해 평화적 이용여부를 감시하기가 수월합니다. 경수로의 경우 핵연료를 핵무기 물질로 만들기 위해 원자로에서 꺼낼 때 가동을 중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변화는 인공위성을 통해 쉽게 탐지됩니다. 그러나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 국무부에서 대북 경수로 건설 사업의 핵안전 문제를 담당했던 찰스 퍼거슨 박사의 말입니다.

Ferguson: (If you're using a light water reactor in a normal commercial operational mode, the type of plutonium produced is not weapons-grade.)

"경수로를 정상적인 상업용 형태로 가동한다면 무기급 플루토늄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무기급은 아니라도 여전히 핵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플루토늄이기 때문에, 원시적인 핵폭탄을 만들기에는 충분합니다."

북한은 그러나 작년 5월 한반도 에너지 개발기구의 대북 경수로 건설사업이 중단 뒤에도 기회 있을 때마다 미국측에 경수로를 요구해왔습니다. 미국 외교협회의 개리 새모어 부회장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월 6자회담이 타결된 직후에도 미국에 경수로를 건설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6자회담 합의에 따라 북한은 핵개발 계획의 전면 신고와 핵시설 불능화를 이행하는 2단계 핵폐기 조치의 대가로 중유 95만 톤 상당의 에너지, 식량 혹은 인도적 지원을 받기로 돼 있는데, 이것을 경수로의 형태로 받아내겠다는 겁니다. 미국과 북한이 앞으로 협상에서 어떤 타협점을 찾아낼 지 주목됩니다.